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편의점산업협회 자율규약 승인
담배소매인 지정거리 고려해 출점여부 결정
영업시간 자유롭게…심야시간대 영업 강요 못한다
희망폐업은 쉽게…점주 책임 따져 영업위약금 감경·면제

[창업일보 = 문이윤 기자] 앞으로는 편의점의 신규 출점이 어려워진다. 편의점 근접출점 제한 기준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기준 전국 편의점 점포 4만개를 돌파, '한 집 건너 또 한 집' 상태인 편의점 업계의 과밀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다. 

점주가 경영악화로 폐업을 희망할 땐 위약금이 경감되거나 면제된다. 또 가맹본부가 점주에게 원치않는 '24시간 영업'을 강제할 수 없도록 바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4일 한국편의점산업협회(편의점협회)가 심사요청한 이같은 내용의 자율규약 제정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편의점협회에는 지에스리테일(GS25), ㈜BGF리테일(CU),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 한국미니스톱㈜(미니스톱), ㈜씨스페이시스(C·Space) 등 6개 가맹본부가 소속돼 있다. 또 협회에 소속돼 있지는 않지만 ㈜이마트24도 자율규약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번 자율규약이 적용되는 편의점은 전체 편의점의 96%(3만8000개) 가량이 된다.

그간 편의점 업계는 과도할 정도로 '제 살 깎아먹기식' 출점경쟁을 벌여왔고 자영업자인 편의점주들은 매출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때문에 편의점협회는 지난 7월 '일정거리내 출점금지'를 담은 자율규약을 들고 왔지만 당시 공정위가 "획일적 거리제한은 담합 우려가 있다"며 돌려보냈다. 이후 업계는 수차례 논의를 거쳐 새로운 기준을 마련했고, "편의점 과밀 해소를 위한 업계별 자율 협약을 공정위가 잘 뒷받침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문이 떨어지고 나서 탄력이 붙었다.

먼저 신규 출점은 어려워진다. 규약 제7조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별로 정해진 '담배소매인 지정거리'가 기준이 된다. 각 지자체는 조례 등에 따라 담배소매인 지정거리를 50~100m로 제한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서초구는 100m, 나머지 구는 50m이지만 앞으로 모든 구에서 100m의 기준이 적용될 예정이다.

가맹본부는 여기에 주변 상권의 입지와 특성, 유동인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출점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구체적인 출점기준을 정하고 이를 정보공개서에 기재해야 한다. 또 각 사는 가맹희망자에게 점포 예정지에 대한 상권분석과 함께 경쟁브랜드의 점포를 포함한 인근점포 현황, 상권 특성 등에 관해 충분한 정보를 줘야 한다.

출점 제한 기준이 생긴 건 지난 2000년 이후 18년 만이다. 당시 80m 이내 출점을 금지하는 규약이 있었지만 공정위가 담합으로 판단해 폐지된 바 있다.

공정위는 향후 서면실태조사를 벌여 각 가맹본부들의 정보공개서에 적힌 출점기준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한다. 실제와 기재사항이 다를 경우엔 정보공개서 등록취소 등의 조취를 취하게 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근접출점을 완전히 금지하는 건 아니지만 업계간 자율적으로 견제가 이뤄져 실질적으로 거리제한과 유사한 효과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야시간대 영업은 자유롭게 바뀐다. 가맹본부들은 앞으로 직전 3개월간 적자를 본 편의점주에게 심야시간대(자정~6시) 영업을 하라고 강요할 수 없게 된다. 이를 위반하면 가맹사업법 제33조 등에 따라 시정명령 또는 과징금 처분을 받게 된다. 

폐점은 쉬워진다. 점주가 희망폐업을 하려는데 자신의 책임이 없는 경영악화 때문이라면 가맹계약 해지시 영업위약금이 감경 또는 면제된다. 위약금은 발생할 손해액의 크기, 계약해지의 경위, 가맹점주의 귀책사유 등을 고려해 산정된다. 

그밖에도 각 가맹본부는 점주와 '공정거래 및 상생협력 협약'을 체결해야 하고 점주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해줘야 한다.

만약 이번 자율규약을 위반하게 되면 6개 가맹본부로 구성된 규약심의위원회를 통해 해결하게 된다. 위반회사는 위원회를 통해 위반행위 사실을 통보받은 뒤 15일 이내에 시정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향후 공정위는 상생협약 평가기준을 마련하고 표준가맹계약서를 개정 작업을 추진한다. 상생협약 평가기준에는 영업위약금 감경·면제사유 구체화정도, 실제 위약금 감면실적 등에 대한 평가항목을 신설한다. 표준가맹계약서에는 타 브랜드 출점 등으로 인한 경영 악화시 위약금 감면규정을 반영할 계획이다. 개정된 평가기준과 표준가맹계약서는 가맹사업거래 홈페이지에 게재해 점주가 가맹본부의 자율규약 이행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한편 공정위는 이번 규약에 포함되지 않은 최저수익보장 확대, 명절·경조사 영업단축 허용 등에 대해선 상생협약의 내용을 통해 이행되도록 유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또 신규출점, 위약금 감면 등 증가가 예상되는 분쟁조정 수요에 대응해 지자체 등과 함께 신속하게 분쟁이 해결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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