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강, ‘악법도 법이다’라고 소크라테스는 말하지 않았다
리강, ‘악법도 법이다’라고 소크라테스는 말하지 않았다
  • 윤삼근 기자
  • 승인 2018.10.13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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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적 지식에 의문제기... 청소년을 위한 또다른 철학적 소견.
‘행복한 미래’ 출판...소피스트와 소크라테스에 대한 편견 깨
리강. 그는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리강. 그는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라고 주장하는 이가 있어 화제다. 청소년을 위한 철학멘토 리강 선생이 바로 그다. 

그는 新刊 <‘악법도 법이다, 소크라테스는 말하지 않았다’(행복한 미래 刊)>를 펴내고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시기 전에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했다는 것은 심각하게 왜곡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자는 “교과서 배운 서양 철학사는 진실일까? 정말 소피스트는 궤변론자이고,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라고 소리치며 독배를 마신 걸까? 소크라테스가 성인이 아니라면 그를 성인으로 만든 사람들은 무엇을 노리고 그렇게 한 것일까?”라며 교과서적 지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10대를 위한 철학콘서트, 고대 그리스 철학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철학 멘토> 리강 선생이 집필한 ‘청소년을 위한’ 고대 그리스 철학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저자는 26년 동안 청소년들에게 논술과 서양철학을 공부하고 가르치면서 청소년들의 철학 공부는 ‘지식’이 아니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방법론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의문을 명쾌하게 풀어내어야만 청소년들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방법론도 터득할 수 있다고 그는 믿고 있다. 

청소년들은 이 책을 통해 그동안 교과서에서 배운, 소피스트와 소크라테스에 대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고 그는 주장한다.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하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성인이라고 하기에는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대로, 소피스트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궤변론자가 아니에요. 그들은 말 그대로 참으로 지혜로운 자들이고, 아테네 시민들을 민주 시민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한 사람들입니다. 이제 새로운 철학 공부가 시작됩니다”

<소크라테스의 실체>와 <악법도 법이다>의 진실 

소크라테스는 정말 성인일까? 그의 철학을 알 수 있는 핵심적인 말 “네 영혼을 돌보라.”라는 말을 살펴보면 소크라테스를 성인이라고 하기에는 문제가 많다. 

이 말은 신체보다는 영혼의 가치에 집중된 의미를 담고 있다. 영혼만이 중요하고 신체는 혐오스럽고 비하할 대상이라는 의미가 엿보인다. 또한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을 통해 영혼의 훌륭함, 영혼의 영혼다움을 알게 되면, 훌륭한 인간으로서의 실천도 할 수 있게 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실천이라는 것은 신체의 훈련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시기 전에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했다는 것도 심각하게 왜곡된 것이다. 그가 남긴 말을 찬찬히 들어 보면 소크라테스의 ‘죽음 찬양’ 태도를 간파할 수 있다. 삶이라는 것은 순수한 영혼이 더러운 신체 속에 갇혀 있는 상태이므로, 죽음으로써 영혼은 신체에서 해방되어 순수한 상태를 회복한다고 소크라테스는 여러 번 강조한다. 소크라테스가 보기에는 죽음이야말로 순수한 영혼이 지혜를 깨달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계기이다.

그렇다고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단정해 버려서도 안 된다. 그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지만, 그런 말을 하고도 남을 만큼 국가주의자이기 때문이다. 아테네 폴리스에서 태어나서 칠십 평생을 아테네 폴리스의 은혜를 입고 살았으니, 아테네 폴리스가 죽기를 명령한다면 기꺼이 그 죽음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을 소크라테스는 분명히 갖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이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정설처럼 받아들였는지를 알 수 있다.

글 리강, 행복한 미래 출간. 

<소피스트의 이미지>를 복원하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소피스트는 얼토당토않은 말을 해서 고대 아테네 시민들을 혼돈에 빠트리는 자이다. 하지만 실제의 그들은 참으로 지혜로운 자들이다. 자연철학자들처럼 쓸데없이 권위적이지도 않고 자신들을 신비한 아우라로 감싸지도 않는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법론을 아테네 시민의 눈높이에서 함께 연구한다.

프로타고라스가 말한 “인간이 만물의 척도”는 허무주의적 상대주의가 아니라 민주적 다원주의의 의미가 담긴다. 트라시마코스가 말한 “정의는 강자의 이익”은 아테네 정치권력이 얼마나 부패하고 부정한지를 간접적으로 성토하기 위해서이다. 글라우콘이 “기게스의 반지” 이야기를 끄집어낸 것은 인간의 본성이 악하다는 점을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정치권력자가 함부로 권력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사회계약을 체결하자는 의미를 담는다. 이제 소피스트에 대한 역사적인 평가를 제대로 하자.

<고대 철학>에 대해 명쾌하게 해명하다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했다는 것은 한국인이면 누구나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소피스트는 궤변론자로서 소크라테스 같은 성인이 억울하게 독배를 마실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고 믿고 있다. 정말 그럴까? 초·중·고에서 공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학교에서, 그리고 책에서 그렇게 배웠으므로 그것들이 의심할 수 없는 진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왠지 미심쩍다.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했다면, 그는 악법을 제정해서 독재 정치를 하는 정치권력자를 옹호한단 말인가! 그런 독재자를 옹호하는 말을 하는 사람을 성인으로 추켜세우는 것은 옳은 일인가? 소크라테스가 미심쩍은 만큼이나, 소피스트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바와 다르지 않을까? 소피스트는 그 말 그대로 지혜로운 자가 아닐까?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을 이 책은 수월하고도 명쾌하게 풀어낸다. 고대 아테네 철학, 그리고 소크라테스와 소피스트의 진정한 실체를 밝히기 위해 <철학> 그 자체에만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소피스트와 소크라테스를 에워싸고 있는 당시의 정치, 경제, 군사, 문화 등의 요소들을 심도 있게 탐색하여 고대 그리스 철학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고대 철학에서 <행복하게 사는 방법론>을 배우다

저자가 단지 소크라테스와 소피스트의 왜곡된 이미지를 바로잡는 것에 만족했다면, 이 책의 가치와 의미는 그만큼 떨어질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좀 더 중요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집필했다. 성인답지 않은 소크라테스를 성인으로 알고 있다는 것은,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얼마나 심각한 혼란을 줄 것인가? 그리고 소피스트를 궤변론자로 알고 있음으로써 우리는 얼마나 많은 지혜를 놓쳐 버렸을까?

프로타고라스가 소크라테스와의 대화에서 다원주의적 상대주의 태도를 보임으로써 민주주의 시민으로 살아가는 좋은 방법론을 알 수 있다. 오직 하나의 진리만이 옳다고 믿는 독선적이고 독단적인 소크라테스의 태도는 얼마나 민주주의에 어긋나는지도 알 수 있다. 민주적인 폴리스 공동체에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사회계약 장치가 있어야 하는지를 글라우콘은 명확하게 제시해 준다.

이러한 모든 것이 공동체 안에서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개인의 행복한 삶이 오직 개인의 능력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없고, 공동체 전체의 민주적인 발전,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자유와 평등을 통해서야만 개인의 행복한 삶도 가능하다는 점을 알게 한다. 저자가 이 책을 써서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진정한 메시지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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