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의 상징 한전, 2020년 '차별'민낯
"비정규직 근로자 자살은 기록조차 안돼"
"정규직과 비정규직, 심리적 격차 여전"

[창업일보 = 윤삼근 기자]

한국전력공사(사장 김종갑. 이하 한전)가 비정규직의 근태관리를 아직도 일일이 수기로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2020년 공기업 맞나?' 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비정규직이 아직도 일일이 수기로 근무관리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한전. 조정훈 의원 제공.

한전이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으로 간편하게 신청하는 정규직에 비해 비정규직의 경우 연차, 휴가, 육아휴직 등 근무기록을 일일이 수기로 작성하게 함으로써 수기기록에 대한 부담감은 물론 심리적 박탈감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자살과 같은 중요 기록도 비정규직의 경우 단 한줄도 기록조차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대표적인 공기업 한국전력이 비정규직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아닌가 하는 지적도 일고 있다. 30일 조정훈 의원은 한국전력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이같이 밝히고 "한국전력이 창립 이래 모든 사업부 비정규직의 근무기록을 ERP 프로그램 없이 수기로 작성해왔다"면서 "이는 1898년 한성전기부터 본다면 약 120여년 세월 동안 변화된 게 없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한전 자료에 따르면 2020년에 한전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연차·병가·유연근무·육아휴직 등을 쓰려면 관리자 앞에서 일일이 수기로 작성해야만 한다. ERP시스템을 통해 편안하게 연차·병가·유연근무·육아휴직 등을 사용할 수 있는 정규직 근로자들에 비해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모든 것을 직접 얼굴을 마주하며 수기작성을 해야 만 했다. 또한, 한전 전 사업부에 퍼져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데이터는 3년 치만 보관 하도록 운영되어 왔기 때문에 비정규직 근로자의 현황을 즉각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20년 정규직, 비정규직 근로자의 휴가 등 사용현황 비교. 자료 한전. 조정훈 의원 제공

위 자료는 조정훈 의원의 자료제출 요구에 수기로 기록되어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취합해서 만든 자료이다. 한전은 자료를 제출하며 2020년도 육아휴식 사용 건은 0명이지만 아마도 대체인력을 뽑는 만큼 육아휴직 대상자는 없을 것이라 소명할 뿐이었다. 또한 육아휴직 대상자를 파악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다”고 답했다. 결국 수기로 하나씩 입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배려가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자살은 기록조차 남지 않아 수기 시스템은 비정규직 근로자의 흔적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즉 비정규직 근로자가 자살해도 종이 문서는 폐기될 뿐이다. 그렇게 기록 자체가 허락되지 않는다. 그러니 피부에 와 닿는 처우개선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2020년 8월 기준 한전 정규직은 23,156명으로 대비 비정규직은 172명, 비율은 0.74%다. 이는 2016년 정규직 20,951명 대비 비정규직 586명, 비율 2.79%에 비해 감소한 추세긴 하나, 여전히 남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 조 의원은 “대표 공기업 한전이 기업 문화 개선을 위해 하루빨리 과거의 껍질을 깨고 새로운 장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더불어 앞으로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눈치 안 보고 권리 누릴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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