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수출전략 전면 재검토해야”

(창업일보)이석형 기자 = “buy american and hire american : 미국産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

20일(현지시간) 취임한 제 45대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취임사를 요약한 것이다.

이날 트럼프는 취임사를 통해 "오늘부터 새로운 비전이 우리나라를 다스린다. 그것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다. 모든 무역과 세금, 이민정책, 외교문제에 대한 의사결정은 미국인 노동자와 미국인 가정의 이익을 위해 이뤄질 것이다"고 미국최우선주의를 재천명했다.

그가 선거 유세 기간 동안 내세웠던 미국중심주의 메시지가 그대로 담겨 있다.

트럼프는 “미국 제품을 사는 것과 미국인을 고용하는 것”이라는 두 가지의 단순한 규칙을 내세웠다.

선거 과정에서의 구호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기 까지 회의적이었던 전문가들도 이제는 '트럼프 시대'에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일(현지시간) 미국 45대 대통령 취임 퍼레이드가 진행 중인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인 멜라니아 여사, 막내아들 배런과 함께 펜실베니아 애비뉴를 걸으면서 환영 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c)창업일보.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전 세계 통상 환경이 급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도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폐기까지 거론되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볼때 멕시코에서의 생산이나 중국을 통한 미국 수출 등은 전략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때문에 통상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물론,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경제 부처들은 연일 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산업부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우태희 2차관 주재로 '5차 대미 통상 실무작업반 회의'를 열고 통상 현안에 대해 민관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산업연구원(KIET)은 미국 신정부의 통상정책으로 우리 산업에 미칠 영향을 업종별로 검토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한 대응책 모색을 건의했다.

기재부도 20일 최상목 1차관 주재로 범정부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를 개최해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미 경제정책의 변화와 영향 점검을 했다.

정부는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글로벌 공급과잉 품목인 철강·화학 제품 등에 대한 미국의 반덤핑·상계 관세 등 수입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미 FTA 이행 이슈 등 양국 통상현안에 대한 미국 측의 압박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린 6대 국정기조를 통해 모든 미국인을 위한 무역협정을 공언했다.

국정기조에 공정무역을 위한 강력한 싸움을 통해 미국의 일자리를 복원시키고, 임금을 올리고, 미국의 제조업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한-미 FTA 재협상까지 압박할 수 있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상무부 장관에게 모든 무역협정 위반을 조사토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윌버로스 상무부 장관 내정자와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NTC)위원장 내정자는 트럼프 대통령 후보 시절, 한-미 FTA에 대한 부정적인 정책 보고서를 내며 재협상을 압박하기도 했다.

미-중간 통상마찰도 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파급 효과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5.1%에 달한다. 특히 대(對)중국 수출에서 반도체, 부품 등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70% 이상이다. 중국에서 가공한 뒤 미국으로 재수출하는 현재의 구조는 미-중 통상마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으로 중국의 대(對)미 수출이 10% 감소할 경우 우리나라 총수출은 0.36% 감소한다는 추정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 주력품목인 전자·반도체, 석유화학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환율 조작국 지정 문제, 리쇼어링(Re-shoring, 해외로 나간 기업이 자국으로 회귀하는 현상)으로 인한 투자유입 위축 가능성 등이 위협요인으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신정부 출범 직후 여러 채널을 통해 정책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우리 입장이 반영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앞서 아베 일본 총리는 지난해 9월 재팬소사이어티 회장을 맡았던 윌버 로스 내정자를 만난 가운데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 제프 세션스 법무부 장관 내정자 등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통상관련 공약이 실행으로 옮겨지는 단계에서는 가장 큰 쟁점이 될 TPP를 제외하면 한-미 FTA가 재협상의 첫 번째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선거 후 대통령 당선자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고위급 채널과 민간 채널을 통해 전방위로 접촉해 정책이 실현되는 과정에서 우리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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