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를 모방한 돌은 이미 돌이 아니라 하나의 작품이 되었다.
인체를 모방한 돌은 이미 돌이 아니라 하나의 작품이 되었다.

옛사람들은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라며 관대하게 넘어갔다. 배우고자 하는 열망은 그 어느 것도 따라잡을 수 없는 최고의 미덕이라는 것이 조상들의 가르침이었다.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도둑질마저 배우기 위한 것이라면 용서받을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이것은 책 한권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요, 가난한 사람들은 글을 배울 수 없었던 시대의 이야기이므로, 인터넷 접속만으로 원하는 정보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지금엔 적용할 수 없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창출해야 하는 아이디어 사냥꾼은 ‘훔치기’에 있어선 특권을 부여받은 사람들과 같다.

남의 아이디어를 빌려서 보다 유용하고 멋진 상품을 만들 수 있다면, 그 또한 훌륭한 발명기술인 것이다. 물론 남의 아이디어를 자기 것인 양 그대로 사용해도 좋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몰래 남의 아이디어를 훔쳐서 자기의 이익을 챙기는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명백한 범죄행위다. 지식도 재산이기 때문에 제일 먼저 창안한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거나, 사례를 주고 사용권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특허권은 보장받을 수 있는 기한이 한정되어 있고, 이후에는 누구든지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길도 열어 놓았다. 모두 인류의 진보를 위한 것이다. 때문에 남의 아이디어라도 현명하게 이용하면 뜻밖의 수확을 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떤 모방과 도둑질이 현명한 것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모방하되 창조적 정신을 발휘하라. 창조적 모방은 남의 것을 나의 것으로 재탄생 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남의 아이디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것을 뜻한다. 

일본의 대중적인 식사 중의 하나인 돈가스 덮밥도 그 좋은 예다. 돈가스는 서양식 ‘포크 커틀렛(돼지고기 튀김)’을 모방한 음식. 일본은 이 포크 커틀렛을 단순히 베끼는데 그치지 않고, 고유의 덮밥으로 재탄생시켰다. 뜨거운 밥 위에 잘 튀겨진 돈가스를 얹고, 육수와 계란 국물을 부어 먹는 돈가스 덮밥은 완전히 일본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 음식은 동서양의 맛을 한 번에 볼 수 있다는 특이함과 간편함 때문에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서양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일본의 이런 창조적 모방 정신이 경제대국을 만들었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이런 창조적 모방정신은 훌륭한 아이디어의 산실이기도 하다. 라디오의 접이형 안테나를 그대로 모방해 만든 지시봉도 있다. 이 지시봉은 라디오에서 안테나만을 떼낸 것처럼 모양이 완전히 똑같지만 전혀 다른 용도로 인기를 끌었다. 접어 넣으면 크기도 작고 볼펜 같은 모양이기 때문에 휴대가 간편하지만 일단 끝을 끄집어내어 늘리면 여의봉처럼 하염없이 늘어나 지시봉으로는 안성맞춤이었다. 

또 샤프연필의 모양을 그대로 흉내 낸 분필케이스나 지우개도 한동안 눈길을 끈 아이디어다. 얇은 막대 지우개를 샤프연필처럼 끼워서 사용하는 샤프지우개는 멋스러운 것을 좋아하는 여학생들에게 단연 인기였고, 분필케이스는 하루 종일 분필을 만지는 선생님 사이에서 대인기였다. 분필을 쉽게 빼고 넣을 수 있는 샤프의 특징을 그대로 모방했기 때문에 거둔 성과다.  

유럽 최고봉 융프라우를 올라가는 케이블 기차도 마찬가지다. 시계의 톱니바퀴에서 힌트를 얻어, 가파른 산을 올라갈 수 있도록 만든 이 기차도 모방에서 얻은 창조물이다.  모방도 어엿한 창조의 기술이다. 남의 아이디어를 훔치는 사이에 나의 창조력은 자극을 받는다. 썩은 나무 둥치에서 탐스럽고 아름다운 버섯이 피어나듯이, 늙고 구태의연한 아이디어에 새로운 감각을 불어넣고 생명력을 주는 것이 바로 모방인 것이다.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에 눈독을 들여 보자. 이용할만한 기술이나 모양은 없을까? 단순한 베끼기를 뛰어넘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한다는 느낌으로 사냥에 나서보자. 예기치 못했던 곳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글 왕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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