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일보】이태식 기자 = 4월달 한달 내내 단 한건의 수주도 하지 못하는 등 한국 조선업계가 벼랑끝을 걷고 있다. 정부는 인위적인 빅딜은 없다고 하지만 조선해양업계 전체가 상생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이든 구조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오늘은 위기의 한국 조선업이 살 길을 모색해본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해양플랜트 설비. 사진 기사 뉴시스. ⓒ창업일보.
 
저가수주로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을 벌였던 빅 3 등 대형 조선사의 구조조정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권과 재계 등에서는 1일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을 쪼개 재편하거나 합치는 방법부터 업황이 개선될 때까지 버텨야 한다는 주장까지 팽팽히 맞선다.
 
정부도 인위적인 빅딜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각 업체들간 자율적인 인수 합병가능성까지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선 조선·해운업의 세계적 불황이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어 조선업에 대해 새로운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해양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설립이나 빅3의 과잉·중복되는 사업부문을 한 업체가 담당하거나 별도의 법인을 설립하는 방안 등이 그것이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등이 가진 방사분야를 따로 떼어낼 경우 해양판 KAI 설립이 가능하다. KAI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시절 국내 대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의 의지로 설립됐다.
 
KAI는 대우와 현대, 삼성의 계열사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대우중공업과 삼성항공(한화테크윈), 현대우주항공 등 3사의 항공기 부문으로 구성됐다.
 
세 업체의 구조조정으로 태어난 KAI는 한국의 군용기 제작과 민간 항공기 부품 생산 등 분야에서 독점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차세대 전투기 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빅3가 모두 진행하고 있는 해양플랜트를 한 업체가 맡는 등 업체별로 강한 경쟁력을 가진 부문을 몰아주는 방식도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평가다.
 
STX조선은 경쟁사와 사업이 겹치는 부분은 정리하고 특화된 분야에 집중하는 방식의 구조조정을 선택했다.
 
STX조선은 해양플랜트와 중대형 컨테이너선, LNG선의 수주를 중단하고 탱커선과 해상 액화천연가스(LNG)주유터미널(LNGB)에 집중하기로 했다. STX조선은 현재 신규자금 투입 없이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STX조선의 구조조정 방식을 이같이 가져가면서 과잉공급 및 저가수주 우려를 해소하게 됐다"며 "한 회사의 구조조정이 업계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에 대해 개별 회사들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하고 있다.
 
빅3 체제로는 생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000년대 초 중반 중국 특수에 기대어 설비규규모를 사상 최대로 불린데다, 그런 특수는 적어도 상당기간 다시 오기 어려운 만큼 조선업계가 공멸하지 않으려면 1~2개로 합쳐 규모를 줄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업황 등을 고려했을 때 빅3 모두 살아남기 어려울 수 있다"며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과감한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최근 금융감독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구조조정을 통해 빅3를 1~3개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2019년 조선·해운업계의 개선을 전망하며 빅3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4조2000억원의 추가 지원이 필요한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2017년부터 영업이익이 발생한 뒤 2019년에는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정상화에 대해 "영업이익은 물론 재무 현황이나 신용 등을 봐서 홀로서기가 가능한 상태"라고 정의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래의 업황은 지금 단계에서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지만 3~5년 정도가 지나면 업황이 개선될 수 있다"며 "조선업계의 뼈를 깍는 자구노력을 바탕으로 현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구계획에 대해서는 "건설 등 각 회사가 가진 비주력사업에 대한 부문을 정리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구조조정에 쏟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 조선업계에서 살아남은 회사들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곳"이라며 "억지로 회사를 붙이고 떼어낼 경우 기술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는 "시장의 원리에 따라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사기업을 정부가 나서서 합치고 나눌 경우 어떤 사업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 공정성 침해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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