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뱃속에서 듣던 소리와 비슷

고장난 전축의 소음이 아기의 울음을 달래는 자장가로 팔렸다.
고장난 전축의 소음이 아기의 울음을 달래는 자장가로 팔렸다.

고장 난 전축의 소음을 녹음하여 발명품으로 판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그것도 심하게 우는 갓난아기를 재우는 자장가로 팔린다면 정말 ‘믿거나 말거나’란 말이 어울리는 일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

이 상상을 초월하는 상품의 발명가는 영국의 로저 와넬이라는 평범한 교사였다. 와넬의 갓난아기는 엄청난 울보였다. 우유를 먹으려 들지도 않고 그저 울 뿐이었다.

‘정말 대책이 안 서는군. 어린 갓난아기한테 야단을 칠 수도 없고.’
 와넬은 얼굴까지 새빨갛게 되어 필사적으로 울고 대는 아기가 안쓰러운 한편, 귀청이 찢어질듯 한 울음소리에 짜증이 났다. ‘아! 맞아. 조용한 음악을 들으면 아기가 정서적으로 안정이 될 거야.’

와넬은 언젠가 육아잡지에서 읽은 글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와넬은 자신이 즐겨듣던 피아노곡의 음반을 전축에 살며시 올려놓았다. 그 순간에도 아기는 울고 있었다.

‘이런!’ 와넬의 입에서 낭패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감미로운 음악소리가 나올 것으로 여겼던 전축에서 요상한 소음만이 흘러 나왔기 때문이다. 전축이 고장 난 탓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아기가 울음을 멈추더니 잠을 자는 것이었다. ‘설마! 전축이 내는 소음을 듣고 울음을 멈춘 건 아니겠지?’

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고장 난 전축의 소음이 자장가 역할을 한다는 것은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연으로 치부해버리기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그래. 실험을 해보자. 이 넓은 지구에서는 하루에도 몇 백번씩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니까.’

와넬은 전축에서 나는 소음을 녹음한 다음 이웃에게 부탁해 갓난아이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모두 우는 데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의 울보들이었다. 마침내 실험 날, 와넬의 집에 모인 열 명의 갓난아이들은 집이 떠나갈 듯 울어댔다.  ‘좋았어. 딱 알맞은 상태로군.’

와넬은 고장 난 전축에 전원을 연결했다. 어김없이 소음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토록 울어대던 아기들이 하나 둘 잠이 들더니 30분 만에 모두 깊은 잠에 빠져든 것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와넬은 빅터음악공사와 계약을 채결했다. 고장 난 전축에서 흘러나온 소음을 카세트에 담아 하이테크 자장가라는 상품으로 내놓게 된 것이다. 

“이 규칙적인 소음에 갓난아기가 반응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엄마의 뱃속에서 듣던 소리와 비슷했기 때문이죠. 낯선 생활환경에 갓난아기는 스트레스를 받곤 종종 이유 없는 울음을 터뜨리며 항의를 하는 겁니다. 그러니 엄마의 뱃속에서 듣던 소리에 안정을 찾게 되는 거죠.” 와넬은 자신의 발명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이렇게 설명한다. 왕연중 한국발명과학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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