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반도체 부품‧소재 수출 규제를 계기로 반도체 부품‧소재 국산화와 반도체산업 생태계 조성의 필요성에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 많은 언론들이 ‘반도체 산업구조 선진화 연구회’의 보고서를 인용해 환경 규제 강화로 인해 반도체 소재 국산화가 어렵다는 보도를 냈습니다.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어 환경부가 자신이 발표한 보고서가 아닌데도 이례적으로 “화학물질관리법은 공장 건설을 제한하는 법이 아니”라는 설명자료를 발표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언론이 인용한 보고서가 반도체 부품‧소재 국산화의 어려움으로 지목한 주요 원인은 다른 데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거대 반도체기업이 국내 회사들에 대한 기술 지원이나 차세대 재료 공동개발에는 소극적이면서, 비용 절감을 위한 구세대 재료 구매처로만 한국 중소기업들을 이용한다는 것입니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를 보유하고도 반도체 프로세스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지원을 하지 않는 우리 정부의 문제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부품‧소재‧장비 국산화의 필요성을 제기해온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계의 불공정한 거래 관행과 대기업 독식 구조를 지적해 왔습니다. 실제로 반도체 슈퍼호황기였던 지난 2017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은 47%, 영업이익은 48조원이었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후방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5.9%, 영업이익은 8조원에 불과했습니다. 이런 구조에서 중소기업들이 살아남기만 해도 다행인데 기술개발에 투자할 여력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공정경제와 중소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중심에 둔 산업정책입니다. 문제의 본질을 무시한 채 이때다 싶어 환경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식의 여론몰이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을뿐더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오히려 환경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기술력과 안전‧오염 관리 노하우를 확보해야 합니다.

어제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일본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초당적 외교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당장의 문제를 풀기 위한 초당적 외교와 함께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불공정 관행 근절과 부품‧소재‧장비 업체들이 성장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 조성에도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합니다.

추혜선 국회의원
추혜선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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