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경험도, 자본도 없어요. 현재 사업 아이템도 없고요. 무얼 해야 할 지 망막한 심정으로 왔습니다. 취업도 안 되고…”

시니어창업센터를 내방한 40대 중반의 여성은 자리에 앉자마자 절망적으로 말했다.

“지식이나 직장생활 경험이 없어도 지식창업이 가능합니다. 지금부터 그것을 같이 찾아보도록 합시다.”

1시간여 대화를 이어나갔다. 많은 것을 말씀해 주시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창업 아이템이 정해지지 않은 경우는 상대방의 경험이나 지식, 관심거리와 취미 등을 찾아야 한다. 즉 자기분석부터 진행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찾아내야 한다.

처음엔 머뭇거리더니 그녀가 살아온 인생이야기와 주변 생활, 그리고 취미 등에 대해서도 얘기를 해주었다. 상담을 하는 도중에 사소한 일상생활의 아이템으로 창업이 가능하다고 하자 다소 용기를 내 상담에 응했다.

그녀는 이혼한 상태로서 결혼하기 전 대학을 졸업하고 디자이너로서 직장생활을 3년 정도 한 경험이 있었다. 그 외에는 평범한 주부처럼 20년을 지내왔다. 1남1녀를 두고 있었지만 고등학교 2학년 딸을 자신이 키우고 있다고 했다.

사업 가능한 아이템들을 멘토링 일지에 적어나갔다. 개인의 경력과 지식 등을 정리했다. 주부로써 아이를 키워온 경험, 디자이너로써 경력 활용, 이혼 경험자로써 부부관계, 잠시 꽃집 아르바이트를 한 일, 수능생 엄마로써 아이의 내신성적 관리, 취미로 오랫동안 해왔던 뜨개질, 집안 살림정리, 고양이와 관련된 내용 등 여러 가지를 찾아낼 수 있었다.

살아온 인생에 대한 얘기를 하며 그녀는 즐거움과 고통, 슬픔을 넘나들어 잠시 회상에 젖기도 했다. 부부관계를 얘기할 때는 아직도 상처가 남아있는지 울먹거리며 짧은 탄식을 자아냈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과 관련하여 다양한 사업아이템들을 소개하자 놀라는 눈치를 보였다.

“제 수준으로 창업이 가능할까요? 그건 사업자본이 있어야 하지 않나요? 저는 경영에 대하여 아무 것도 몰라요.”

그녀는 사업아이템을 제안할 때마다 학력과 창업비용을 들어 용기를 내지 못했다. 이혼 생활로 자존감도 많이 떨어져 있었다. 무자본 지식창업은 마음속의 자산을 반드시 자본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전적으로 ‘자신을 스스로 사랑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존감 회복이 제일 중요하다.

자존감은 창업하는데 자신감과 자기 확신을 불러일으킨다. 자존감이 살아나지 않으면 자신의 마음속 무형 자산을 자본으로 인식하지 못한다. 자신의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의 상처가 있다. 남편과의 이혼으로 트라우마가 있는 여성은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다. 기억은 자주 이혼의 상황을 떠올리며 자신을 비난과 자책과 남편에 대한 분노로 몰아간다. 이러한 작용이 자신의 소중한 지식과 경험의 가치를 훼손시킨다.

상처를 떠올릴 때마다 자신을 방어하려고 고민한다. 이때 어떤 방어기제를 쓰느냐에 따라 미숙한 방어기제와 성숙한 방어기제로 나눈다. 지식창업 멘토는 이혼한 여성을 성숙한 방어기제로 이끈다. 여성이 겪은 상처나 트라우마를 긍정적인 감정이나 가치 있는 자산으로 변화시킨다.

예를 들면 이혼한 경험을 바탕으로 상처를 당한 사람들이나 그런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빌어 코칭을 하거나 책을 쓰고 컨설팅을 한다. 실패나 좌절도 활용하기에 따라서 훌륭한 가치를 지닌다.

지식창업은 실패할 때마다 그것을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 마음가짐 즉 훌륭한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한다. 원래 실패란 단어조차 없는 것이다. 실패도 더 큰 성과를 위한 하나의 소중한 성과이기 때문이다. 단지 그것이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이고 또한 ‘실패’라는 불명예스러운 단어로 불리기 때문이다.

나는 여성에게 여러 가지 창업 가능한 아이템들을 예로 들어주고 이미 유사한 분야에서 성공한 지식창업 사례들을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자신감이 없었다. 3일 후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다음에 한 번 더 상담하시고 제가 소개한 창업아이템들 중에 자신이 하고 싶은 것 한 가지를 결정해서 오세요. 그리고 이것을 작성해 오세요.”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베풀고 싶은 것 등을 적는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버킷리스트는 젊었을 때 한 번 적어본 적이 있다고 했다.

3일 후에 센터를 내방했을 때 그녀에게 여전히 활기 없는 기운이 느껴졌다. 나는 그동안 자존감 회복을 위한 심리학 서적들과 연구논문들을 열심히 찾아보았다. 에니어그램 성격유형분석과 강점분석을 진행했다. 자존감은 자신의 강점과 가치를 찾아낼 때 그리고 인생의 목표를 가질 때 쉽게 회복될 수 있다.

“대표님의 강점은 열정, 감사, 사랑, 심미안, 진실성입니다. 이 강점을 활용하여 성공하거나 행복했던 일들을 떠올리세요.”

그녀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에 그녀의 표정이 조금씩 밝고 환하게 바뀌었다.

