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발언 이어 8월 임시국회에서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 처리키로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서울 중구 서울시 시민청 활짝라운지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서울 중구 서울시 시민청 활짝라운지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여야가 8월 임시국회에서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처리키로 합의하면서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1·2호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크게 반색하고 있다. 

막혀있던 규제로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었던 인터넷은행들의 숨통이 다소 트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인터넷은행들은 규제 완화로 추가 실탄 확보가 수월해지면 중금리 대출을 비롯한 다양한 시장 진출은 물론 수익성 개선까지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9일 금융권 안팎에서는 국회에서의 법안 처리로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자본금 확충을 통해 대출 여력을 늘리고, ICT(정보통신기술)를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금융시장 전반에 혁신적인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 완화 필요성의 목소리를 낸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혁신 행사에서 "IT기업의 인터넷전문은행 참여는 기술 융합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새로운 금융상품과 서비스 개발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이 제대로 성장하도록 하려면 산업자본이 지분을 확대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는 논리다.

지난해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들은 빠른 외형 성장에 비해 자본확충의 어려움으로 사업에 제속도를 내지 못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고객수는 출범 1년 만에 각 45만명, 633만명에 이르는 등 기대를 뛰어넘는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주주구성이 복잡하고, 압도적인 대주주가 없는 케이뱅크의 경우 두차례의 자본확충 때마다 난항을 빚었다. 지난달 당초 1500억원으로 결의한 유상증자에 일부 주주들이 불참한 탓에 300억 어치의 전환주만 발행했다. 지난해 9월 이뤄진 1차 유상증자 때에도 200억원의 실권주가 발생하면서 당초 계획된 1000억원을 확보하는 데에 보름이 더 소요됐다. 

케이뱅크의 주주는 우리은행(13.2%) KT(10%) NH투자증권(10.0%) 한화생명보험(9.41%) GS리테일(9.26%) 등 20곳으로 자본 확충을 위한 의견 조율에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결국 충분치 않은 자본 여력에 늘어나는 대출 수요를 감당하기가 어렵게 된 케이뱅크는 직장인 신용대출 상품 등의 판매 중단과 재개를 반복해야 했다.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 등 일찌감치 구상해놓은 새로운 상품 출시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현재 3800억원이다. 

카카오뱅크는 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58%)가 자본확충을 주도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자본확충을 수월하게 이끌어내긴 했다. 지난해 두차례의 증자에 성공하면서 자본금을 1조3000억원으로 늘린 상태다. 그러나 케이뱅크와 마찬가지로 산업자본인 카카오의 지분은 10% 불과하고, 대주주가 계속 자본금을 넣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추가 자본확충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지분구조에는 상당한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현행 은행법에는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4%까지 보유하고, 의결권 없는 지분은 10%까지 보유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제가 완화되면 카카오뱅크의 경우 카카오의 지분이 확대되고, 케이뱅크의 경우 KT가 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 은행도 상황을 지켜보면서 신사업을 구상하는 모습이다. 향후 ICT기업의 주도적인 운영이 이뤄지면 보다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는게 이들의 입장이다. 카카오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하고, 카드사·캐피탈사·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과 연계한 대출 서비스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케이뱅크도 출시를 미뤄놨던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과 펌(Firm) 뱅킹, 앱투앱 결제 사업 등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모바일 시대에 고객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담아낼 계획"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빅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모바일 자산관리 서비스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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