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 지하철과 삼겹살
[아침시] 지하철과 삼겹살
  • 논설실
  • 승인 2018.06.1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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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은 떠나고 비명과 발악이 남아 있는 삼겹살 비린내가 몸속으로 끈질기게 스며든다.
지하철은 떠나고 비명과 발악이 남아 있는 삼겹살 비린내가 몸속으로 끈질기게 스며든다.

삼겹살에 취한 그의 술잔을 본다. 술잔속에는 그의 세상과 그의 이력과 그의 사랑과 그의 고단이 녹아있다. ‘도살직전의 독한 노린내’는 성인의 후광처럼 빛난다. 

지하철 안 내가 서있던 자리에는/ 내 모습의 허공을 덮고 있는 고기냄새의 거푸집이/ 아직도 손잡이를 잡은 채/ 계단으로 빠져나가는 나를 차창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기택 ‘삼겹살’ 중에서.

김정은이 트럼프를 만난 이유로 한 잔, 메시가 패널티킥을 실축한 이유로 한 잔. 실업자가 늘었다고 한 잔, 취업자 줄었다고 한 잔. 헤어진 연인에게서 온 문자 한줄에 한 잔. 낮 꼰대부장의 경고섞인 충고 때문에 한 잔. 이래저래 삼겹살이 필요한 시대인 것 같다. 

비명과 발악이 남아 있는 비린내가 몸속으로 끈질기게 스며들고 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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