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6.4% 7530원, 2019 10.9% 8350...2년새 최저임금 부쩍 올라
사업장들, 직원감축·파트타임 채용 불가피...주당 15시간 미만 고용↑
숙박업 등 外노동자 채용 확대 
식품 등 소비재 가격인상 예고..."돈벌기 힘든 나라, 해외 나갈 것"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졌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졌다. 뉴시스

[창업일보 = 문이윤 기자] 최저시급 8350원이 적용되는 새해가 시작됐지만 이를 감내하는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의 신음이 곳곳에서 들린다.

"소상공인들이 다 죽고 나가떨어져서, 그래서 나라가 산다면 죽어줄 수 있다. 재취업도 못하는 40대, 50대들이 문닫고 거리로 나간다면 나라가 실업자 수당으로 다 먹여 살려주느냐."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한 최저임금의 적용 첫 날, 서울 신촌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사장의 음성은 비통했다. 그는 잠긴 목소리로 "국가가 미치지 않고서야 자율 시장경제를 건드리면서 대안이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물었다. 2015년 5억5000만원으로 시작한 그의 가게는 현재 3억5000만원짜리 부동산 매물로 나왔다.

지난해 16.4%, 올해는 10.9% 오른 8350원. 여기에 지난달 31일 주휴수당을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며 사업주가 지급해야 하는 임금은 1만30원으로 확정됐다. 

주휴수당은 1주당 15시간 이상 근로하는 노동자에게 유급 휴일을 주는 제도다. 소상공인업계는 실제 일하지 않은 주휴시간도 근무시간으로 산정해야 할 경우 부담이 가중된다며 이를 반대하는 입장을 줄곧 피력해 왔다.

올 초 오전 7시부터 오후 12시까지 카페에 나와 일한 A사장. 그가 가져온 돈은 200만원이 채 안됐다. 한 여름 성수기 석 달정도 수입은 500만원을 겨우 넘겼지만, 임대료 880만원을 제외한 이윤은 한 사람 인건비도 안된다는 의미다.

A사장은 "지금도 40% 가까이를 인건비로 쓰고 있는데 주휴수당이 포함된 만원돈을 주고 어떻게 사람을 쓰나. 주인 혼자 일하지 않는 이상 그런 인건비를 맞춰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임대료는 안 오르나? 기본 자재비는? 건강한 나라를 위한다면 무너지는 소상공인들을 지원비용 50만원, 100만원으로 먹고사는 거지로 만들면 안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지금을 '모래성의 붕괴'라고 표현했다. 임금인상의 여파가 인건비 외적인 부분에서도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카페가 스타트업 프랜차이즈 본사로부터 지급받는 기본 자재가격 역시 22% 올랐다.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공장의 인건비 인상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A사장은 "모래성이 한 번에 무너지느냐, 서서히 밑에서부터 무너져서 결국 없어지지 않느냐"며 "사람을 못쓰니 가족들이 들어오게 되고, 그렇게 해도 안되니 가게를 내놓고 있다. 홍대·신촌, 그 좋던 상권에서 권리금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증거"라고 했다. 

그는 "매니저 1명과 정말 일 잘하는 친구 1명을 빼고는 중국·러시아인을 근로자로 쓸 수 밖에 없다. (아르바이트 하는)친구들이 시간 좀 늘려달라고 하는데, 해주면 내가 죽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그 친구들도 총 급여가 줄어 아르바이트를 몇군데에서 할 수 밖에 없다. 세 곳을 돌아가며 일하는 것이 좋은 일자리인가. 소상공인이 너무 많아 나가떨어져야 된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정말 나라가 좋아지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지난 달 28일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며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광주지역 소상공인연합회 이경채 회장도 "광주 노대지구·첨단 2지구에 와서 보라. 줄줄이 가게를 내놓아 3분의 2가 비었다. 이제 자영업하면 죽는다는 걸 다 알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 곳들은 카페든 제과점이든 젊은이들이 지원받아 창업을 하던 곳이다. 하지만 장사가 안되니까 아들이 벌려놓은 가게를 부모가 보고 있다"며 "나랏돈 받아 창업해놓고 못갚는 청년들은 신용불량자 되는 것 아니냐. 이게 과연 광주만의 문제인가"라고 했다. 

