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소설]지식창업성공기...(4)"김전무를 만나다"
[기획소설]지식창업성공기...(4)"김전무를 만나다"
  • 권영석
  • 승인 2019.05.21 1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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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을 당한 나는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구조조정을 당한 나는 노동일을 하는 등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구조조정을 당한 나는 IT기업에 입사원서를 제출했지만 S/W개발 경력이 적고 나이가 많아 재취업이 어려웠다.

물론 건축설계 프로그램을 개발했지만 팀 프로젝트로 진행한 일은 아니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경력인정을 받지 못했다. 서류심사에 통과한 곳이 2-3곳 있었으나 면접에서 낙방했다.

3개월을 쉰 나는 취업이 안되자 동네 어른인 김씨를 따라다니며 노동일을 했다. 인맥이 넓은 오야붕 김씨는 공장을 짓는 일, 미군부대 막사 짓는 일, 우물을 파는 일이나 일거리가 없는 겨울에는 폐광이 있는 산에 가서 개미집같이 뚫린 동굴들을 따라 시커먼 금줄을 찾아 나서기도 했다.

수염을 깍지 않아 양볼옆으로는 구렛나루가 자랐고 얼굴은 구릿빛이 감돌았다. 팔뚝에서 굵은 핏줄들이 노동자들처럼 튀어나왔다.

그렇게 8개월을 보낸 후 운좋게도 B택배회사의 ERP시스템 개발 프로젝트 팀에 취업이 되었다. ERP개발 프로젝트는 1년간 진행되었고 밤낮으로 열심히 개발한 끝에 시스템 개발은 잘 마무리 되었다.

프로젝트가 끝나자 개발요원이 필요없는 회사는 운영직원 2명만을 남긴 채 경력직원으로 입사한 직원들에게 권고사직의 카드를 내밀었다. 팀장을 포함하여 3명이 사직을 당했다. 나도 대상자였다.

ERP시스템 개발 초기 회장이 팀장을 불러 프로젝트가 잘 끝나면 모든 그룹사의 전산실을 모아 그룹차원에서 IT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팀장은 설립될 IT기업의 이사로 갈 것이라고 믿었고 우리는 꿈에 부풀었다.

팀장은 나를 승진시켜 데려가겠다고 술자리에서 입버릇처럼 말했다. 

다시 실직을 당한 나는 몹시 지쳐있었다.

물류정보시스템 개발을 맡아 프로그램을 개발할 동안 전혀 쉬지를 못했다. 여름휴가도 반납하고 프로그램 개발에 몰두했다. 몇 개월 쉬면서 다시 직장을 알아보기로 했다. 다행히도 Y재단법인의 기술직 팀장에 채용되었다.

회원으로 가입된 기업들의 제품에 바코드를 부여하고 이 코드를 추적하여 물류정보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기업간 물류유통시스템 개발을 시범프로젝트로 추진했다. 프로젝트가 끝나자 다시 나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퇴직하게 되었다.

그 다음에는 S/W 개발 연구소, 신혼부부들을 대상으로 한 쇼핑몰, 물류회사…. 이렇게 해서 11번을 퇴직하고 12번을 이직했다. 그 동안 창업에 관련된 책도 한권 냈다. 강연요청이 몰려들어 직장을 그만두었다.

강연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했고 인세도 제법 들어왔다. 하지만 1년도 지나지 않아 강연요청은 사라졌고 인세도 줄었다. 나는 실의에 빠졌다. 40대 초반에 피곤한 인생에 지쳐있었다. 더 이상 취업도 되지 않았다.

공원 가는 길에 은행나무 밑 공터에서 빨간 이층버스를 주차시켜놓고 누군가 고민상담을 했다. 어떤 고민이든 무료로 상담을 해준다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혹시 내 고민도 풀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에 무심코 버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깜짝 놀랐다.

김전무를 만났다. 마이컴으로부터 구조조정을 당하고 8년만이었다. 피하고 싶은 인물이었다. 그는 폭언과 분노를 쏟아내는 폭군전무였다. 근무시절 그의 분노에 찬 언성이 사무실 두 개 층을 쩌렁쩌렁 울리면 주변은 순식간에 얼음장이 돼버렸다. 더군다니 현재 내 상황은 안 좋았다.

"월급 거렁뱅이같은 놈들, 이따위 일을 하면서 월급을 꼬박꼬박 받아 처먹어!"

직장생활시절 그가 직원들을 향해 입버릇처럼 내뱉던 명언이었다. 결재판과 재떨이를 집어던지던 그가 떠올랐다. 순간 방어적이고 긴장되어 움찔거렸다. 하지만 발길을 돌릴 수도 없었다.

“어서 오게. 과거의 내 모습을 기억하고 있나보군.”

김전무는 금방 눈치 챘다. 내 어깨를 두드리며 끌어당겼다.

“긴장했군. 나는 바뀌었네. 옛날의 내 모습을 떠올리지 말고 지금의 나를 보게.”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이층버스를 갤러리처럼 끌고다니며 전국을 유람했다. 빨간 이층버스는 런던거리를 돌아다니던 명물버스였다.

“여기 앉게.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고민거리가 있나보군.”

그가 반갑게 맞아주어 긴장이 풀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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