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액티비스트 인사이트 2018 보고서' 분석 결과 발표
행동주의 헤지펀드, 2013년 상반기 275개→올해 상반기 524개
헤지펀드보다 기업의 방어비용 2배 많아…"방어 수단 논의해야"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적대적 경영개입이 급증해 국내 기업 경영권 보호를 위한 장치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액티비스트 인사이트 2018 보고서'에 기반해 분석한 결과, 글로벌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기업의 경영에 적극적으로 간섭하는 경향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주주행동주의를 적극적으로 펼치는 글로벌 헤지펀드는 2013년 상반기 기준 275개에서 2018년 상반기 524개로 약 90% 증가했다. 행동주의 펀드가 공개적으로 경영에 개입했던 타겟 기업 또한 2013년 570개에서 2017년 805개로 약 41% 늘었다.

최근 들어 규모가 큰 기업에 대한 투자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시총 20억달러(약 2조원) 이상의 기업 비중은 2016년 33%에서 2017년 36%로 증가했다.

아시아 기업을 대상으로 한 헤지펀드의 경영개입 횟수는 2011년 10회에서 2017년 106회로 집계됐다. 그동안 일본 및 중국 기업 대상 사례가 많았지만 엘리엇의 2015년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개입, 2018년 현대차그룹 구조개편 개입 등 사례를 보면 한국도 안심할 수는 없다고 한경연은 지적했다.

문제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목표가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가 아니라 경영개입으로 주가를 끌어올려 단기 시세차익을 내고 떠난다는 점이다. 엘리엇은 2015년에 미국 광산업체 Alcoa의 주식을 취득하면서 이사회 자리를 3석 차지하고 스핀오프, CEO 사임 등을 요구한 후 2017년 마지막 분기에 보유 주식의 2/3 가량을 매도, 104%의 수익을 남겼다.

써드 포인트 파트너스는 2011년 야후 주식을 다량 매수해 이사회 의석을 확보하고 2012년 야후의 CEO 스콧 톰슨을 몰아내는 등 공격적인 개입을 이어오다 2013년 124%의 수익률로 보유주식 3분의 2를 매도했다.

공격을 받은 기업들은 구조조정, 경영진 교체까지 강요받는 등 안정적 경영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을 경험한다. 특히 야후는 그 이후로 계속 하락세를 걷다가 지난해 미국의 통신사 버라이즌에 약 5조원 가치의 핵심자산을 넘긴 바 있다.

행동주의 펀드와의 위임장 대결로 초래되는 비용 또한 기업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액티비스트 인사이트에 따르면 2015~2017년 통계 기준으로 시가총액 100억달러 이상의 기업이 행동주의 펀드와 위임장 대결을 했을 경우, 평균적으로 펀드 측은 700만달러, 기업은 1400만달러를 지출하여 기업측이 2배가량 더 많은 비용을 소요한다.

실제로 지난해 글로벌 기업 P&G는 행동주의 펀드 트라이언 파트너스와 위임장 대결을 펼쳤는데 이를 위해 1억달러가 넘는 비용을 지출했다. 반면 대결 상대인 트라이언 파트너스가 들인 대결 비용은 2500만달러에 그쳤다. 

2017년 맥킨지 컨설팅의 조사에 따르면 경영개입 초반에는 기업 경영진에 협조적이었던 펀드들이 나중에 적대적 태도로 돌변하는 경우도 많았다.

행동주의 펀드의 개입은 10번 중 7번은 협조적으로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절반 이상이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소송 등 극단적인 공격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 놓인 기업에게 경쟁력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최근 몇 년간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공격적인 경영개입 성향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도 차등의결권·포이즌필과 같은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시기"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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