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경제개혁연대·경제민주주의21·경실련·금융정의연대·민주노총·참여연대·한국노총·한국YMCA전국연맹 기자회견

[창업일보 = 김부경 기자]

경실련 등 국회‧노동‧시민사회단체가 22일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반대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이 법안의 허용을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벤처 활성화에는 실익이 없고  재벌세습 도구로 향후 악용될 수 있는 복수의결권 허용 법안 당장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의 주재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는 경제개혁연대·경제민주주의21·경실련·금융정의연대·민주노총·참여연대·한국노총·한국YMCA전국연맹 등이 공동 참여했다. 
 
이들은 "복수의결권 허용 법안이 벤처활성화의 실효성이 의심되고, 비상장기업에 필요하다는 명확한 사례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안전장치에도 불구하고 재벌정책 무력화 역사에서 드러났듯이 ‘선도입 후 규제완화’로 가면 재벌세습 악용 막기 어렵다고 말해다. 아울러 이 법안이 "전경련이 나섰다는 점은 비상장벤처기업이 아닌 재벌들에게 절실하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아래는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위)는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비상장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중소벤처기업소위원회에서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8월 26일 ‘K+벤처’ 성과보고회에서 동 법안의 통과를 촉구했고, 중소벤처기업부 권칠승 장관도 연내에 처리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데에 따른 후속조치로 보인다. 

현재 국회에는 비상장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1주에 10개 이하의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하는 정부의 벤처기업법 개정안 외에도 복수의결권 부여 수의 제한이 없는 김병욱 의원안도 있다.

이 법안들 모두 벤처기업 창업주의 경영권 보호와 투자활성화를 위해 복수의결권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이 법안들의 공통점은 복수의결권이 가져올 경제사회적 부작용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벤처투자시장도 잘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오로지 도입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의원들의 벤처기업법 개정안의 문제점은 이미 지난 4월 산자위 공청회에서 대다수 지적되었다. 당시 도입을 주장하는 측은 의결권 희석 우려 없이 대규모 투자 유치를 위해 도입이 필요하다면서 기존의 의결권 배제 또는 제한주식이 왜 활용되지 않고, 벤처활성화에도 기여하지 못하는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복수의결권이 벤처투자와 생태계 활성화와 큰 연관성이 없고, 다수 벤처기업을 위한 제도도 아니라는 점, 안전장치가 있다고는 하나 재벌정책 퇴행의 역사를 봤을 때 도입 후에 완화 작업도 가능하다는 문제도 지적되었다. 하지만 여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법안 통과 촉구에 따라 또 다시 사활을 걸고, 벤처활성화의 실효성이 의심되고 부작용도 큰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복수의결권 도입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비상장기업에 필요하다는 명확한 사례도 제시하지 않고, 단지 설문조사 결과만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도입을 찬성하는 벤처기업들 입장에서도 손해 볼 것이 없는 공짜라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지, 정말 필요하다는 의사 표시로는 볼 수 없다.

그리고 비상장 벤처기업의 경영권도 주주 간 계약을 통해 얼마든지 방어가 가능하다. 이미 미국에서 자금조달을 해와 뉴욕거래소 상장이 예정되어 있었던 쿠팡주식회사와 국내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마켓컬리 사례 또한 복수의결권과 해외 상장이 큰 관계가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2016년 국정농단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전국경제인연합(이하 전경련)에서 정부와 여당의 흐름에 발 맞춰 또 다시 복수의결권 도입을 언급하고 있다. 언론에서는 지난 10월 14일 전경련이 한국경영학회·벤처기업협회와 공동으로 ‘대한민국 기업가정신 르네상스 포럼’을 개최하고, 가칭 ‘모범 회사법’을 언급하며, 회사가 경영권 보장을 위해 주주나 제3자에게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필)을 부여하고, 필요에 따라 차등의결권·복수의결권과 같은 다양한 종류의 주식 발행을 허용하는 방안이 담길 것이라고 보도되었다

결국 재벌의 이익을 대변해온 전경련이 적극 찬성하며 도입을 위해 나섰다는 점은 재벌들의 세습에 꼭 필요하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비상장 벤처기업을 핑계로 도입 후 규제를 완화시키거나, 회사법 개정을 통해 재벌기업들에게 까지 확대시킨다면 이 법안이 재벌 세습의 고속도로만 깔아주게 되는 셈이다. 

국회 산자위는 지난 4월 공청회 내용을 떠올려 복수의결권 도입에 대해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유동자금이 풍부한 현 상황에서도 왜 B2B 중소벤처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 되지 않고 혁신도 일어나지 않는지에 대해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복수의결권 법안이 없어서가 아니라, 재벌의 경제력집중과 기술탈취로 인해 B2B 중소벤처기업들에게 혁신의 기회와 유인이 사라져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비상장 벤처기업을 핑계로 한 정부의 복수의결권 도입이 누구의 이익으로 갈지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우리는 국회 산자위가 벤처기업법 개정안이 가져올 심각한 부작용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더 이상 이 법안이 상정되지 않도록 폐기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정부와 여당도 벤처기업들을 성장시키고, 혁신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오히려 재벌의 경제력 집중 억제와 함께, 혁신에 대한 기회와 유인을 줄 수 있도록 징벌배상제나 디스커버리제도 등을 도입해 공정한 시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함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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