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대표의 창업기 "정부창업지원제도 적극 활용하라"
L대표의 창업기 "정부창업지원제도 적극 활용하라"
  • 권영석 지식창업연구소장
  • 승인 2019.06.08 1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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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장님 센터를 그만두고 러시아에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L대표는 어두운 표정이 되었다. 그는 센터에 입주한지 1달도 안됐다. 마음을 잡지 못하고 방황했다. 창업과 관련하여 정부지원정책을 활용하는 방법도 몰랐고 그런 정책이 어디에 있는 줄도 몰랐다. 정부지원프로그램을 받기위하여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것도 몰랐다. 창업을 지원하는 지원정책은 중앙정부와 지자체 모두 합치면 2천여가지가 넘는다.

“재취업을 했나요?”

“그런 일이 아니라…죄송합니다. 저를 선정해 주셨는데, 부응도 못하고. 사정이 있어서…”

그는 머뭇거렸다.

“취업도 아니면 무슨 일인데 그러십니까?”

“실은 아내가 러시아에 간지 1달이 넘었는데 안돌아옵니다. 아무래도 러시아에 가봐야 할 것 같아서.”

그의 아내는 금발의 아름다운 러시아인이다. L대표는 내게 지갑에서 멋있는 아내의 사진을 보여준 적이 있다. 결국 그는 자리를 비운 채 러시아로 떠났다. 내 경험으로 이제 그는 센터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의 창업아이템은 초음파영상진단의료장비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의 학력은 공고졸업이 전부였다. 세계적인 의료업체의 해외 메디칼시스템분야에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한 경험과 국내 의료기기개발업체로 옮기면서 연구실장으로 근무를 했었다. 그의 경력은 20여년 정도 되었다. 의료장비시스템을 개발해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에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해서 선정을 하였다.

대체로 의료장비 사업아이템은 인류의 생명과 직결되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정부규제도 까다롭고 허가도 오래 걸리며 사업성공도 높지 않다. 성공률이 낮기 때문에 정부지원프로그램 심사도 매우 까다롭다. 또한 사업아이템 개발기간이나 매출을 발생시키는 기간까지는 대략 3년을 훨씬 넘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에게 기대는 하지 않았다. 센터 초창기에 입주지원자들이 적었기 때문에 사무실 좌석이 남아돌아갈 판이었다.

창업센터는 개소한지 두달이 지나지 않았다. 센터 실적을 빨리 올려야하는 나는 다시 공고를 내서 예비창업자를 모집했다. 입주기업들의 매출 및 고용실적이 부진하면 센터는 열자마자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취소될 수 있다.

4개월이 지났다. L대표로부터 메일이 왔다. 나는 그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센터내의 모든 업무를 혼자 처리하던 나는 정신없이 바빴다. 그가 누군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메일도 열어보지 않고 지나갔다. 의도적으로 그런 것이 아니라 관심없는 메일은 열어볼 시간도 없었다.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센터장님 혹시 제가 다시 입주할 수 있나요?”

나는 처음에 그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통화중에 그가 러시아라고 얘기를 했을 때야 기억이 났다. 메일은 그가 러시아에서 보냈다. 러시아에서 아내와의 문제는 잘 해결되었다고 했다. 아내와 다시 서울로 어제 귀국했다. 그는 마음이 급해서 러시아에서 메일로 보내고 귀국하자마자 내게 전화를 했다. 다행히도 빈공간이 있어서 입주모집을 하고 그는 다시 입주를 했다. 각오와 집념이 대단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는 정말 열심히 시니어창업스쿨 과정을 수료했다. 사업계획서 작성방법도 몰랐고 창업에 대한 방법도 몰랐다. 직장생활동안 그는 오로지 의료장비소프트웨어 개발만 전념했다. 하지만 20여년의 직장생활에 회의감이 들었다. 결혼도 못했고 큰 돈을 모은 것도 아니었다. 48살이 되었을 때 고졸학력으로 소프트웨어개발 실장으로 있는 것도 버거웠다. 그는 창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창업에 대한 방법도 기업체 운영에 대한 노하우도 모아놓은 자금도 없었다. 그는 빈손으로 창업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센터의 6개월 생활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이젠 사업계획서를 스스로 작성했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입주동기생들과 정보를 나누며 창업계획서 작성방법을 열심히 배웠다. 센터입주회원사들은 6개월이 지나면 재입주 심사를 받아야 한다. 물론 심사기준은 시장성과 기술성, 매출, 고용실적 등이 있다. 그는 어떤 실적도 없었다. 시장성도 가시적으로 나타나려면 앞으로 2~3년은 지나야 했다. 센터의 입장에서 보면 그는 탈락이 확실했다. 입주사들과 간담회가 끝나고 저녁을 먹었다. 그가 잠간 보자고 했다.

