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소설]지식창업성공기...(2)퇴직대상자
[기획소설]지식창업성공기...(2)퇴직대상자
  • 권영석
  • 승인 2019.04.30 0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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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대상자에 나도 포함되었다.
퇴직 대상자에 나도 포함되었다.

우리 팀의 퇴직대상자는 명확했다. 팀장인 이차장과 나였다.

이차장은 리더십 부족과 눈에 띠지 않는 실적이었다. 맡겨진 업무는 잘 해냈지만 그것은 눈에 띠지 않았다. 윗사람의 눈에 띠는 일은 새로운 일을 찾아 추진하는 것이다. 월급의 속성은 항상 더 많은 과외의 실적을 요구한다. 당연히 중소기업에서의 승진은 과외실적이 높은 자가 차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승진을 앞둔 직장인들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 역시 대리 대상자로서 맡겨진 일은 열심히 했지만 새로운 일을 추진하는 실적이 형편없었다. 그 책임은 일부 내게도 있었지만 이차장의 업무 스타일도 영향을 미쳤다. 업무 4년차로 초기에는 대리로 승진하기 위해 열심히 새로운 일을 찾아 기안을 자주 올렸다.

하지만 곧 학습된 무능력에 빠졌다. 이팀장은 신규 기안의 결재를 항상 3일 이상 서랍 속에 묻어두었다. 그는 동기이자 직속상사인 김전무에게 결재 올리는 것을 몹시 꺼려했다.

김전무는 사내에서 폭군으로 통했다.

같이 입사했지만 한사람은 전무였고 한사람은 팀장인 만년 차장이었다. 김전무는 탱크같은 추진력으로 고속승진을 거듭했다. 그는 결재 검토 중에 머뭇거리거나 한번 꼬투리가 잡히면 그때부터 재떨이며 쥐고 있던 볼펜이며 결재판은 물론 책상위에 놓인 노란 튜울립 꽃병마저 던져 산산 조각냈다.

"월급 거렁뱅이같은 놈들, 이따위 기안을 하면서 꼬박꼬박 월급을 받아 처먹어!"

기안을 검토한 지 10초도 안돼 이 말이 그의 입에서 튀어나오면 그것은 폭군으로 변하는 신호였다. 분노에 찬 언성이 건물 2개층을 쩌렁쩌렁 울리면 사무실은 순식간에 얼음장이 되버렸다. 그 소리를 듣는 직원들은 사고와 기억과 감정들이 순식간에 얼어버렸다.

“검토해 봤는데 진행은 해야겠지만 지금은 시기상조란 생각이 들어.”

이차장은 직원들의 기안을 번번이 묵살했다. 그는 죽은 듯이 지내는 것을 선택했다. 그가 7년차 만년 차장인 이유다. 그는 직원들이 올리는 기안을 책상서랍 속에 매장시켰다. 밤을 새서 신규 안을 작성해 올려도 이팀장의 서랍속에서 매장되는 것을 나도 여러 번 경험했다.

그 후로 나는 주어진 일만 했다. '열심히 해서 올려도 결재가 안 나는데 무어라 밤새 기안을 작성해.' 라는 생각이 무의식속에 자리 잡았다.

월급쟁이에게 이것은 무서운 병이다. 이것이 학습된 무능력이다. 좌절이 반복되면 더 이상 새로운 일들을 추진하지 않는다. 이 병이 진정 무서운 이유는 회사일 뿐만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모든 생활에 이 생각을 적용시켜 습관이 된다는 것이다.

반면 학습된 낙관주의가 있다. 유능한 리더는 직원들에게 학습된 낙관주의를 심어준다. 직원이 기안을 올리면 그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이용하여 친절하게 코치를 한다. 그는 직원들을 위해 격려와 도움과 응원을 해주는 치어리더의 역할을 한다. 처음 올린 기안은 리더의 지식과 경험을 거치면서 치밀해지고 구체적이 되어 이사들의 최종 승인을 받는다.

긍정적인 일들이 반복되면 팀의 성과도 좋아져 예산 규모도 점점 커진다. 새로운 팀을 만들어 승진자도 많게 된다. 이러한 리더의 밑에 있는 직원들은 학습된 낙관주의로 무장하여 무섭게 성장한다. 학습된 무능력을 가진 나는 당연히 구조조정의 대상이었다.

이팀장은 인사팀을 통해 자신이 구조조정대상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팀 술자리에서 몹시 괴로운 듯 스스로 폭음했다. 이팀장의 양복 윗도리와 가방은 내가 챙겼다. 신과장은 택시를 잡아주며 내게 주소와 약도를 말해주었다. 

"자네도 대상이야."

팀장은 나와 둘이 남게 되자 내게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글 권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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