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17년만의 콘서트 "5만여 팬들 감격의 눈물"
HOT 17년만의 콘서트 "5만여 팬들 감격의 눈물"
  • 은총명 기자
  • 승인 2018.10.14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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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17년만에 H.O.T.가 공연을 했다. 사진 = 솔트 이노베이션 제공
13일 17년만에 H.O.T.가 공연을 했다. 사진 = 솔트 이노베이션 제공

1세대 아이돌 그룹 HOT가 13일 오후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17년만에 콘서트를 열었다.

이날 공연은 '2018 포에버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스(High-five Of Teenagers)'라는 이름으로 17년을 서로 그리워한 가수와 팬들이 만나 감동의 물결을 이루었다.

HOT는 2001년 2월27일 올림픽주경기장에셔 연 콘서트에서 팬들과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HOT는 그해 5월 해체, 약속은 영영 지켜지지 못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날 흰색 우비를 입은 '클럽 HOT'가 흔드는 5만개의 흰색 봉은 멤버들과 팬들이 꿈꾸기만 한 순간이 현실이 됐음을 알렸다. 

리더 문희준(40)은 "17년 전 약속을 지킬 수 있게 지켜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했다. 

HOT, 전성기 못지않은 내공 

아이돌 그룹 원조로 통하는 HOT는 1996년 '전사의 후예'로 데뷔한 이후 '캔디' '행복' '위 아 더 퓨처' 등의 히트곡을 내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17년 만에 팬들 앞에 서는 이들이 제대로 된 무대를 꾸밀 지에 대해 일부에서 의문도 제기했다. 멤버들의 나이가 어느덧 불혼 안팎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섯 멤버는 세시간 가까운 러닝타임 동안 20여곡을 무난히 소화하며 팬들의 추억을 제대로 소환했다. 

그 유명한 첫 소절 "아 니가 니가 니가 뭔데"로 시작하는 데뷔곡 '전사의 후예'로 포문을 열자 객석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이후 '늑대와 양' '전사의 후예' '투지' '열맞춰' '아이야' 등 강렬한 퍼포먼스를 요하는 세찬 곡들이 주를 이뤘다. 

'십대들의 승리'(High-five Of Teenagers)를 뜻하는 팀 이름처럼 90년대 후반 10대들의 목소리들의 대변한 곡들로, 공연장에 운집한 30대 위주의 팬들은 순식간에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아이야'까지 부른 멤버들은 숨을 고른 뒤 객석에서 바라볼 때 왼쪽에 서 있는 멤버 순으로 각자 인사를 했다."내년에 마흔살이 되는 막내 이재원입니다" "리더 문희준입니다. 같은 장소인데 너무 오래 걸려서 돌아온 것 같습니다." "리드 보컬 강타입니다." "HOT에서 외국인을 맡았던 토니입니다." "쿨워터와 센터장을 맡고있는 장우혁입니다."

문희준은 "이 장소에서 마지막으로 인사를 드린 것이 2001년"이라면서 "너무 오래 걸려 죄송한 마음이 크다. 추억을 못 쌓은 만큼 오늘 많은 추억을 쌓고 가셨으면 한다"고 했다. 

장우혁(40)과 토니안(30)은 "오늘 자리가 실감이 안 나고 관객 여러분이 이렇게 모여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예전과 같은 멋진 모습으로 퍼포먼스를 선보일 수 있을 지 걱정이 많았다는 강타(39)는 "꽉 메워주신 팬들이 좋은 공연을 만드는 것이라고 지인으로부터 들었다"면서 "여러분 덕에 에너지를 받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실제 앙코르 마지막곡 '빛'까지 HOT 멤버들은 모든 무대에 최선을 다했다. 대표곡 '캔디'의 '카레이서 춤'과 '망치 춤', '위 아 더 퓨처'의 발을 공중에서 구르는 춤 등 전성기 시절의 인기 있는 춤을 무리 없이 모두 재현했다. 귀엽고 알록달록한 '캔디' 의상도 당시 질과 모습을 재현해 그대로 입고 나왔다. 리드보컬 강타의 가창과 메인 댄서 장우혁의 춤 실력도 여전했다. 

