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일보사설] 제2벤처붐을 위한 벤처기업 스케일업(scale up. 규모확대)에 12조원을 푼다고 한다. 바이오헬스에 6000억원 핀테크에 150억원, AI·ICT에 388억원, 대학기술지주회사 투자펀드에 6000억원, 적자기업 특례보증에 100억원, M&A전용펀드 조성에 1조원...돈과 숫자의 향연이다. 기타 여러 정책들도 가격표를 붙이고 백화점에 진열됐다. 비상장투자전문회사(BDC)와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가 도입되고 벤처기업의 스케일업을 지원하기 위한 실리콘밸리은행도 만들어진다. 창업자의 지분을 지켜줄 차등의결권도 도입 검토중이다. 스톡옵션 혜택을 확대하고 지난해 3조4000억원이었던 신규벤처투자시장규모를 5조원으로 확대한다. 또한 현재 6개에 불과한 기업가치 10억달러(1조1000여억원) 유니콘 기업을 20개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미국 151개, 중국 80개, 영국 17개, 인도 13개에 훨씬 못미치기에 욕심이 날만도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제2벤처붐 확산 전략보고회’를 통해 “벤처기업이 스케일업 해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 경제를 이끄는 한국벤처를 만들기 위해 투자환경을 개선하고 규제를 완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니콘, 데카콘(기업가치 100억달러, 10조원)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이 말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투자환경개선은 물론이고 특히 규제완화에 적극적인 태세를 취해야 한다. 유니콘은 결코 돈만으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벤처들이 좋은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규제와 법규에 걸려 중도탈락한 기업이 부지기수다. 특히 핀테크의 경우 중국보다 더 나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규제에 막혀 중국에 우위를 넘겼다. 인공지능(AI)기술이 개인정보보호법에 막혀 애로를 겪고 있고. 전세계적 추세인 카풀서비스는 진통 끝에 출퇴근시간에만 허락받았다. 공유민박은 외국인에만 허락되고 자율주행차는 유료운송서비스가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대기업과 연계한 벤처투자가 풀려야 한다. “우버도 포드와 GM의 투자를 받아 유니콘이 되었다. 전 세계 유니콘 중 60%가 대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는 등 대기업과 연계해 탄생했다. 유독 우리나라만 예외적으로 대기업과의 연계가 힘들다”는 창조경제연구회 이민화 이사장의 말은 짚어볼만하다. 이번 대책에도 대기업과 연계한 벤처투자는 언급되지 않았다. 여전히 CVC(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은 설립불가이다. 미국, 중국, 인도 등 유니콘 기업이 많은 나라들은 꼭 필요한 규제만 남겨두고 다 없애는 ‘네거티브규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도 되새겨야 한다. 선시행후규제 등을 통한 획기적이고 탄력적인 규제전략이 필요하다. 국회역시 도움을 줘야 한다. 지난해 중기부가 제출한 벤처투자촉진법은 아직 국회에 계류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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