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일보 = 노대웅 기자] 저축은행이 고객에게서 담보로 받은 물건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약관조항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을 요구했다. 

공정위는 27일 이처럼 불공정 소지가 있는 은행과 저축은행의 약관 12개에 대해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에 시정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저축은행이 담보물을 처분할 땐 법정절차에 따라야 하는 게 원칙이지만 현행 약관에선 예외적으로 저축은행 재량에 맡기기도 한다. 법정절차에 따라 처분했을 때 채권 보전이 제대로 안 될 경우 등이다. 이 경우엔 저축은행이 적당한 시점에 적당한 방법으로 처분할 수 있게 돼 있다.

공정위는 이 조항이 저축은행의 재량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인정하고 있다고 본다. 법정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처분할 수 있게 허용하면 담보 가치가 저평가돼 고객에게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수수료 변경과 관련된 은행의 공지 방식에 대해서도 공정위는 지적했다. 현행 전자금융서비스 이용 약관에 따르면 은행은 수수료 변경이 필요할 때 영업점이나 홈페이지에 변경내용을 한 달간 공지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수수료는 계약의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고객에게 개별적으로 통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공정위는 권고했다.

은행 지점에 설치된 고객전용 대여금고의 열람 절차도 보다 깐깐해질 전망이다. 현재 약관에서 은행은 인감이나 서명을 육안으로 대조해 열람을 허용하는데, 이렇게 본인확인을 다 하면 사고가 생겨도 은행은 면책 받는다. 고의 혹은 과실인지 여부도 묻지 않는다.공정위는 이에 대해 사업자의 법률상 책임을 배제하고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는 조항이라며 무효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밖에도 ▲약관 변경시 통지절차·해지가능 여부를 명시하지 않은 조항 ▲부당하게 손해배상책임을 고객에게 떠넘기는 조항▲임시 절차인 가압류를 기한이익 상실 사유로 규정한 조항 ▲광범위한 담보물 보충청구권 인정 조항 등에 대해서도 시정을 요구했다. 공정위의 시정 요구를 받은 금융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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