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내 직계존비속 함께 근무자 9건
"임용과정에 친인척 제척 규정 없어"

[창업일보 = 김진우 기자]

서울대학교병원 내 직계존비속 재직 현황 중 겸직교수 이상 직종에서 부모와 교수 임용 단계 이전의 자녀가 함께 근무하고 있는 사례가 9건이나 발견돼 관련 임용체계 정비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겸직교수는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와 서울대학교병원 교수를 겸직하는 교수를 뜻하며 여타 대학에서는 정교수에 해당하는 직급이다.

또한 교수 임용 과정에 직계존비속 평가위원 제척 규정이 없고 연구실적물 평가에서도 해당 병원 소속 직계존비속 교수가 공동 저자로 있는 등 논문의 심사에 대한 별도의 규정도 부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민정 의원
강민정 열린민주당 국회의원

11일 강민정 의원이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제출받은 ‘소속 교수 임용 규정 및 절차’자료를 확인한 결과 소속 교수의 임용 과정에 직계존비속 평가위원 배제·기피 제도가 없었음이 밝혀졌다. 이는 특히 대를 이어 동일 직종에 종사하는 사례가 많은 대학병원 교수의 임용 절차라는 점에서 더욱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일반 대학의 비전임교수에 해당하는 진료교수와 전임교수에 해당하는 임상교수, 연구교수에 해당하는 융합의학교수 등 3개 유형에 대하여 교수 신규 임용을 진행한다. 각 유형의 임용 절차는 단계별 전형으로 이루어지며, 1차 전형에서의 서류·연구실적물 평가 후 2·3차 전형에서 공개발표, 면접심사 등의 단계를 거치는 식이다. 각 유형의 구체적 임용 절차를 살펴보면 임상교수의 경우 1차 연구실적물 평가와 2차 면접심사를 거친다. 융합의학교수의 경우 1차 연구실적물 평가에 공개발표를 거쳐 면접심사를 하는 3단계 전형이다. 그리고 진료교수의 경우 서류평가와 면접심사로 이뤄진다. 

그러나 연구실적물 평가, 면접심사 등 평가위원이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임용 절차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서울대학교병원에서는 지금껏 평가위원으로 평가 당사자의 직계존비속인 교수를 배제하는 규정이나 친인척인 교수가 평가에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도록 하는 기피 규정 등을 마련하지 않았다. 또한 전임교수 임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연구실적물 평가에서도 해당 병원 소속 직계존비속 교수가 공동 저자로 있는 논문의 심사에 대한 별도의 기준 등이 없어 전반적인 임용 과정에 직계존비속의 직·간접적 영향력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구조임이 지적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대학교병원에 ‘병원 내 직계존비속 재직 현황(2020년 기준)’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평가위원으로 참여하거나 평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겸직교수, 명예교수 중 자녀 등 직계존비속이 교수 임용 이전 단계의 레지던트, 임상강사 등으로 함께 재직 중인 사례가 총 9건이나 되었다.

특히 이 중 3건은 부모가 해당 병원에서 주요 보직을 맡고 있을 정도로 병원 내 이미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다. 향후 교수 임용 과정에서 부모 찬스 등 불공정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례가 현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분당서울대병원에서는 몇 년 전, 한 보직교수의 자녀가 상당히 빠른 시기에 승진하여 전임교수로 임용되고, 곧 해당 보직교수가 장으로 있는 부서에 배정되며 병원 내부에서 부모 찬스 등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는 제보가 있었다.

 지난 10월 22일, 서울대학교병원 국정감사에서 강민정 의원은 분당서울대병원에서의 해당 제보를 언급하며 병원 소속 교수 임용 과정에서의 친인척 제척 규정 부재를 지적했다. 이에 대하여 김연수 서울대학교병원장은 관련 규정의 부재를 인정하며 해당 제보의 사실 여부를 비롯해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을 살펴보겠다고 답변했다.

이러한 규정의 미비에 대하여 강민정 의원은 “공공기관 채용 등에서는 이미 당연시되는 친인척 평가위원 제척 규정이 대학병원에서는 지금껏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에 놀랐다”며 “실제 부정의 발생 여부와 별개로 지금도 병원 내 부모 찬스 등에 대한 우려가 현존하고 있는 만큼, 임용 과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와 규정 전반의 정비가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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