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M&A란? M&A는 기존 대주주와의 관계에 따라 ‘우호적’인 것과 ‘적대적’인 것으로 분류됩니다. 우호적 M&A는 기존 대주주나 경영진과의 합의하에 경영권을 이양받는 것입니다. 반면, 제3자가 기존 대주주나 경영진의 의사에 반해 그 기업의 경영권을 빼앗는 것을 적대적 M&A라고 합니다 적대적 M&A는 어쨌든 남의 경영권을 빼앗는 것이므로 뭔가 도둑질 비슷하다는, 부정적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직 많습니다. 적대적 M&A가 성행하면 경영자들이 경영을 근시안적으로 할 개연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경영자들이 장기 투자를 통해 기업가치를 키우기보다, 당장 경영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단기 실적을 높이고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만 집착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적대적 M&A에는 적지 않은 순(順)기능이 있습니다. 적대적 M&A를 추진하는 측이 잠재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않는 기업을 인수한 뒤, 불필요한 인력·사업을 정리하는 등의 구조조정을 통해 잠재 능력을 100% 발휘하게 함으로써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고, 기업에도 이득이 된다는 주장입니다. 또 적대적 M&A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경영자 스스로 기업 경영에 최선을 다하고, 좀더 주주권익 보호 정책을 펴도록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세계경영연구원 전성철 이사장은 “80년대 미국 기업들의 활발한 M&A와 구조조정은 90년대 미국 경제의 성장을 가져온 원동력이 됐다”고 말합니다.

 

공격 수법  적대적 M&A에 나선 공격수들의 공격 수법엔 이번 소버린처럼 목표 기업의 주식을 시장에서 직접 사들이는 방법 외에도 공개매수, 위임장 대결 등의 방법이 있습니다.  ‘공개매수’란 경영권을 탈취하려는 측이 주식 매집을 공개선언한 뒤 일정한 값에 장외(場外)에서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며칠 전 코스닥 등록기업인 나모인터랙티브도 공개매수를 통한 적대적 M&A에 휩싸였습니다. 이 회사의 최대 주주(사장)와 사이가 나빠진 2대 주주가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경영권을 빼앗겠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또 ‘위임장 대결’이란 경영권을 탈취하려는 측이 자신에게 우호적인 주주의 지분을 확보한 뒤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여 경영진을 바꾸는 방법을 말합니다.  그동안 한국에서 시도된 몇 건의 적대적 M&A 시도 중 대표적인 것이 지난 97년 미도파백화점의 경영권 분쟁입니다. 신동방그룹이 성원그룹의 힘을 빌려, 대농그룹이 장악한 미도파의 경영권을 빼앗으려 했던 것입니다. 당시 재계는 벌집 쑤신 듯 들고 일어났고, 700여억원을 모아 미도파의 경영권 방어에 공동 전선을 펴기도 했습니다. 양측의 경영권 분쟁은 결국 대농측의 수성(守城)으로 끝났습니다.

 

신동방그룹의 우호 세력이던 성원그룹이 경영권 분쟁이 오래 걸리는 데 부담을 느끼고, 갖고 있던 미도파 지분 전량을 대농에 비싸게 되팔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적대적 M&A를 하려는 측이 타깃으로 점찍은 기업 주식을 사모은 뒤 경영권을 빼앗지 않는 대가로 기업측에 주식을 비싸게 되파는 것을 ‘그린메일(green mail)’이라고 합니다. 이번 SK주식을 매집한 소버린도 그린메일을 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도 있습니다만, 소버린은 ‘장기투자 목적’이라며 부인했습니다. 96년 말에 시작된 한화종금 경영권 분쟁에서는 교과서에서만 듣던 갖가지 M&A 기법들이 선보였습니다. 한화종금의 2대주주였던 박의송 우풍상호신용금고 회장은 후배인 우학그룹 이학 회장을 우호세력으로 끌어들인 뒤 한화그룹이 보유한 한화종금 경영권을 장악하려고 했습니다. 박 회장측은 주식시장에서 한화종금 주식을 사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일반 투자자들을 상대로 주식을 공개매수하기도 했습니다. 또 우호적인 다른 주주들의 의결권까지 확보, 주주총회에서 현 이사진 해임 안(案)을 놓고 한화측과 표 대결(위임장 대결)을 벌였으나, 결과는 55대45로 공격자의 패배(한화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방어 전략  적대적 M&A 시도에 기업들이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습니다. 선진국에선 이미 적대적 M&A를 막기 위한 여러 가지 방어 전략이 잘 발달돼 있습니다. 대표적인 방어 전략으로는 ‘백기사(白騎士)’ 전략이 꼽힙니다. 기업이 자신에게 우호적인 주주들을 확보하는 것이죠. 이번에 SK텔레콤도 기존 주주 중 우호 세력인 포스코를 백기사로 활용하려는 전략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즉 SK텔레콤이 보유한 의결권 없는 자사주 10.23%를 우호 세력인 포스코에 매각, 우호 지분을 늘리겠다는 복안입니다. 또 지난 2000년에는 현대차가 다임러크라이슬러와 적대적 M&A에 대비한 백기사 협정을 맺었습니다. 현대차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가 있을 경우 크라이슬러측이 현대차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우호세력으로 참여한다는 것이지요.  경영권 공격을 받는 회사가 반대로 공격하는 회사를 M&A하겠다고 나서는 ‘역(逆)공개매수’ 전략도 있습니다. 상법에 따르면 역공개매수로 상대편 주식을 10% 이상 확보할 경우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주식은 의결권이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일부러 지출을 늘리고 기업가치를 떨어뜨림으로써 경영권 인수의 동기를 꺾어버리는 수법은 ‘포이즌 필(Poison Pill·극약 처방)’로 불립니다. 독약을 마시는 것 같은 일종의 ‘자해(自害)’라는 거지요.

 

공격자가 노리는 핵심 사업 부문을 독립시켜 M&A 의욕을 꺾는 ‘황금알’(알을 낳아 분리시킨다는 의미) 전략도 미국에서 흔히 쓰이는 방어 기법입니다.  국내에서는 여론호소 전략이 가장 효과적인 M&A 방어수단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예컨대 지난 93년 6월 삼성그룹이 기아자동차의 지분을 매집하자, 기아자동차측은 “재벌그룹이 자금력을 이용해 기업을 탈취하려 한다”는 부정적인 여론 조성에 나서, 결국 삼성의 인수 시도를 무산시켰습니다. 하지만 적대적 M&A를 막는 최선의 방어법은 아예 그런 생각조차 품지 못하도록 경영을 잘하는 것입니다. M&A 자문회사인 얼라이언스캐피털파트너즈의 이병훈 대표는 “적대적 M&A를 하려면 뭔가 명분이 있어야 한다”면서 “경영진이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가를 정상적인 수준으로 유지한다면 누구도 쉽게 시비 걸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적대적 M&A의 표적이 된 SK㈜의 경우 스스로 빌미를 제공한 측면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계열사인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적발 여파로 주가가 떨어지고, SK글로벌 지원설(說)이 나도는 등 약점을 보였다는 것이죠. ‘적대적 M&A시대’의 본격개막을 알린 SK㈜ 사태엔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자료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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