‘플래시 몹(flash mob)' 이라는 새로운 말이 생겼습니다. '사이버공간을 통한 오프라인상의 해프닝' 쯤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워드스파이(www.wordspy.com)는 이렇게 풀었습니다. 플래시 몹(flash mob): 미리 정해진 장소에 모여 짧은 행동을 한 뒤에 재빨리 흩어지는 다수의 무리. 워드스파이는 신조어가 생기는 즉시 그 뜻을 풀어주는 미국의 신조어해설 사이트입니다.

 

플래시 모버(flash mobber)들은 온라인상에서 e-메일을 통해 오프라인에서 번개같이 만났다가 혜성같이 사라집니다. 플래시 몹이 처음 등장한 건 2003년 6월 중순 쯤입니다. ‘뉴욕의 문화산업 종사자’라고만 알려진 빌이라는 남자가 친구들에게 특정 장소에 모여달라는 e메일을 보냈고, 이를 받은 친구들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 메일을 전달하면서 첫번째 플래시 몹이 성사되었습니다. 약속된 시간 맨해튼 34번가의 메이시 백화점 양탄자 매장 좁은 공간에 100여명이 몰려들었고, 이들은 양탄자를 사러온 사람인 양 행동하다 곧 흩어졌습니다. 이사건 이후 플래시 몹은 예상치 못한 속도로 전 세계로 번져갔습니다. 아래는 플래시몹과 관련된 신문기사입니다. 편집/창업과 사업아이템 www.saupite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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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8일 저녁 7시15분 루브르(Louvre)박물관 로비. 어디서 나타났는지 대부분 젊은이로 구성된 200여 명이 재빨리 휴대폰을 귀에 대고 사방으로 황급히 돌아다니며 통화에 여념이 없다. 눈을 동그랗게 뜬 경비원은 어리둥절 사태 파악에 나서고. ▲ 지난 8월 28일 오후 6시53분, 예비약속장소인 꼴레뜨광장에서 한 파리 플래시몹 주관자가 참가자들에게 지시서를 나눠주고 있다.  1분 후 갑자기 동상처럼 굳어버린 사람들이 바닥에 드러누워 미동도 없다. 곧 다시 일어난 사람들은 박물관 입구를 향해 마치 공연이 끝나고 앵콜을 요청하듯 발을 구르거나 휘파람을 불면서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더니 이제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조용히 장내를 빠져 나간다. 소요시간은 정확히 3분. 파리에 '플래시몹(flash mob)'이 첫 출현하는 순간이었다.

 

금년 여름부터 세계 대도시에 이상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서로 알지 못하는 수백 명의 무리가 몇 분 동안 동시에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을 하다가 해산한다. 우리 말로는 '번개 모임'쯤 될 이 새로운 현상은 바로 플래시몹이다. '부조리한', '우스꽝스러운', '엉뚱한' 혹은 '구경거리' 등으로 묘사되는 플래시몹의 원칙은 간단하다. 단지 e-메일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한 날 한 장소에 모인 사람들이 몇 분 동안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을 하다가 헤어지면 그만인 것이다.

 