“센터장님 실은 제 집사람은 지금 러시아에 있습니다. 제가 데려오려고 했지만 계속 거기에 있겠다고 해서 저 혼자만 왔습니다. 제 처지가 지금 몹시 안 좋습니다. 반드시 창업을 해야만 합니다. 집사람을 데려오기 위해서는 그 방법밖에 없습니다. 현재 창업맞춤형 사업에 서류 합격이 되고 대면 평가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쉽게도 창업맞춤형사업은 대면평가에서 떨어졌다. 센터재입주는 다행히도 공간이 남았기 때문에 전원 통과되었다. L대표는 밤을 낮 삼아 배우고 쓰고 조사하고 연구하고 고쳐 썼다. 최신 기술들을 의료시스템에 접목시키려고 노력했다.

마침 3D로 구현하는 VR교육이 있었다. 그는 VR을 그의 시스템에 접목시키고자 밤새 프로그래밍 코드를 가지고 키보드를 두드렸다. 초음파사진은 현재까지 2D만 활용되었다. 해가 바뀌자 그의 창업계획서는 3D와 VR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솔루션의 범위에 대해선 뇌부문의 MRI에 적용 할 것인지 X-레이분야에 적용할 것인지 확정을 못했다.

2차 멘토링을 하던 날 그는 표정이 밝았다. 평소 굳은 얼굴과는 대조되었다.

“아내가 임신했다고 연락이 왔어요. 저는 결혼 4년째입니다. 아내가 한번 유산을 하고 그 뒤로 임신을 못했어요. 제 아이템은 정해졌습니다.”

“무엇으로 정하셨나요?”

“임산부의 초음파사진으로 정했습니다. 2D로 되어 있는 사진을 3D와 VR로 전환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예정입니다. 지금은 태아의 형태만 볼 수 있지만 이제 태아의 발육상태와 입체 모습을 모두 볼 수 있습니다. 당장 사업계획서도 그 분야로 쓸 생각입니다.”

그는 흥분되어 말했다.

“향후에는 뇌의 성장 부분을 집중하여 구현할 생각입니다. 제 아이의 진화과정을 VR로 생생하게 보고 싶습니다. 태아의 뇌는 임신상태에서 거의 다 자라게 됩니다. 뇌 성장이 미숙하면 아이는 자폐아가 되거나 미성장 발육상태로 태어나 장애아가 되거나 나중에 폭력성이 강한 범죄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는 20여년간 의료기기 소프트웨어개발로 의료지식도 상당부분 가지고 있었다.

“산모의 배속에서 단 10개월 동안 38억년의 기나긴 진화과정이 진행됩니다. 제 아이가 인간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고 싶어요. 어류와 양서류, 파충류의 모습을 그리고 포유류의 모습과 영장류의 모습으로 진화하면서 서서히 당당한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날 것입니다.”

그는 흥분해 있었다.

“진화과정에 작은 문제라도 생기면 인간으로 태어나지 못하고 진화는 멈추게 됩니다. 특히 가장 최근에 진화한 뇌부분에 문제가 생기면 외모는 인간이지만 인간의 뇌가 아닌 파충류의 뇌이거나 침팬지의 뇌가 되고 말지요. 그래서 두발로 걷지 못하거나 얼굴에 감정을 표현하거나 언어를 습득하는 데 한계를 갖지요."

L대표의 얼굴엔 희망과 슬픔의 감정이 강렬하게 교차했다. 임산부의 초음파 태아사진을 3D와 VR로 변경하여 태아의 상태를 입체로 관찰하고 진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멘토는 나였지만 정작 내가 멘토를 받는 느낌이었다. 그는 체험하듯이 생생하게 볼 수 있는 도구인 HMD(Helmet Mounted Display) 개발도 사업계획서에 포함시켰다.

2억5천만 년 전 시베리아의 거대한 화산분출이 일어났다. 그 뒤로 100만년 동안이나 유독가스와 먼지가 대기를 뒤덮었다. 햇빛은 차단되어 지구는 냉기가 감돌았다. 이때 일부 파충류는 포유류로 분화했다. 대부분 포유류는 파충류의 알로 종족 번식하던 방식을 안전한 자궁수태방식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노천에 알을 낳는 방식보다는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화산이나 지진을 피하여 따듯한 몸속에서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다. 자궁수태는 위험을 피하여 종족을 번성 시키려는 진화의 결과이다. 뇌는 엄마의 안전한 배속에서 거의 다자란 상태로 나온다. 그래서 태어난 아이의 머리는 다른 신체 구조보다 유독 크다.

하지만 아이는 태어나서 바로 걷지 못하고 네 발로 배를 대고 기어 다닌다. 악어와 같은 파충류의 습성이 아직 남아있는 탓이다. 배를 하늘로 보고 뉘어놓으면 불안하기 때문에 악어나 거북이처럼 자꾸 뒤집어서 배를 바닥에 대고 기는 것도 마찬가지다. 진화의 과정이 덜 끝났기 때문이다. 인간은 하늘을 보고 눕도록 진화되었다. 그것이 더 편함을 느낀다. 이 모든 과정이 마무리되어 나온다면 아이가 너무 커서 어머니의 좁은 자궁에서 나올 수 없다. 산모가 죽을 수 있다.

