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에 취한 그의 술잔을 본다. 술잔속에는 그의 세상과 그의 이력과 그의 사랑과 그의 고단이 녹아있다. ‘도살직전의 독한 노린내’는 성인의 후광처럼 빛난다.
지하철 안 내가 서있던 자리에는/ 내 모습의 허공을 덮고 있는 고기냄새의 거푸집이/ 아직도 손잡이를 잡은 채/ 계단으로 빠져나가는 나를 차창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기택 ‘삼겹살’ 중에서.
김정은이 트럼프를 만난 이유로 한 잔, 메시가 패널티킥을 실축한 이유로 한 잔. 실업자가 늘었다고 한 잔, 취업자 줄었다고 한 잔. 헤어진 연인에게서 온 문자 한줄에 한 잔. 낮 꼰대부장의 경고섞인 충고 때문에 한 잔. 이래저래 삼겹살이 필요한 시대인 것 같다.
비명과 발악이 남아 있는 비린내가 몸속으로 끈질기게 스며들고 있는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