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소설]지식창업 성공기 (6)아내의 가출
[기획소설]지식창업 성공기 (6)아내의 가출
  • 권영석
  • 승인 2019.06.17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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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들이 나간 후에 회사는 더 힘들어 졌네. 고객들은 이탈하고 나는 기업을 살려야만 한다고 생각했지"

"그게 가능했고 나만이 할 수 있다고 했어. 오히려 내 능력을 멋지게 보여주리라고 한껏 들떠있었네. 성공에 집착했네.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더욱 성공에 집착했지. 직원들에게 하루에도 수십번 화를 내며 그들을 ‘머저리들’이라고 몰아부쳤지. 침낭을 가져다놓고 사무실에서 잤네. 그들의 실수 때문에 내가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믿었네. 집에도 여러 날을 못 갔어. 아내는 연락도 하지 않았네. 이미 회사가 어려워 사무실에서 밤새워 일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

2층에서 아가씨가 커피를 가져왔다. 나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우리 부서에서 함께 일한 영희씨였다. 구조조정으로 함께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녀는 내가 온 것을 알고 있었다.

“내 딸이네. 회사에 딸과 아버지가 같이 일한다는 것은 좋은 일만은 아닐세.”

그는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영희씨는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내게도 커피를 건넸다.

“10일만에 집에 들어갔네. 집엔 아무도 없었어. 방과 거실엔 냉기가 돌았지. 화장대위에 편지가 놓여 있었네. 아내가 편지를 써놓고 나가버렸어. 황당했지. 애도 다 키워놓았으니 자신의 삶을 살겠다고 옷가지와 예물들을 싸들고 나갔네. 아내는 결혼을 하고 계속 직장을 다녔으니까 생활엔 어려움이 없을 거야.”

그는 짧게 한숨을 토해냈다.

“이미 모든 준비를 해놓았던 거네. 처갓집에나 가있겠거니 생각하고 전화를 걸었네. 하지만 거기에는 오지 않았다는 거야.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네. 아내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꼈어. 아내를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았지. 직장에 가면 찾을 수 있었지만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았어. 제 발로 나갔다고 생각하니까 자존심이 허락을 하지 않더군.”

김전무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잠도,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출근을 했지. 그날도 여전히 아침부터 직원들을 불러 볶아댔지"

"영업팀장을 불렀어. 이탈고객 리스트를 가져왔지. 이것도 못 막으면서 팀장자리를 지키고 있느냐, 격분해서 월급 버러지들이라고 소리쳤지. 영업팀장이 평소와는 다르게 나를 빤히 쳐다보는 거야. 더욱 화가 나서 결재판과 재떨이를 집어 던졌지. 이젠 나를 오랫동안 노려보았어. 그리고는 책상위에 꽃병도 던지라고 주었어. 갑자기 당황스러웠지. 그는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항상 고개를 굽실거렸었지. 그가 갑자기 달라졌어. 그에게 돌아가라고 하고 멍하니 주저앉아 있었네. 처음에 화가 났지만 그가 측은해 보였어. 나뒹군 결재판과 깨진 재떨이를 보았지. 햇빛이 비쳐 깨진 유리 조각들 사이에서 작은 무지개들이 끊임없이 튀어 오르며 반짝였네. 재떨이에서 처음 느껴본 아름다움이었지. 직원들을 하나하나 떠올렸어. 책상위에는 서류와 결재판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네. 갑자기 자신에 대해서 울분이 치밀어 올랐지. 누구를 위해서 이 짓을 하고 있나? 나를 위해서? 이것이 나의 행복인가? 이것이 원하는 행복인가? 내가 지금 행복한 것인가? 허탈해지기 시작했어. 아내의 가출이 떠올랐네. 폰 메시지로 대학동창의 부고가 날아왔네. 일찍 퇴근하고 졸업앨범을 찾아보았어. 50대 중반에 벌써 사라진 얼굴들이 몇 되었지.”

김전무는 커피를 음료수 마시듯이 길게 들이마셨다. 

“다음날 이사회에 그만두겠다고 통보를 했네. 나도 때론 용감해 지고 싶었어. 영업팀장처럼 말이지. 아내처럼 말이야. 아내가 밉지 않고 사랑스러웠어. 인간을 이해하고 싶었네."

"그보다도 나 자신을 찾고 싶었지. 그동안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던 거야. 스스로를 가치 있다고 여기지 않았어.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뭔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지. 직원들이 내게는 모두 과거의 실수투성이들로만 보였어. 그들을 위해서 뭔가를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을 몰아붙이고 상처주고 다그치는 거였어"

"직원들을 개선시켜야 한다는 내 방식이었어.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자신을 미워하거나 자괴감으로 다그치는데 익숙하고 편안함을 느끼네. 그것을 투사시켜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동일하게 느끼려 하네. 나는 늘 무언가에 쫓기듯이 두려웠고 불안했어. 그때마다 직원들에게 자괴감을 주기위해 더 화를 내고 다그쳤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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