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 경제면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무디스(Moody’s), 스탠더드앤드푸어스(Standard & Poor’s)와 같은 외국계 신용평가회사의 이름입니다. 이들 신용평가회사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내리거나 올리면 국내 언론들은 커다란 제목과 함께 헤드라인 뉴스를 내보내고 1~2페이지에 걸쳐 심층기사를 보도하곤 합니다. 언론뿐 아닙니다. 정부도 신용평가회사들 움직임에 항상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재정경제부에는 아예 외국계 신용평가회사를 전담하는 조직을 둘 정도입니다. 신용평가회사 직원들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평가하기 위해 서울에 온다고 하면 보름 전부터 자료 준비를 하는 등 비상이 걸립니다. 이번에 한국경제설명회(IR)를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한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을 포함한 한국 대표단들이 제일 먼저 찾아간 곳도 무디스와 S&P 본사였습니다. 도대체 신용평가회사가 어떤 일을 하고 얼마나 막강한 힘을 갖고 있기에 한국 정부가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할까요?

 

국가신용등급이란?

 

국가신용등급을 한마디로 설명하면 한 나라가 해외 금융회사 등에 진 ‘빚을 갚을 능력’을 뜻합니다. 만일 A라는 국가의 신용등급이 낮으면 해외 투자자들은 A국가에 투자하기가 불안할 것이고, 해외 금융회사들도 A국가 기업들에 돈을 빌려줄 경우 나중에 받지 못할까봐 불안할 것입니다.  그래서 국가신용등급이 낮은 나라의 정부와 기업에 돈을 빌려줄 때는 이자를 더 받게 되죠. 은행들이 담보나 보증이 약한 고객에게 이자를 더 받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용등급이 한 단계 낮아질 때마다 정부와 기업들이 해외 채권자들에게 부담해야 할 이자가 추가로 5억달러씩 늘어난다고 합니다. 또 무디스와 같은 신용평가회사들이 국가신용등급을 낮추면 그 나라 기업들의 신용등급 역시 동반 하락하고 기업들은 해외에서 자금조달을 하지 못해 투자계획을 축소하거나 아예 포기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주식시장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기업들의 미래가 암울해지니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나라 전체 경제가 푹 가라앉게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신용평가회사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등급을 매길까요. 우선은 그 나라의 경제가 얼마나 안정돼 있는지를 따집니다. 경제성장률, 수출, 무역수지, 물가, 외환보유액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죠. 정치 안정성도 중요한 기준입니다. 우리나라는 분단국가라는 것이 항상 평가 대상에 포함됩니다. 특히 최근 북한 핵문제가 불거진 이후 한국 정부는 국가 신용등급이 낮아질까봐 아주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김진표 부총리는 물론 대통령 외교보좌관과 국방부 관계자까지 포함된 해외 홍보단이 미국의 신용평가회사들을 찾아가 북핵 문제를 열심히 설명한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과거 신용등급이 아주 좋은 편이었는데 외환위기 이후 곤두박질했죠. 무디스가 매긴 등급을 보면 외환위기 직전인 97년 11월 A3였는데, 이후 6단계나 떨어졌다가 작년 3월 A3로 다시 회복했습니다. 그러나 올 2월 북핵사태가 악화되면서 무디스는 신용등급은 A3로 유지했지만 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죠. 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당장 신용등급을 낮추지는 않지만, 앞으로 상황이 좋아지지 않을 경우 등급을 낮추겠다는 뜻입니다.

 

신용평가회사 ‘빅3’

 

세계엔 3대 신용평가회사가 있습니다.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미국에 본사가 있고, 피치는 영국계입니다. 현재 국제금융시장에서 이들 ‘빅3’의 파워는 막강합니다. 이들이 등급을 낮출 때마다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해당 국가의 경제는 요동을 칩니다. 그래서 일본이 한때 무디스의 평가에 반발하고 나서 국제적인 화제가 되기도 했죠. 현재 아시아와 유럽 국가들은 이들 빅3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체적으로 신용평가회사를 만드는 구상을 추진 중입니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전에는 ‘빅3’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빅3’의 직원들이 한국에 오면 정부 과장급이 나가서 햄버거 대접을 할 정도였죠.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 우리 정부의 태도가 180도 달라지고, ‘접대 수준’도 높아졌다고 합니다.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 평가단이 한국 신용등급 평가를 위해 5~6월쯤 서울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그들의 최대 관심은 북핵사태인데, 특히 한국의 새 정부와 미국 간 공조체제가 얼마나 잘되느냐를 지켜보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신용등급이 어떻게 변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자료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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