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수 AVA엔젤클럽 총무. (C)창업일보.

부모는 두 사람의 사랑으로 새 생명이 잉태되어 10개월간 엄마의 뱃속에서 숭고하고 고난의 시간을 거쳐 태어나는 아이가 아들이건 딸이건 상관없이 세상에서 좋은 것들을 보고 배우며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

동물원에 데려가서 사자, 코끼리, 원숭이, 돌고래 등 많은 동물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책을 통해 글을 배우고 역사를 배우게 하며, 여행을 통해 자연에 신비로움을 느끼게 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사랑을 할 수 있도록 안내자가 되어야 한다.

부모가 된다는 것, 부모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아이가 태어나서 보고, 느끼고, 배우는 것들의 첫 번째 인상은 아이의 인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아기 때에 인생의 길이 달라질 수 있고, 늙은 노인이 되어서도 인생이 달라질 수 있듯이 사 들이 자라면서 어떤 특정한 계기로 인해 삶의 방향이 바뀌는 것은 순간의 결정적인 사건이 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소녀가 ‘고래’를 난생 처음보고 큰 뜻을 품은 이야기가 있다. 산골에서 태어나서 바다를 보지 못하고,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을 보지 못했던 한 소녀가 한 사람을 만나서 산골을 떠났고 우연히 고래를 보았다. 그리고 소녀의 무모한 열정과 정념, 어리석은 미혹과 무지, ​믿기지 않는 행운과 오해, 끔찍한 살인과 유랑, 비천한 욕망과 증오, 기이한 변신과 모순, 숨가쁘게 굴곡졌던 영욕과 성쇠로 표현되는 소녀의 인생이 바뀌었다.

이 이야기는 소설 <고래>의 짧은 내용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여자들이다. 여자라고 소설에서 그리고 현실에서 주인공이 되면 안 되는 법은 없다. 다만 소설이나 드라마의 통념상 남자 주인공도 함께 있어야 하는데 이 소설에서 남자는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를 뒷받침해주는 소금 같은 엑스트라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전통적인 남자들의 시선으로 책의 내용을 본다면 단순한 19금 막장 소설 정도로 비아냥거릴 수 있다.

고래. 천명관 지음, 문학동네 출간. 책표지 알라딘. (c)창업일보.

이 소설을 평가했던 사람들도 전통적인 소설의 조건이라고 설정되어 있는 요소들이 없어서 이율배반의 감정으로 이 소설을 인정할 수 없었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무엇이라고 탁 꼬집어 말할 수 없는 밀려오는 감동을 부정할 순 없었다고 한다.

소녀가 ‘고래’를 처음 만나게 되면서 큰 뜻을 품은 것으로 인해 다른 여자들의 삶에도 유랑이 시작되었고, 굴곡졌던 여자들의 이야기는 변사의 내레이션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되듯이 듣는 사람의 편의에 따라 가감과 변형을 거치며 같거나 또는 다른 생각으로 고래가 넓은 바다를 헤엄치듯 소설의 상상력으로 무엇인가를 전달하는 책이다.

소설 속의 이야기라고 하지만 현실과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 않은 내용이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데 거부감은 없었다. 이 책이 2004년에 발표된 책이지만 지금 읽어도 또 10년 뒤에 읽어도 시대적인 소품의 이질감 외에 욕망, 선택, 돈, 가족, 사랑 등 사람들에게 필요한 원초적인 본능적인 요소들은 이질감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소녀가 큰 것을 빌려 작은 것을 이기려 했고, 빛나는 것을 통해 누추함을 극복하려 했던, 무모한 것 같지만 현실을 대변하는 소녀의 마음은 대부분의 사람들의 마음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소녀에게 ‘고래’는 희망이었으며, 구세주 이었을 것이다. 소녀의 선택이 잘못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소녀로써는 자신의 상황에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항상 선택의 갈림길에 서있다.

어떤 길이 정답인지 오답인지 알 수 없다. 일단은 선택을 해야 하고 나에 선택이 옳은 길이고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도록 꿋꿋이 걸어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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