플래시몹은 e-메일로 조직된 단지 예술적 퍼포먼스, 고의적인 엉뚱함으로 표현된다. 목적은 단지 즐기는 것, 공공장소에서 혼란을 유발하는 것, 깜짝쇼를 연출하는 것이 전부다. 무의미와 축제분위기가 우선하는 플래시몹은 도발보다는 차라리 시(詩)와 놀이이며 일상의 파괴에 가까운 초현실주의 유머로 읽힌다. 또한 플래시몹은 '인터넷을 이용해 현실 세계로 나오는 공동체의 경향'으로도 정의되는데 2002년 10월에 출간된 미국인 하워드 라인골드(Howard Rheingold)의 저서 '스마트몹(Smart Mobs)'이 그 모태다. 라인골드는 여기서 '오늘날 신기술이 이런 공동 행동의 조직을 수월하게 한다'며 '신기술과 공동행동의 교차인 플래시몹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자칫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던 사람들을 '컴퓨터'를 이용해 밖으로 끌어내는 행위. '가상'의 세계를 '현실'로 만드는 것. 라인골드는 이것을 '일시적'인 해프닝과 '의도적'인 부조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플래시몹의 유행이 시작된 곳은 뉴욕이었다. 지난 6월 맨하탄의 플래시모버(flash mobber)들은 야밤에 하야트호텔 로비에서 15초 동안 장내가 떠나갈 듯 박수를 쳤고 6월 24일 센트럴파크 자연사박물관에서는 동물의 울음소리를 흉내내기도 했다.  또 6월 17일 19시 27분, 맨하탄에 위치한 메이시(Macy's)백화점에 150여명의 예사롭지 않은 사람들이 들이닥치더니 양탄자 매장 종업원에게 '사랑의 양탄자'를 주문했으며 10여 분 후 갑자기 사라졌다. 이보다 앞서 2주 전에는 뉴욕의 장신구 가게가 목표였다. 이날 모인 수 백 명은 7분 동안 가게를 점거했지만 특별한 행동은 없었다. 최초의 플래시몹이었으며 이것이 여름을 지나는 동안 샌프란시스코, 미네아폴리스 등 미국을 한바퀴 돌아 영화 '매트릭스2 리로디드'를 재연했던 도쿄를 비롯한 전세계 대도시로 퍼져나갔다.

 

유럽에서 첫 플래시몹을 선보인 곳은 이탈리아 로마였다. 7월 24일 수백 명의 플래시모버들이 로마의 한 대형서점에 몰려와 존재하지도 않는 책을 주문하다가 사라진 것이다. 이어진 7월 26일 오스트리아 빈의 플래시모버들은 '환경'을 주제로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먹었으며 8월초 독일 도르트문트에서는 바나나로 대체됐다.  그리고 8월 7일 런던에서는 200여명이 한 소파가게 앞에서 황홀한 표정으로 넋을 잃고서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회를 더하면서 플래시몹 시나리오는 이제 상상력을 다투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플래시몹을 완전히 새로운 조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미 1950년대 상황주의자들은 단지 도시인들의 도시 재적응을 위해 부조리한 '도시적 행위'를 주창한 바 있고 가깝게는 1999년 시애틀에서 열린 WTO(세계무역기구) 반대시위를 주도한 대안세계주의자들도 휴대전화를 이용해 게릴라전을 펼친 바 있다.  물론 가볍기는 하지만 영국 윌리암(William) 왕자의 소녀팬들도 공공 장소에서 왕자의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 수 백 명의 다른 팬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사실을 알리곤 한다.

 

프랑스의 경우 지난 7월과 8월 살인적인 폭염사태 속에 전개된 공연예술 비정규직 노동자 시위도 이와 같은 양상을 보였다. 이들은 경찰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또는 방송국을 점거하고 생방송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전파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이용해 최후의 순간에 시위대를 조직했다. 심지어는 공연예술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시위 1시간 전에도 시위 장소를 알 수 없을 만큼 철저했던 것이다. 몹 프로젝트를 최초로 기획한 것으로 알려진 수수께끼의 주인공 빌(Bill)은 미국의 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플래시몹은 어떤 정치적 사회적 주장도 메시지도 없다'고 설명했는데 바로 이것이 플래시몹과 일련의 사회운동의 차이점이라 하겠다.

 

플래시몹에 신봉자들만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플래시몹을 즐기는 이들이 '모르는 사람들과 한패가 되어 한 장소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을 플래시몹의 재미로 꼽은 반면 반대자들의 입장은 다소 냉소적이다. 시키는 대로 하는 양떼와 하등의 차이가 없다며 '어른들에게 다시 한번 젊은이들은 미치광이라는 것을 확인'시키는 기회만 제공할 뿐이라고 말하는 반대자들은 더 나아가 '누군지도 모르는 주동자가 진짜 미쳤을 수도 있다'고 일갈한다.