제조업을 영위하는 이 회장의 사업장에는 현재 3명의 직원이 근무를 하고 있다. 그나마도 지난해 1명을 줄인 수치다. 그는 "한 때는 9명까지 직원을 뒀다. 몇년을 식구처럼 있었던 사람이랑 어렵게 사업을 이어왔지만 더 이상은 버틸수가 없었다"며 "일손이 절박하게 필요해도 2시간씩 끊어 쓸 예정"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업계의 암울한 현실에 대해 "정부쪽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다고 하는 것에 비참한 심정"이라고도 했다. 

광주 소상공인연합회는 5일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업계는 청소 등의 단순 노동작업에는 외국인 노동자 고용이 늘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신고를 할 수 없는 이들을 고용하는 '편법'이 선택지가 될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광주 동구에서 모텔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이미 2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1주당 야간·주간 1회씩 일했던 B씨는 주휴수당을 포함해 1만원으로 시급 오른 이달부터는 "직접 가게에 나가 일을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업장의 한달 매출은 2200만원 정도, 임금을 제외한 고정지출 1300만원을 제외하면 그의 손에는 900만원 정도가 떨어진다. 그는 "외국인 직원들에게 야간 수당을 주간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한 지금도 인건비 620만원을 빼면 300만원도 안 남는다"며 "주휴수당까지 주고나면 내게 뭐가 남나. 오죽하면 내가 투입할 생각을 했겠는가. 10억원을 들여 사업을 시작했는데 이제 내게는 주말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주간의 1.5배를 지급하는 야간 시급에서 직원들과 합의가 안될 경우 고용 감축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B씨는 "직원들 월급 주려고 일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며 "아무래도 (직원들과)다시 이야기를 해봐야.."라며 말을 맺었다. 

소비재 분야에서는 불가피한 가격인상이 예고되기도 했다. 

2015년 외식 사업에 뛰어든 청년 창업가 C씨는 "전 품목은 아니지만 원가가 인상된 메뉴의 가격을 올려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나누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C씨는 "식자재값뿐 아니라 임대료도 올랐다. 재계약을 진행한 곳은 빠짐없이 세가 올랐다"며 "정말로 한국에서 외식업하기 힘들다고 느꼈다. 지난해 임금이 오르며 원가가 오른 메뉴 가격을 300~500원(2~3%) 올렸는데, 올해는 주휴수당까지 겹쳐 더 크게 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사업장은 본사를 비롯해 6개 매장으로 구성된다. 이 곳에서는 40여명의 정직원과 다섯명 가량의 시간제 근로자가 고용되고 있다. 올해 매장 확장을 계획하고 있는 그는 정직 대신 10명의 파트타임 근로자를 늘릴 계획이다.

C씨는 "매장을 확장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일손이 부족하지만 정식 채용은 최소화할 계획이다. 그게 회사가 절약하는 방법"이라며 "인상된 임금을 지금 직원들에게 주려면 어쩔 수 없다. 주휴수당을 피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생들의 근무 시간은 주당 15시간 미만에서 쪼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래는 국내에서 사업을 더 확장할 계획이었지만, 오히려 지금은 매장 내기가 무섭다"며 "해외 진출이 힘들어도 비전이 더 크다고 본다. 이제 한국에서 돈 벌기란 힘들다. 해외로 넘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올해 주휴수당으로 인해 어려움이 가중된다는 것에 동의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최저임금 자체보다 소상공인들의 자생력을 키워줄 대책이 전무한 것을 더 큰 문제로 꼽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나라가 살려면 좋은 직업을 많이 만드는 중소기업을 키워야 하는데, 한시적 지원책을 내세워 친노동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며 "사회의 한 면만을 바라보고 만든 정책은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 현장의 어려움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소상공인연합회를 비롯한 업계는 전날 헌법재판소에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안 관련 헌법소원을 청구했으며, '주휴수당 폐지'를 포함한 시정방안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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