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은 한 나라의 비상금이라고 할 수 있다. 몇 년전 IMF위기도 바로 이 외환보유액이 없었기 때문이다. 2003년 3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1,238억달러로 일본·중국·대만에 이어 세계 4위이다. 무조건 외국돈이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지만 국가경제의 안정성을 판단하는데 이보다 확실한 것은 없다. 그래픽, 기사 =조선일보

 

□ 외환보유액

 

여러분은 용돈 외에 비상금(非常金)을 얼마나 가지고 있습니까? 비상금이 상당히 두둑할 때는 왠지 부자가 된 듯하면서 마음이 든든하지만, 반대의 경우 왠지 모르게 불안하지 않습니까? 한 나라 경제의 비상금에 해당하는 것이 외환보유액(foreign reserve 또는 international reserve)입니다. 1997년 말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겪은 것은 이 같은 비상금 역할을 해야 할 외환보유액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외환보유액은 한 나라의 통화당국(대부분 중앙은행)이 국외지급을 위해 보유하고 있는 외환(외국통화 또는 예금·채권과 같은 외화표시 자산)에다 금(金)·SDR(특별인출권)·국제통화기금 포지션(IM reserve position)을 더한 총액입니다. SDR과 IMF포지션은 IMF 회원국들이 유사시 IMF로부터 끌어다 쓸 수 있는 한도를 말합니다.  IMF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세계 각국은 총 2조1000억달러 정도의 외환보유액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중 일본·중국·대만·한국·홍콩·싱가포르·인도 등 아시아 7개국이 1조4000억달러를 차지합니다.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금융 및 외환시장의 취약성이 드러난 이들 아시아 국가들이 ‘비상금’을 대거 늘려왔기 때문입니다.

 

외환보유액이 비상금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유동성, 가격의 안정성, 일반적 유통성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유동성(流動性)은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지를 뜻하고, 가격의 안정성은 내다팔 때 가격에 큰 변화가 없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일반적 유통성(流通性)은 누구나 주고받는 통화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조건을 가진 통화로는 달러·유로·엔이 있습니다. 특히 미 재무부가 발행하는 국채는 가장 선호되는 외화자산의 하나입니다.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70% 정도를 달러가 차지하고 있는 것도 유동성·안정성·유통성에서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003년 3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1238억달러로 일본·중국·대만에 이어 세계 4위에 해당됩니다. 외환보유액이 너무 많은 것 아닌가 하는 견해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만, 이라크 전쟁이나 북핵문제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는 속에서도 그나마 외환보유액이 든든한 것은 다행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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