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그플레이션(stagflation): 경기침체하의 인플레이션 현상을 뜻한다. 침체를 의미하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경제활동이 침체되고 있는데도 인플레가 계속 높아지는 상태를 말한다. 즉 경기는 후퇴를 지속하는데도 불구하고 물가가 뛰는 이상현상이다. 요즘 우리 나라 경제가 이 스테그플레이션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의 지적이 많다. 경제활동이 침체하면 실업률이 높아지고 유효수요의 감퇴로 물가는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 경제상식이었다. 그러나 이전소득의 증대, 임금의 하향경직화 등으로 1970년경부터 주요 선진국에서는 긴축정책으로 경기가 침체해도 물가상승은 오히려 강세를 나타내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아래는 최근의 경기동향에 대해 스테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기사....[편집자 註]

 

소비는 줄어드는데 물가는 급등

 

한국 경제가 경기침체 속에서 물가가 뛰는 이상(異常) 증세에 빠져들고 있다. 경제성장에 급제동이 걸리고 경기하강 조짐이 뚜렷한 가운데 3월 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이 19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마저 낳고 있다. 통계청은 31일 “유가와 야채값, 신학기 납입금과 학원비, 수도권 시내버스·전철 요금 등이 인상되면서 3월 소비자 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5%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같은달 대비 물가 상승률이 4%를 넘어선 것은 2001년 8월(4.7%) 이후 19개월 만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도·소매 판매 증가율이 4년여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실업률이 12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경기가 하강세로 돌아섰다는 징후가 갈수록 역력해지고 있다. 이라크전쟁이나 북핵 문제의 전개 여하에 따라서는 올해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란 최악의 전망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이날 거래소 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는 이라크 전쟁 장기화 우려에다 정부당국이 올 경제전망치를 하향조정할 것이라는 소식이 악재로 작용, 지난 주말보다 20.63포인트(3.70%) 급락한535.70으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1.51 포인트(3.83%) 떨어진 37.77로 장을 마감했다.

 

3월 한 달 동안 물가는 2월 말에 비해 1.2% 올라 2000년 9월(1.3%) 이후 3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또 올 들어 3월까지 평균 물가상승률도 4.1%를 기록, 정부의 연간 물가 목표치인 ‘3%대 억제’를 위협하고 있다. 최근 물가 상승은 주로 이라크전쟁을 전후한 고(高)유가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3월 중 석유류 가격이 1.3% 올랐고, 수도권 시내버스와 전철요금이 각각 8.2%와 11.5% 인상됐다. 또 유가상승에 따른 비닐하우스의 연료 절감으로 채소류 출하시기가 늦춰지면서 농산물 가격이 지난달에 비해 2.5% 상승했으며, 새 학기 납입금과 학원비도 줄줄이 인상됐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올봄 임금인상이 맞물릴 경우 물가가 걷잡을 수 없이 폭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엇갈리는 스태그플레이션 전망

 

최근 물가와 경기 지표를 보면, 국내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을 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스태그플레이션에 본격 진입할 것인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우선 이라크전쟁이 얼마나 장기화되는 지에 달려있다는 견해가 많다. 삼성경제연구소 홍순영(洪淳英) 상무는 “1970년대초 1차 오일쇼크 때와 비슷한 스태그플레이션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라크전 장기화로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본격적인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宋泰正) 선임연구원은 “유가가 35달러 이상으로 5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의 충격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세대 이두원(李斗遠) 교수는 “전쟁이 아주 길어지지 않는 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면서 “그러나 호황기가 끝나는 시점에 전쟁을 맞은 미국이 전쟁 후 경기침체를 맞을 가능성이 높고, 그 여파로 한국도 장기불황에 빠지는 상황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KDI 심상달(沈相達) 박사도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아직 예측하기 힘들다”면서 “현 시점에서 확실한 것은 전쟁여파와 북핵위기에 따른 장기불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통계청 제정본(諸正本) 물가통계과장은 “3월 물가상승은 농산물 등 일시적 요인에 의한 것이고 4월부터는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며,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부인했다. 자료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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