멤버들은 각자 솔로 무대도 소화했는데, 토니안은 신곡 'Hot 나이트(knight)'도 공개했다. 단지 '추억팔이' 공연이 아니었던 셈이다. 이재원(38)은 "오늘 무대가 HOT의 새로운 페이지를 새롭게 써내는 것 같다"고 했다. 멤버들은 공연장을 가득 채운 팬들을 보고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 간다" "TV를 보는 것 같다" 등을 몇 번이나 되풀이했다. 

팬클럽 원형 만든 팬들도 열기 여전 

이번에 공연하는 올림픽주경기장은 멤버들과 팬들에게 여러모로 뜻깊은 장소다. HOT는 1999년 9월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성지로 통하는 이곳에 올랐다. 마이클 잭슨 등 팝스타를 제외하고 한국 가수 최초였다. 앞서 언급했듯, 이들이 마지막으로 팬들 앞에 섰던 것도 이 곳이었다.

이로 인해 이번 공연은 예매 전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예매 오픈 즉시 8만석이 단숨에 매진됐다. 온라인에서 암표가 100만원대에 나돌기도 했다. 그만큼 팬들의 마음은 간절했다. 추가로 2만석이 더 열려, 이날과 이튿날까지 총 10만명이 객석을 채우게 된다. 

이날 오전부터 공연장 앞 열기도 대단했다. 굿즈 숍은 오전 9시 문을 열었는데 새벽 시간대부터 그 앞에 줄이 늘어섰다. HOT 팬덤 이름인 '클럽 HOT'라는 문구가 적힌 HOT 상징과도 같은 흰색 우비와 티셔츠, 모자, 후드티 등을 팔았다. 모자와 후드티는 오전 중에 동이 났다. 

공연장 내에서도 팬들은 뜨거웠다. "H.O.T. H.O.T. 문희준 H.O.T. 장우혁 H.O.T. 안승호H.O.T. 안칠현 H.O.T. 이재원"이라고 외치는, HOT 5집 타이틀곡 '아웃 사이드 캐슬' 응원법 등 곡마다 응원법이 여전히 쩌렁쩌렁했다. 

이날 공연장에 온 30대 팬들은 학창시절에 자신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준 HOT는 평생 잊을 수 없다고 했다. 한 팬은 왜 HOT가 좋냐는 물음에 "난 내 세상은 내가 스스로 만들 거야. 똑같은 삶을 강요하지마"라는 노랫말의 HOT 대표곡 '위 아 더 퓨처'를 부르는 것으로 답은 대신했다. 

부산에서 올라온 30대 황모씨도 '위 아 더 퓨처'를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꼽으며 "남자가 봐도 춤이 정말 멋있지 않냐"고 되묻기도 했다. HOT는 이 곡에서 힘껏 뛰어 올라 발을 차는 춤을 선보였다. 콘서트 전 만난 그녀는 "콘서트를 보면 눈물이 나올 것 같다"며 벌써 그렁그렁한 눈으로 말했다. 

HOT가 전성기를 누리던 1990년대 후반의 대중문화 풍경을 다뤄 신드롬을 일으킨 tvN '응답하라 1997'에는 HOT의 열렬 팬 '시원'이 나온다. 그룹 '에이핑크' 멤버 정은지가 연기한 그녀는 고교 시절 HOT '팬픽'을 쓰던 실력을 바탕으로 대학에 가고, 방송작가가 된다. 황 씨 역시 "HOT 때문에 방송 일에 관심을 갖고 '응답하라 1997' 시원이처럼 방송국에서 일했다"고 했다. 

