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소설]지식창업성공기 (1)목표는 살아남는 것
[기획소설]지식창업성공기 (1)목표는 살아남는 것
  • 권영석
  • 승인 2019.04.16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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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근무하는 마이컴에도 구조조정이 몰아닥쳤다.

팀의 반 정도의 인원이 명퇴를 당할 거라는 소문이 돌았다. 

우리 팀은 모두 6명이었다. 3명이 구조조정 대상이다. 이차장과 신과장이 경쟁자였고 정대리와 3년차 근무자인 내가 경쟁이었다. 팀의 잡다한 업무를 처리하는 막내인 영희씨는 이미 구조조정이 확정되었다.

내가 일하는 유지보수팀은 회사 내에서는 별로 환영받지 못했다. 전국의 수많은 고객사로부터 건축설계 프로그램 사용에 대한 보수 요청이 오면 문제를 접수받아 협력사에게 전달하고 수정된 프로그램을 검증하고 해결여부를 확인하는게 주 업무였다. 

그래서 다른 부서직원들은 유지보수팀을 콜센터라고 불렀고 팀원들을 콜센터직원들이라고 불렀다.

신과장은 승진하면서 우리 팀으로 왔다. 그는 유지보수팀이 단순히 콜센터역할만 할게 아니라 팀을 만들어 직접 설계프로그램을 개발하자고 강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이팀장은 이 주장에 매번 반대했다. 일을 잘 추진하지 않는 이팀장은 회사내에서 무능력자로 낙인찍혔고 신과장은 명문 S대에 추진력까지 있었다.

이차장이 팀장으로 있는 동안 팀은 사기가 떨어졌고 회사내에서 비전도 없는 팀으로 여겨졌다. 회사가 신과장을 우리 팀으로 보낸 것도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차원이었다. 이팀장과 신과장은 의견차이로 매번 부딪쳤다. 하지만 이 의견대립보다 더 무서운 칼날이 외부에서 날라들었다.

팀에 구조조정의 칼날이 날아들자 분위기는 지옥처럼 변했다. 신경들은 예민해지고 업무들을 비밀스럽게 처리했다. 이차장은 유지보수업무가 정년퇴직할 때까지 해야할 천직이라고 여겼다. 

그는 유지보수팀이 크는 것도, 때에 맞춰 승진하는 것도 원치 않았다. 적당히 늦게 승진하면서 팀장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것이 그의 소명이었다.

이차장의 동기는 이미 전무까지 승진했다. 신과장은 이번에 차장 승진대상 1호였다. 하지만 회사가 구조조정하는 마당에 승진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목표는 승진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다"

마이컴은 매출 500억원을 기록하는 IT기업이다. 매년 10%대의 성장과 30억원대의 흑자를 남겼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흑자도산을 불러왔다.

사실은 경영권자의 잘못된 정책으로 회사가 갑자기 어렵게 되었다. 마이컴의 대주주는 매출 3천억 정도를 하는 중견기업인 A기업이었다. A기업의 이사들이 마이컴의 대표와 이사직을 겸하고 있었다.

A기업은 잘 나가는 마이컴의 자본금을 담보로 500억원을 금융권으로부터 대출받았다. 하지만 돈만 잡아먹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한번 침몰하기 시작한 IT기업은 회생시키기가 쉽지 않다. 그 후에도 A기업은 발행어음 300억원을 마이컴이 배서하도록 했다.

불어 닥친 금융위기가 A기업을 완전히 도산으로 내몰았다. 그 빚은 모두 마이컴이 떠안았다. 그것은 신용등급이 'A'인 마이컴을 하루아침에 C등급 이하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마이컴은 A기업이 경영권을 인수한지 2년도 안되어 800여억원의 빚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이미 완전자본잠식상태였다. 경영권을 A기업이 인수하기 전에는 매년 이익금을 무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으로 전환했다.

자본금이 6백억으로 늘어났지만 8백억원의 빚을 갚는다면 자본금은 모두 까먹는 상태가 된다. 그 여파로 핵심고객인 K대기업이 신용등급 B 이하인 기업과는 거래를 할 수 없다는 사내 규정을 들어 거래를 끊어 버렸다.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가 협력업체의 도산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그들의 사내규정은 단호하고 강력했다. 몇몇 건설대기업들이 비슷한 이유를 들어 거래를 끊었다. 그들은 모두 매년 거의 300억원 이상의 매출실적을 우리에게 주었다. 그 여파로 마이컴은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

대개 구조조정은 사원들의 실수나 실적보다는 외부의 여러 가지 위험요인으로부터 오는 경우가 더 많다. 대부분 월급을 받기 위해 열심히 일한 직원들만 희생자가 된다.

하루가 멀다 하고 복도에 있는 초록 게시판에 퇴직대상자의 이름이 걸렸다. 직원들은 일을 하려고 출근하는 것이 아니라 퇴직대상자의 명단을 보기위해 출근했다. 이름이 걸린 직원들은 조용히 짐을 싼 채 사라졌다.

글 권영석 한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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