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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사고막기 위한 '준법감시인' 업무정지 요구권 '0'에 수렴....우리은행 700억대 횡령에도 사용내역 없어 "유명무실"
금융권 사고막기 위한 '준법감시인' 업무정지 요구권 '0'에 수렴....우리은행 700억대 횡령에도 사용내역 없어 "유명무실"
  • 이정우 기자
  • 승인 2022.09.2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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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은 700억대 횡령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준법감시인의 업무정지 요구권' 사용 내역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져 준법감시인제도의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우리은행의 700억대 횡령에도 준법감시인의 업무정지 요구권 사용 내역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져 준법감시인제도의 실효성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금융기관의 직무수행에 있어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내부통제제도를 관리하고 준수여부를 점검하기 위한 준법감시인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소리가 나는 이유이다.

29일 정무위원회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각 시중은행과 보험사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 7월까지 최근 5년간 상위 5개 시중은행과 5개 저축은행, 5개 증권사 및 17개 손보사와 23개 생보사 내에 임명된 준법감시인들이 사용한 업무정지 요구권이 고작 17건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마저도 8건이 한 개 회사에서 사용된 점을 감안하면, 업무정지 요구권의 사용은 거의 없었던 셈이다.

우리은행 700억원대 횡령을 비롯하여 불법 외환송금 등 각종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던 것에 비해 내부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반증으로, 제도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97년 경제위기 이후 IMF의 지배구조 개선권고에 따라 사외이사·감사위원회 제도와 함께 내부통제 및 준법감시인 제도를 시행했다. 금융소비자의 금전을 다루는 금융 특성상 사전적, 상시적 통제 및 감독기능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금융권은 '은행법' 및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고, 해당 내부통제기준 준수여부를 점검함과 동시에 위반사항을 조사, 보고하는 준법감시인을 지정하고 있다.

준법감시인의 구체적 직무는 금융감독원에서 정하는 운영 모범규준에 따르는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4년 8월 ‘금융사고 근절 및 신뢰회복을 위한 금융회사 내부통제 강화방안’ 을 통해 준법감시인의 역할과 권한 강화하고 임직원의 위법사항에 대한 업무정지 요구권을 도입하며, 적정 수준의 내부통제 전담인력비율을 확보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18년도에는 이러한 책임을 더욱 명확화하는 ‘금융기관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발표하여 금융권의 내부통제를 위한 방안들을 마련했다.

하지만 최승재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각 금융회사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5개 시중은행인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은행에서의 업무정지 요구권 사용은 단 한건도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700억원 대 횡령이 발생한 우리은행이나, 22년 상반기에만 10건의 횡령사건이 일어난 농협, 최근 드러나는 우리, 신한은행의 이상 외화송금과 같은 사건사고에도 불구하고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특히 15건, 29억원의 횡령이 있었던 농협의 경우 지난 18년 내부통제 혁신방안에 따라 1% 수준의 준법감시 지원인력을 배치한 타 은행과 달리, 절반 수준인 0.59%의 인원만 배치하고 있어 피해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다.

저축은행(SBI, 한국투자, 웰컴, 오케이, 페퍼)의 경우에는 페퍼저축은행에서 업무상 횡령에 대한 1건의 업무정지요구권 사용건수를 제외하고는 0건이었고, 준법감시인력 역시 0.63%~1.75%까지 제각각인 모습을 보였다.

생명보험사의 경우 라이나생명에서는 지난 5년간 무려 8건의 업무정지 요구권이 사용되었지만, 조치건수는 단 한건도 없었다. 두 번째로 많은 업무정지 요구권 사용건수를 기록한 한화생명의 경우, 2,586명이라는 임직원 숫자에도 불구하고 겨우 0.3%에 불과한 8명만을 준법감시 지원인력으로 두고 있어 논란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각 은행별로 운영하는 내부고발제 또한 유명무실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업권별 주요 업체의 내부고발 건수는 2018년 160건에서 2021년 315건으로 매해 증가했다. 2022년도 7월 기준 이미 전년도의 절반을 넘어선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증가하는 내부고발에도 불구하고 포상 등 인센티브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8년도에는 인센티브 부여실적이 아예 없었고, 19년에는 전체 고발접수 건수의 0.01%인 3건, 20년에는 2건, 21년에는 5건의 포상만이 이루어져서, 내부고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최승재 의원은 “금융사고는 한 번 발생하면 피해규모와 정도가 크고 사회 전반에 수많은 파장을 불러오는만큼 철저한 준법정신과 내부통제가 필요한데, 제도가 제대로 동작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준법감시인의 독립적인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지원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사고 예방적 성격을 지닌 업무정지 요구권의 사용을 활성화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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