이미 상당수 팬이 주부가 된 만큼 남편들도 이날 팬들이 공연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든 숨은 주역이었다. 어느 남성은 HOT 콘서트 관련 온라인 기사 댓글에 '마누라 없이 혼자 세 살, 두 살 연년생 아들 둘을 보고 있다. (절대 예매에 성공하지 못할 거 같아) 쿨하게 갔다 오라고 했는데 예매가 됐다'고 너스레를 떤 글을 적기도 했다. 다른 공연장과 달리 물품 대기소 옆에 ‘미아보호소’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엄마 팬들이 많다는 점을 배려한 것이다. 

HOT는 중국 시장에 진출해 한류의 문을 연 그룹으로도 통한다. 이날 중국 팬들도 상당수 눈에 보였다. HOT가 1997년 발표한 2집에 적극 도입한 그래피티 아트가 적용된 컨테이너 박스 앞에서 흰색 우비를 입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던 중국 팬 샤오친(33)은 "청소년기에 상처 받고, 힘들어할 때 HOT의 가사가 큰 위로를 안겼다"면서 "1990년대 후반부터 팬이다. 이들의 중국 콘서트를 못 봐서 아쉬웠는데 이렇게 큰 공연장에서 보게 돼 뭉클하다"고 했다. 
 
팬들이 90년대 흔들던 하얀 풍선은 이날 하얀 봉으로 바뀌었다. 주최 측이 무선 주파수를 이용해 HOT의 상징색인 흰색뿐만 아니라, 다양한 색깔로 변화시키니 무대뿐만 아니라 객석이 한편의 영상 같았다. 
 
이날 팬들이 감동을 선사한 순간도 여러 번 있었다. '우리들의 맹세'를 부를 때 ‘기다렸어 H.O.T.’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일제히 펼쳐들었고, 멤버들 없이 자막으로 노랫말이 나온 '너와 나'를 무반주로 팬들 끼리만 부를 때는 전율이 일었다. 공연이 끝나자마자 "기차 시간이 늦는다"며 부리나케 뛰어나간 부산에 사는 팬은 "우혁 오빠가 울 때 눈물이 났다"고 했다. 장우혁은 눈시울을 붉힌 뒤 팬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팬들은 오후 9시가 넘어서 10도까지 떨어진 찬 날씨에도 끝까지 공연장을 지켰다.   

팀명 상표권 분쟁은 진행 중···재결합 가능성 시사 

HOT는 현재 H.O.T.라는 명칭을 콘서트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을 과거에 프로듀싱한 SM 출신 김경욱 씨가 상표권을 가지고 있어, 이를 사용하는데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결국 공연주최사인 솔트이노베이션은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High-five Of Teenagers)라는 풀 네임을 사용하고 있다. HOT의 소속사였던 SM는 이번 콘서트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멤버들 중 강타만 현재 SM 소속이다. 다만 SM 자회사인 공연기획사 드림메이커가 투자사로 참여했다. 

또 이번에 HOT가 5인 완전체로 무대에 올랐지만 재결성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멤버들은 멤버들이 재결성해 신곡을 발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날 '위 아 더 퓨처' 순서 전에 등장한 영상에도 '#2019'라는 문구가 등장했다.  

문희준은 '우리들의 맹세'를 부르기 전 "멤버들과 연습실에서 이야기를 했어요. '우리 영원히 함께하자'고요"라고 털어놓았다.강타는 그동안 재결합과 관련 여러 설들이 있었다고 돌아보며 "저희를 통하지 않은 보도가 많았는데, 죄송한 마음이 커요. 늦었지만 이렇게 모여 기쁘죠. 앞으로 자주 모였면 좋겠어요"라고 바랐다. 또 "간절히 바라면 이뤄진다는 말을 100% 그동안 믿지 않았는데 이날 자리에 서니 믿어진다"고 말했다. 

HOT는 14일 같은 장소에서 한 차례 더 공연한다. 이날도 역시 5만명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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