“대표님의 성격은 2번 유형으로서 봉사자의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진단결과 현재 의식수준이 분열상태로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어요. 다른 사람에게 비난과 책임을 돌리고 남의 의도를 믿지 못하고 냉담한 상태를 유지하는 상태입니다. 자신을 억압하지 마시고 모든 것을 내려놓으세요. 마음을 비우신 다음 자신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스트레스를 벗어나 의식을 통합상태로 가져가는 방법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나는 그녀가 남편에 대한 감정을 아직도 가슴속에 묻어 두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검사를 마치고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게 되자 그녀는 편안해 보였다. 나는 버킷리스트를 검토하고 그녀의 성격과 강점을 분석하여 창업 아이템을 추천하려고 했다. 꽃과 모발서비스의 결합 혹은 고양이와 모발서비스의 결합이 적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봉사자로서의 성격특성을 가지고 있는 그녀에게 적합한 분야라고 생각했다.

“매니저님의 얘기를 듣고 고민하다가 고양이 관련 사업아이템을 정했습니다. 제게는 10년 이상 된 고양이가 있습니다. 고양이에 대해서 내용들을 찾아봤는데 의외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여러 부문을 공감도 하고 나라면 이렇게 하겠는데 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창업 아이템이 정해졌다. 그녀는 표정이 밝아졌고 활기가 돌았다. 다행히도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무료교육이 다음 주부터 1달간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녀는 신청서를 간단히 작성해서 접수했다. 교육은 기업가정신과 비즈니스 모델수립, 창업계획서 작성법, SNS 마케팅, 세무와 창업경진대회, 예비창업자를 1:1로 지도해주는 멘토링 등으로 이루어졌다. 교육이수를 하면 여러 가지 정부지원사업에 가산점이 부여되었다.

그녀는 열심히 배웠다. 제일 먼저 나와 제일 앞에 앉았고 제일 늦게 남아 강사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열정은 그녀의 첫 번째 강점이었다. 그동안 자신의 열정을 억압하고 있어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줄 몰랐다. 봉사자성격의 전형적인 특성이었다.

하지만 이젠 자신을 당당하게 표현하고 용기와 열정이 있었다. 두 달 교육을 마쳤을 때 그녀는 사업가로 변해있었다. 미흡한 측면이 있었지만 10여 페이지나 되는 창업계획서를 스스로 작성했다. 고양이에 대한 사업아이템의 니치마켓을 찾아내고 SNS 마케팅 계획을 수립했다. 디자인 직장 경험도 도움이 됐다. 모발 폰을 활용하여 고양이와 연계된 서비스를 발굴해냈다.

교육중에 창업진흥원에서 하는 마케팅지원사업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 지원 프로그램은 시니어 기술창업센터에 입주한 창업자들만 기회가 주어졌지만 올해부터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창업교육을 수료 혹은 예정자에 한하여 지원서를 접수할 수 있었다. 선정이 되면 천만원 내외의 마케팅 지원 금액도 제공된다.

외부 업체를 선택하여 SNS 마케팅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세금계산서와 함께 정부에 개발비용을 신청하면 적격여부를 판단해 돈을 지원해 준다. 지원을 받는 동시에 작지만 센터에 입주하여 사무실 공간도 무료로 배정 받는다. 그녀는 브랜드 개발과 SNS 마케팅 홍보, 그리고 전시회 부스지원을 신청했다.

선정 통보 전 날, 흥분되고 가슴 설레어 한숨도 못 잤다. 탈락이 두려워 딸에게 메일을 대신 열어봐 달라고 했다. 탈락됐다고 딸이 말했을 때 그녀는 얼굴이 하얗게 변해 쓰러질 뻔했다. 딸이 엄마를 놀리려고 거짓말을 했다. 이 프로그램에도 선정되었다.

그녀는 무자본으로 창업자가 되었다. 필요한 교육과 창업비용은 국가로부터 무료로 지원 받았다. 고양이의 건강과 행동의 비밀, 발병 예방 및 보험과 고양이에 대한 진화 등 재미있는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네이버의 블로그와 카페를 연계하여 올리는 전략을 수립했다.

또한 고양이 관련 물품 및 영양정보 등을 지식정보 서비스와 연계하여 모발 폰으로 서비스하는 비즈니스 모델전략을 수립했다. 고양이 관련 기존 도서들을 분석하여 카페와 블로그의 목차 분류도 체계적으로 수립했다. 정보가 쌓이면 책으로도 출간할 계획을 세워 카페의 그룹체계를 분류해 묶었다. 공동 마케팅으로 켓 투어(cat tour)도 진행할 계획을 세웠다. 단 2개월 만에 40대 중년 주부는 완전히 변했다. 절망에 빠진 이혼녀로부터 열정적인 지식창업 CEO가 되었다.

대한민국은 창업하려고 결심만 하면 자본 없이 언제든 창업할 수가 있다. 특히 지식창업은 더욱 그렇다. 직장인은 직장경험을 활용하여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40대 중년 여성은 직장경험이 없어도 고양이로 콘텐츠를 만들어 창업했다.

중소기업부는 창업 넷에서 수많은 지원제도들을 종합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곳에서 자신에게 맞는 지원제도를 선택하면 창업하는데 경제적인 지원도 받을 수 있다. 단지 문제가 되는 것은 마음속의 자산을 지식자본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업가정신의 자세와 용기가 필요하다.

가장 행복하지 않은 대한민국에서 사는 직장인들이여! 구조조정에 휩쓸려도 자존감을 회복하라. 그리고 지식창업을 준비하라! 그것은 무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다. 평생 동안 당신에게 경제적 부와 자유를 보장할 것이다.

권영석 한성대 교수
권영석 한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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