 

프랑스의 '미디어 TIC' 블로거(BLOGER) 쟝-뤽 레이몽(Jean-Luc Raymond)은 익명의 보호를 받고 있는 플래시몹 주관자들이 특정 기업에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참가자 명단을 유출할 수도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심지어는 플래시몹이 비밀리에 상표로 등장할 수도 있음을 경고하기도 했다. 이와같은 의혹이 제기된 것은 지난 8월 7일 뉴욕에서 있었던 장난감 가게 'Toys R Us' 습격사건이었다. 이날 플래시몹을 이끈 두 명의 주동자가 각각 뉴욕과 토론토의 'Toys R Us'와 관련된 인물이었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였을까 아니면 은밀한 상업전략이었을까? 미국의 인터넷 미디어 '치즈비키니(cheesebikini)'가 "플래시몹의 지시를 따르기 전에 깊이 생각할 것. 플래시몹 전후, 혹은 움직이는 동안 아무 것도 사지 말 것"을 경고한 일도 초반 플래시몹의 장난같은 놀이에 숨겨진 상업적 의도에 주목한 결과다.

 

그러나 이미 상업적 방향이 논의되고 있는 미국과 달리 유럽의 경우는 늦어버린 유행을 따라잡고 있는 수준이다. 파리의 플래시몹을 주도한 인터넷 사이트 '파리몹(parismobs)은 미국의 경험과 구별할 것을 표방했다.  행동 당일 28일로부터 이틀 전 모든 활동이 중단된 채 약속 장소는 일반 가게나 상업적 갤러리를 벗어나 공공장소로 결정되었고 행동 시작 4시간 전까지 파리 경찰국을 포함한 모두에게 장소는 비밀에 붙여졌던 것. '파리몹'은 7월 중순부터 파리에서 참가를 희망하는 네티즌들의 등록을 받기 시작했다. 세 명의 사이트 창설자들은 '사건' 자체를 앞세우기 위해 익명을 요구하며 프랑스 최초의 플래시몹을 준비해 왔으나 이것이 정말 프랑스 첫 플래시몹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프랑스판 첫 플래시몹은 지난 7월 23일 뚤루즈에서 이미 개최됐다는 소문이 인터넷상에 떠돌고 있고Biogorrhee.com이라는 사이트는 뚤루즈에서 일어난 플래시몹 사진을 전시하며 소문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파리몹 주관자 중의 한 명은 8월 중순 경 수영복 차림을 한 일단의 젊은이들이 파리의 디자인 가게 '무지(Muji)' 점포에 침입한 일이 있지만 이것이 플래시몹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현상이 전염병처럼 번져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프랑스의 다른 지방과 마찬가지로 파리에서도 이런 류의 광고가 증가하고 있고 정확한 날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제 2차 플래시몹이 뚤루즈에서 진행중이며 릴과 니스에서도 한창이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루브르를 빠져나오며 한 플래시모버는 여전히 상기된 표정으로 '근사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얼마나 모이는지 보고 싶은' 호기심 때문에 참가했다는 이도 있었다.  다른 도시에서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프랑스는 이번이 처음이므로 '놓치면 안된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재미로 와봤다는 사람도 있었다. 동기야 어쨌건간에 참가자 대부분의 얼굴에서 장난꾸러기 아이들의 자랑스러움 같은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파리 1차 플래시몹 성공에 힘입어 '파리몹'은 제2차 등록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다음에는 어떤 기발한 시나리오가 플래시모버들을 열광시킬까. 유독 지하철만 타면 표정이 굳어버리고 시선 둘 곳을 몰라 안절부절해 본 경험이 있다면 '지하철에 모여서 다함께 미소를 지어보는 건 어떨까?' 자료원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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