태아는 미숙한 채로 나와 덜 진행된 진화과정을 1~2년내 마무리 해야한다. 두 다리는 점점 더 커지고 뼈는 튼튼해져 직립 보행을 할 수 있다. 초원의 다른 포유동물들은 태어나자마자 네발로 걷는다. 앞발 두개를 도구를 잡는 손으로 활용하고 뒤의 두발을 걷는 데 활용하기 위해서는 1천만년보다도 더 긴 진화의 시간이 필요하다. 갓 태어난 영아는 직립보행의 진화를 단 1년 만에 해내야 한다. 그 과정을 완수해야 그는 진정 인간으로 태어난다.

L대표의 이야기는 인류의 생존과 관계되어 재미가 있다. 그와 상담을 하면 의학지식 뿐만아니라 멸종을 피하려는 인류의 험난했던 진화과정의 비밀도 들을 수 있다. 제품개발이 완료되면 곧바로 지식창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그는 임산부를 대상으로 직접 BtoC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아카데미를 통해 임산부들은 태아의 올바른 뇌성장과 신체의 균형적인 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책을 출판하여 홍보도 하고, 태아의 진화과정과 뇌성장, VR 초음파 사진 활용법 등을 담을 예정이다. 그의 진정한 목표는 지식창업이다. 임산부와 태아가 건강한 인간으로 태어나기를 돕는 것이다.

블로그와 카페운영 및 SNS 마케팅 전략도 멘토링을 받아 수립해 놓았다. 그는 열정적이고 눈코 뜰새없이 바빴다. 지식창업은 학력이나 스펙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지식과 경험이 중요하다. 50:50으로 출자한 중국 총판과도 회사설립 계약이 협의 중이다. 중국의 임산부는 년 2500만 명이라고 한다. 현재 100여개의 제품이 중국병원을 통해 여러 개의 성에 출시되었다. 테스트베드를 진행 중이다. L대표의 소프트웨어 개발 직원은 10여명이 넘는다. 다른 2개사도 협력하여 프로그램 개발 및 테스트와 추가개발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어쨌든 나는 그의 태아가 7만년 전 북쪽의 거친 환경에 적응한 친척과 이상향을 품고 더 남쪽으로 내려온 한반도의 친척을 만나 건강하고 도전적이고 열정을 지닌 인류모습으로 태어났으면 한다.

그는 정부지원사업을 체계적으로 활용하여 2년만에 창업성장기반을 다졌다. 창업초기 센터 입주로부터 창업교육, 사무실 공간, 마케팅 지원프로그램, 그리고 창업자금을 모두 정부에서 지원 받았다. 그는 현재 창업센터를 떠나 모정부지원연구원의 사무공간에 입주해 있다. 창업성장기술사업 계획서가 선정되어 2억원을 지원 받았다. 3개기업이 콘소시엄형태로 지원한 ICT 유망기술핵심사업에도 선정되었다. 앞으로 8억 원을 연도별 매출과 고용실적 등 평가에 따라 지원받을 예정이다. L대표는 3개 기업의 주관사업자이다.

2018년엔 약 5억 정도의 제품을 병원에 공급하고 중국시장을 중심으로 BtoC 영업을 전개한다. 러시아도 아내의 배경을 발판으로 공략계획을 세워놓았다. 그의 아내는 러시아 총판 매니저로 머물면서 한국을 오갈 것이다. 러시아 현지화를 위해 처가에 머물면서 임산부로 테스트베드를 진행하고 있다.

L대표는 자신의 돈을 거의 쓰지 않았다. 물론 그동안 생활비는 혼자 생활했기 때문에 모아두었던 돈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그는 한때 아내와의 관계도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제 완전히 극복한 상태다. 창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창업을 하려면 지금 중소벤처기업부<www.smba.go.kr> 사이트로 들어가 보라. 다음 메뉴 상단에 <지원정책>을 클릭하고 좌측 메뉴에 <창업벤처>를 클릭해보라. 그리고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정부지원정책을 선택하라! L대표는 그 화면을 수도 없이 보았다. 쓰고 고치고 쓰고 또 썼다. 학력은 짧지만 그는 정직하고 성실하고 도전적이고 열정적이다. 그가 5만년 전 우랄산맥에서 이상향을 그리며 남쪽을 향해 떠난 후손인지도 모른다. 그는 아내가 살고 있는 남부우랄의 평원을 몹시 그리워했다. 그리움의 열정이 그를 창업의 성장으로 이끌었다. 안타깝게도 나는 초기에 가장 중요한 그것을 보지 못했다.

 

권영석. 한성대학교 교수.
권영석. 한성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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