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조 기금 다루는 "자본시장 대통령"
류영재 "소명의식 가지고 지원"
안효준 "현 정부 정책과 궤 같아"

왼쪽부터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안효준 BNK금융지주 글로벌 총괄부문장(사장),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CIO) 발표가 임박해지고 있다. 유력후보자인 왼쪽부터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안효준 BNK금융지주 글로벌 총괄부문장(사장),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600조의 기금을 운영할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CIO) 선임을 위한 정부의 막바지 검증 절차가 이뤄지고 있다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CIO 후보자 3명을 청와대에 추천해 청와대가 인사 검증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한 명을 낙점하면 국민연금 이사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 절차를 거쳐 CIO를 임명할 예정이다. 

국민연금 CIO는 지난해 7월 강면욱 전 CIO가 인사 책임 등을 이유로 사표를 낸 후 현재 1년여간 비어있다. 올해 5월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가 유력 후보로 떠올랐지만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개입 논란'으로 잡음만 일으킨 끝에 재공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난 7월 마감한 CIO 재공모에는 30명이 지원했고, 면접 대상자는 13명으로 추려졌다. 

지난 8월 21일 진행된 면접에서 통과자는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안효준 BNK금융지주 글로벌 총괄부문장(사장),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이승철 전 산림조합중앙회 신용부문 상무, 장부연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경영관리부문 대표 등 5명이다. 이 가운데  서류와 면접을 거친 류 대표, 안 사장, 주 전 사장 등 3명이 유력 후보로 전해졌다. 

면접 결과가 발표되며 급부상한 류 후보는 의결권 자문기관이자 사회책임투자 리서치기관인 서스틴베스트 설립자다. 특히 국민연금이 지난 7월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를 시행할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2004년부터 글로벌 공적 연기금들의 핵심 투자 전략인 사회책임투자(ESG), 스튜어드십 코드, 의결권 행사 등의 분야에서 국내 시장을 개척한 선도자로 평가받고 있다. 

류 대표는 "ESG, 스튜어드십 코드 등의 개념이 국내에 생소하더 시절에 도입해 외롭게 14년 동안 일관된 노력을 기울울여 왔다"며 "이런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받아 면접까지 오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류 대표는 또 현대증권, 동방페레그린증권, SK증권, 메리츠증권 등 증권업계에서 13년간 기업분석 및 영업을 담당한 경험도 있다.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사단법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연구소장 등도 맡고 있다. 

전문성 논란에 대해서는 "증권사에서 13년 동안 일했고, 서스틴베스트 있으면서 ESG 등을 반영해 국민연금 운용전략을 짜준 다수의 경험이 있다"며 "개인적인 이득이 아닌 소명의식으로 지원했다"라고 류 대표는 설명했다. 

안효준 사장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대표를 모두 역임한 데다 주식운용 부문을 중심으로 금융에 전문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경력이 탄탄하다는 점도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안 사장은 서울증권 애널리스트로 금융투자업계에 첫발을 내디딘 후 뉴욕지점장, 해외운용팀장을 역임했다. 또 대우증권에서는 홍콩지점 주식운용팀장을, 국민연금에서는 주식운용실장을 맡았다. 3명 후보자 가운데 유일하게 국민연금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시카고 카길과 호주 ANZ펀드운용에서 펀드 매니저로 활동하기도 했다. 대표로 교보악사자산운용과 BNK투자증권을 이끌었으며 지난해 11월부터는 BNK금융지주 글로벌 총괄부문장 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안 사장은 현직에 재직 중이니만큼 말을 아꼈지만 CIO가 되고자하는 의지는 확고했다. 안 사장은 "민감한 시기라 발언하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라면서도 "스튜어드십 코드 등 이번 정권에서 생각하고 정책과 궤를 같이하고 있고, 이에 맞춰 개인적인 투자 철학도 다 준비돼 있다"라고 밝혔다. 

주진형 후보자는 국민연금에 대한 변화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개혁 성향이 강점으로 뽑힌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은 2013~2016년 한화투자증권 사장 재임 시절 매도 리포트 확대, 고위험 주식 선정 발표 등의 파격 행보로 '증권업계의 돈키호테'라는 별명을 얻은 인물이다. 특히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국내 기관 중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내 관심을 끌었다.  

또 2016년에는 더불어민주당 총선정책공약단 부단장과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 등을 역임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1차 청문회 당시 참고인으로 출석해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조직폭력배처럼 행동한다'는 발언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러한 개혁 성향은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지만 전문성은 부족하다는 것이 약점으로 거론된다. 주 전 사장의 경력은 기금운용보다는 전략기획·마케팅·리테일 분야에 치우쳐 있다. 또 주 전 사장이 CIO로 부적합하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나오는 등 조직 관리 능력에도 의문이 제기된 상태이다. 주 전 사장 시절 한화증권 직원이었다고 소개한 청원인은 "임직원들과의 대화는 자신의 지식만을 뽐내며 모멸감을 주기 일쑤였다"라고 폭로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해진 CIO 임명 시한은 없다"면서도 "최종 검증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진행해 발표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연금공단의 기금운용본부는 국민이 맡긴 600조원이 넘는 노후자금을 국내·외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는 조직이다. 기금운용본부를 이끄는 CIO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 '자본시장 대통령'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임기는 2년이며 성과에 따라 추가로 1년까지 연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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