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자격으로 받은 이자 할인액만 11억원
‘대출착오’ 개선위한 심사체계 강화 필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중소중견기업전용대출상품을 대기업에 대출해준 '대출착오'가 5년간 3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만큼의 중소중견기업이 혜택을 보지 못했다는 의미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중소중견기업전용대출상품을 대기업에 대출해준 '대출착오'가 5년간 3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만큼의 중소중견기업이 혜택을 보지 못했다는 의미다.

[창업일보 = 윤삼근 기자]

산업은행이 ‘중소중견기업 전용대출상품’을 대기업에 대출해준 ‘대출착오’가 최근 5년간 3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인한 이들 대기업군들이 중소기업 자격으로 받은 이자 할인액만 11억원이 넘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중소중견기업에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상품을 대기업군의 기업이 가져간 만큼의 중소기업이 혜택을 보지 못했다. 이는 대기업에 대한 부당한 지원이자 특혜”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대출심사에 심각한 문제가 있지않은가 우려를 나타냈다. 

24일 송재호 의원이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올해까지 상호출자제한집단에 해당되는 기업 25곳에 3,116억원에 달하는 중소중견기업 전용상품을 대출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기업집단별로는 OCI그룹과 현대중공업 소속 기업에 각각 700억원,  SK그룹에 611억원, 셀트리온에 450억원을 대출해줬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이다. 즉 계열사 자산을 다 합쳐서 10조원이 넘는, 사실상 대기업집단이다. 

자료 산업은행. 송재호 의원 제공
상호출자제한기업 소속 대기업군 기업의 중소중견기업 전용상품 대출 현황. 자료 산업은행. 송재호 의원 제공

상호출자제한집단 소속 기업들은 산업은행에서 운영 중인 중소중견기업 대출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다. 그럼에도 이들 기업들은 산업은행의‘전략특별부문 신산업(운영)자금’, ‘서비스산업(운영)자금’, ‘사업경쟁력강화(운영)자금’과 같은 중소중견기업 전용 대출상품을 이용했다. 또한 이 기업들은 해당 대출 상품을 이용함으로써 중소중견기업으로 자격을 인정받아 0.3%의 금리우대 혜택도 받았다. 대출 규모와 이용 기간에 따라 이 기업들이 받은 이자감면액은 11억 1,1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산업은행의 대출심사 과정이 명료치 못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들 25개 기업에 잘못된 대출이 이뤄진 데 대해 상품지원 요건 착오가 13건, 기업규모 분류 착오가 12건으로 밝혀졌다. 가령 2019년 1월 대출을 받은 모 기업은 현대중공업 소속 계열사임에도 산업은행은 상품지원 요건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700억원의 대출을 승인했다. 이렇게 대출을 받은 기업들은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의 만기 동안 중소중견기업 지위로서 대출 및 금리우대 혜택을 받았다.

문제는 이들 대기업군이 대출혜택을 본 만큼 진짜로 대출을 받아야 할 중소중견기업들이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송재호 의원은 “해당 대출 건들이 산업은행의 허술한 대출 심사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 문제다. 대출 착오를 개선하기 위한 심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창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