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수의 Book&Story] 묵연스님 “다 바람 같은 거야”
[이봉수의 Book&Story] 묵연스님 “다 바람 같은 거야”
  • 이봉수 기자
  • 승인 2017.02.2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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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날은 바람이 매섭게 불어 옷을 두툼하게 입게 하고 잰 발걸음으로 목적지를 향해 뛰어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는데 어제는 바람이 없어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모습을 찬찬히 둘러볼 수 있어 여유로운 풍경이었다. 오늘은 비바람이 분다.

봄에 부는 바람은 얼어붙었던 대지를 녹이며 나오는 풀 냄새, 꽃 냄새, 새싹 냄새들이 한데 어우러져 여인들 마음에 봄바람을 불게 하는 산들바람.

여름에 부는 바람은 푹푹 찌는 뜨거운 태양을 피해 초록에 산과 강, 푸른 바다로 등 떠밀어 열대야로 지친 땀을 씻어내고 하룻밤 묵어가도록 쉼을 주는 하늬바람.

가을 바람은 알록달록 단풍으로 물든 산천을 남쪽에서부터 휘휘 돌아 북쪽으로 눈과 발걸음에 옮기며 춤을 추게 하는 색바람.

묵연스님 지음. 공 출간, <바람 같은 거야>. 책표지 알라딘. (c)창업일보.

겨울에 부는 바람은 봄, 여름, 가을 동안 수고한 대지와 산천을 쉬게 하기 위해 매서운 한기로 보호막을 치고 사람들이 바깥 출입을 못하게 하는 고추바람.

무작정 떠난 낯선 곳에서 의외의 사람을 만나고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촛불에 바람 불 듯 손쉽게 날려주며 들려준 詩가 묵연스님의 <다 바람 같은 거야>였다.

스님에 詩가 궁금해서 책을 샀더니 인생에 대한 詩15편, 사랑에 대한 詩15편이 전부였다. 분량에 대한 아쉬움으로 나도 어쩔 수 없는 속물이라는 생각을 하며, 바람 불 듯 휘리릭 詩를 읽어보니 바람이 좋아진다. 바람 부는 모습을 떠올리며 詩를 반복해서 읽으니 바람을 잡으려 했고 소유하려 했던 마음이 부끄럽다.

잡히지 않는 바람은 살랑살랑 봄을 지나 여름을 달구며 가을에게 이별을 고하고 겨울에 마침표를 찍는 척하다 다시 봄에게로 떠날 채비를 하며 계속해서 바람은 불어오고 떠나고 그리고 다시 온다. 그렇게 바람은 끊임없이 불어온다.

어차피 바람일 뿐인걸 촛불에 바람 불 듯 고뇌는 잃어버리고 산들바람을 맞으러 떠나는 것이 다 바람 같은 바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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