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 8분의 1 폭락...시장 패닉 이어져
암호화폐 가격 폭락...동반 침체된 블록체인 업계
손 놓은 정부...1년간 규제 공백 상태 지속
규제 공백에 보안·사기 사건...투자자 보호책 강구해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2018 블록체인 진흥주간' 개막행사가 열린 11월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회관에서 쵸 토시야 히타치 파이낸셜 인포메이션 센터장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2018 블록체인 진흥주간' 개막행사가 열린 11월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회관에서 쵸 토시야 히타치 파이낸셜 인포메이션 센터장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

[창업일보 = 성창일 기자]  암호화폐 가격 폭락,  ICO(암호화폐 공개) 전면 금지 이후 이어진 규제 공백 등 블록체인 업계는 2018년 힘겨운 한 해를 보내야 했다.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블록체인 업계는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야 했다. 업계가 기대했던 규제 가이드라인은 올해도 확정되지 못했다. '기술력과 서비스로 정부를 설득하겠다'며 위안을 삼기도 했지만 보안·사기 사건으로 부정적 인식만 커졌다.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혁신의 움직임도 둔화됐다.  

암호화폐 폭락은 재정적으로 타격을 주기도 했다. ICO를 통해 이미 자금을 모집한 회사는 반토막, 4분의 1 토막이 나는 현실을 눈뜨고 바라봐야 했다. 이제 막 시장에 진입한 업체는 가라앉은 ICO 분위기에 자금모집도 쉽지 않았다. 코인 가격이 주춤하며 투자자들의 원성도 계속됐다. 

업계는 올 한해 이어진 악재로 블록체인 산업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과 내년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 등장에 따른 기대감이 교차하고 있다. 악재를 뛰어넘어 블록체인 판 '유니콘 기업'이 내년에 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비트코인 가격 8분의 1 폭락...시장 패닉 이어져

올 한해 비트코인 가격은 천당과 지옥을 오고 갔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급격한 상승으로 올해 1월 비트코인 가격은 한 때 2500만원을 돌파하며 암호화폐 르네상스를 열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모여있는 강남 대형 사무실을 중심으로 밋업도 계속됐다. 밋업을 통해 암호화폐 투자를 이어가려는 사람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10~60대까지 암호화폐에 투자하려는 연령대도 다양해지며 사회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감만으로 유지된 시장은 지속될 수 없었다. 비트코인 가격은 두 번에 걸쳐 큰 하락세를 겪었다. 올해 1월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를 언급할 만큼 시장에 대대적인 경고 메세지를 날리면서 800만원대까지 크게 출렁였다. 

또 지난 11월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 사태와 미국 금융당국의 규제로 인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700만원 선을 유지해오던 비트코인은 300만원 아래로 내려가며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비트코인 가격은 400만원대로 올라서며 잠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앞으로의 상황을 예단할 수 없다. 

대장주인 비트코인이 급락을 거듭하자 알트코인의 가격도 출렁였다. 시총 2위로 올라선 리플은 연초 3000원선에서 거래됐지만 현재 10분의 1 수준인 300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시총 3위인 이더리움은 올해 200만원가지 올라갔지만 현재는 10만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암호화폐 가격 폭락...동반 침체된 블록체인 업계

암호화폐 시장이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자 직격탄을 맞은 곳은 블록체인 업계다. 

자금모집을 암호화폐를 통해 하기 때문에 시세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올해 연초 암호화폐 가격이 최고점을 찍었을 당시 ICO를 진행한 업체들은 투자금 자체가 줄어드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에 기업을 운영하기 위한 재정에 적신호가 켜진 곳도 많았다. 당장 몸집을 줄이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줄이거나, 예정된 채용을 취소한 업체도 생겨났다.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 업체들이 ICO를 통해 투자받은 이더리움 등의 암호화폐 가치가 최근 급격히 떨어지면서 마케팅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자금보다 먼저 마케팅 비용을 줄여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새롭게 시장에 진입한 업체들도 ICO 분위가 살아나지 않아 창업 이후 힘든 시기를 보냈다. 전반적인 시장 침체 상황이 이어지며 투자금 모집도 힘들어졌다. 

ICO를 준비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ICO로 예전만큼 많은 투자금이 모일 것이란 기대감도 적다. 정부의 ICO 금지 입장과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전체적인 분위기가 개선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놓은 정부...1년간 규제 공백 상태 지속

정부는 올해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분리해서 봐야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나아가지 않았다. 지난해 9월 'ICO 전면 금지' 입장을 내놓은 이후 어떠한 법적 규제나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올해 초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하면서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정부는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를 언급하며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청와대 신문고 게시판에는 암호화폐 규제에 반대하는 청원이 등장하며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ICO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10월 홍남기 당시 국모조정실장은 "ICO에 대한 입장을 다음달 정하겠다"고 말해 업계의 기대감이 커졌다. 

앞서 정부는 지난 9월부터 ICO를 실시했거나 준비 중인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조사결과나 관련한 규제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ICO 규제를 서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암호화페와 블록체인을 분리해서 가야한다는 인식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적극 육성해 나가야하지만, 암호화폐는 거래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법행위와 불투명성은 제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정부의 인식에 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분리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블록체인 기술마저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새로운 시도도 사장되기 일수였다. 암호화폐 거래소 지닉스는 크립토 펀드를 출시하며 시장에 없었던 새 금융상품을 출시했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지닉스를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지닉스는 논란이 커지자 해당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폐업을 선언했다. 

◇규제 공백에 보안·사기 사건 발생...투자자 보호책 강구해야

올해도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둘러싼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올 한해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 사건으로 보안문제가 업계 화두로 떠올랐다. 올해 6월 국내 거래소 코인레인은 해킹으로 애스톤 등 암호화폐 9종, 400억원 규모의 피해를 봤다. 국내 1위로 평가되는 빗썸도 350억원 규모의 해킹 사건으로 입출금이 전면 중단되기도 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보안 수준이 낙제점으로 알려지면서 정부와 업계의 대응도 분주해졌다. 대형 거래소를 중심으로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잇다. 업비트, 고팍스, 코빗 등이 현재 ISMS 인증을 획득하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보안 강화에 힘쓰고 있다. 

투자 사기 사건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돈스코이호 투자 사기'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산업에 찬물을 끼얹은 대표적인 사건이다. 당시 신일그룹은 '150조원 보물선'으로 알려진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를 인양하기 위한 자금을 모이기 위해 '신일골드코인'을 발행했다. 인양 이후 투자금을 돌려주겠다며 투자자를 모았다. 

해당사건의 수사를 맡은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따르면 신일그룹은 인양의사도 없었으며, 암호화폐 역시 홈페이지에서 발급하는 단순 포인트에 불과했다. 돈스코이호 사기 사건에 투자한 투자자는 2600여명, 피해금액은 90억권 가량으로 추산된다. 

또 채굴형 거래소를 설립하겠다며 투자자들의 수십억원 규모의 이더리움을 모아 잠적한 '퓨어빗' 사건 역시 대표적인 사기 사건이다.  

규제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제대로된 투자자 보호 조치도 없어 피해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자금모집 방법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규제 가이드라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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