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은 23일 주한유럽국 대사 및 기업인들과 조찬간담회에 참석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가 주최한 조찬간담회에 참석해 글로벌 위기 극복을 위한 한-유럽연합(EU) 협력 방안 및 국회의 역할에 대해 연설했다.

김 의장은 먼저 "올해 출범 10주년을 맞은 주한유럽상공회의소는 370여개 회원사를 통해 70조원 이상의 매출을 창출하고 5만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며 주한유럽상공회의소의 기여를 높이 평가했다.

김 의장은 이어 전략적 동반자 관계이자 내년 수교 60년을 맞는 한-EU 관계에 대해 "한국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EU와 기본협정, FTA, 위기관리협정 등 3대 핵심 협정을 모두 체결한 국가이고, EU는 한국의 3대 교역 파트너이자 누적투자 기준 對한국 제1위 투자 주체"라고 평가했다.

김 의장은 "이처럼 준(準)동맹 관계로 발전하는 한-EU 관계에 부응해 우리 국회도 어제 오스트리아 하원의장의 방한에 이어 다음달 루마니아 하원의장과 총리의 방한이 예정되어 있으며, 본인도 지난 7월 의장 취임 이후 벌써 유럽 4개국을 공식 방문했다"며 활발한 의회간 협력 모습을 소개했다.

김 의장은 범지구적 이슈와 지정학적 위기가 초래하는 불확실성과 혼돈을 우려하면서도 한-EU간 연대와 협력을 통해 극복해나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김 의장은 "전세계가 전환기의 한복판을 통과하고 있다"며 에너지와 곡물 가격 상승, 인플레이션, 기후변화와 팬데믹, 제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공급망 붕괴와 경제 블록화 추세 등 범지구적 이슈를 짚었다. 김 의장은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가 유라시아 대륙 동·서쪽 안보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고, 최근 북한이 한국에게 전례 없는 수준의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의장은 이러한 글로벌 위기를 한-EU간 연대와 협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의장은 "EU가 최근 디지털, 공급망, 환경, 연구·혁신 등 4개 협력 분야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면서 한국을 특정해 협력 강화 의지를 밝힌 바 있다"며 "글로벌 위기는 오히려 한-EU간 연대와 협력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고 역설했다. 김 의장은 또 "한국에 있어서도 EU와의 협력 강화는 핵심 사안"이라며 "EU가 포스트-코로나 시대 국제규범 형성에 적극 참여하고 있고, 제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김 의장은 양측 협력이 구체적·가시적으로 진전되고 있는 분야로 디지털 전환과 연구·혁신 분야를 짚었다. 김 의장은 "한-EU 디지털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노력, 작년 말 EU측의 한국에 대한 일반개인정보보호법 적정성 결정, EU 연구혁신 프로그램(호라이즌 유럽)에 대한 한국의 준회원국 가입 추진을 환영한다"며 "이러한 일련의 노력이 한-EU가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는 동반자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또 에너지 및 자원 재활용 분야에서 추가 협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김 의장은 "에너지 분야에서 양측은 EU 녹색분류체계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서 모두 요구하는 사고저항성 핵연료(ATF)의 개발과 상용화를 위해 협력할 수 있다"면서 "자원 재활용 및 공급망 분야 등에서는 기술 개발, 규제 개선, 기업 지원, 주요 소재·부품·장비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협력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 의장은 "지난 6월 개최된 한-EU 거시경제 대화 등 정부간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 문제, 강화된 에너지 효율 등급 적용 문제 등이 원만히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설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 참석자들은 팬데믹 등 변화된 비즈니스 환경을 고려한 기업관련법, 노동법, 유통법 규제 개선에 관한 김 의장의 의견을 물었다. 김 의장은 "국회는 불필요한 규제를 새로 만들어내지 않는 데 역점을 두고 각 상임위원회 논의 단계에서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규제 완화·개선은 그 필요성이 건의되고 현장 조사를 통해 입증되어야 하기 때문에 (주한유럽상공회의소가) 의견을 주시면 정부·국회가 빠르게 개선해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김 의장은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경제 이슈에 대한 사전 서면질의에 대해 한-EU가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하면서 이를 기회로 활용하자고 답했다.

김 의장은 먼저 "탄소국경조정제도가 새로운 통상장벽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면서 "한국의 반도체 등 첨단산업 공급망에 EU의 소재·장비 기업이 참여하고 있고, EU의 전기차 산업에 한국의 배터리 기업이 기여하는 등 양측은 친환경·저탄소 전략에 협력 요소가 많다"고 진단했다. 김 의장은 이어 "우리 정부는 탄소국경조정제도가 차별적 요소 없이 설계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양측이 전략적 동반자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답했다.

김 의장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 "국가 핵심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큰 흐름에서 나타난 문제"라고 진단하면서 "미국에 전기차를 수출하는 EU도 항의 의견서를 제출(11.7.)하는 등 한국과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으므로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하자"고 답했다.

김 의장은 최근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해 "한국 역시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복합위기를 겪고 있다"면서도 "이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의장은 "한국은 경쟁국 대비 인적·지정학적 리스크 등에서 상대우위가 있어 공급망 재편의 영향으로 美·日 등의 투자액이 늘고 투자 분야도 반도체·전기차·이차전지 등 첨단 전략산업에 집중되고 있다"며 2022년 3분기 기준 외국인직접투자(FDI)가 누적 기준 역대 최대 실적(215.2억불)을 기록한 점을 꼽았다.

김 의장은 마지막으로 "외국인직접투자 중심의 투자 확대로 한국에 첨단 기술·인력이 유입되는 과정에서 한국은 대외신인도를 높여 경제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며 EU 기업인들의 對한국 투자 확대를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유럽대표부대사,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 피오트르 오스타체브스키 주한폴란드대사, 아리스 비간츠 주한라트비아대사, 디어크 루카트 주한유럽상공회의소 회장(쉥커 대표), 얀 벵가드 주한유럽상공회의소 부회장(올리콘 발저스 대표), 크리스토프 하이더 주한유럽상공회의소 사무총장, 파브리스 에스피노자 에어버스 대표, 기욤 마리보드 AXA보험 대표, 필립 반 후프 ING뱅크 대표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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