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고 비싼 물건이 있다면 대체할 재료는 없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라

재료만 살짝 바꾸어도 전혀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항상 사고의 여백을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다.
재료만 살짝 바꾸어도 전혀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항상 사색과 여유를 통해 사고의 여백을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다.

오래 전 속옷 업계를 발칵 뒤집은 사건이 일어났다. 이른바 팬티 전쟁. 속옷 업체들이 팬티에 고급 기능성 재료를 앞 다퉈 사용하면서 한바탕 신경전이 벌어진 것이었다. 

새로운 물건을 창조하는 것만이 발명은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물건의 재료를 바꾸는 것도 훌륭한 발명의 기술이다. 새로운 재료로 대체된 물건은 기존보다 값싸거나 수명이 길어지거나 혹은 더욱 고급으로 변한다. 재료만 바꾸어도 완전히 다른 상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선제공격을 한 쪽은 A사. 당시 한창 인기를 끌던 숯을 팬티에 끌어들였다. 그 무렵 숯은 뛰어난 탈취기능으로 마치 만물박사처럼 집안 구석구석 여기저기에서 사용됐다. 냉장고에 들어앉아 김치 냄새를 제거하는가 하면 거실에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곤 공기정화 기능까지 담당했다. 숯의 미세한 숨구멍이 나쁜 냄새 입자를 빨아들이고 습기를 조절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집안의 나쁜 냄새를 없애느라 화려한 분무기에 들어있는 화학약품을 뿌리던 주부들은 거림직한 분무기 대신에 숯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공기 정화기능이 탈취기능이 같다면 이름 모를 석유화학제품으로 만들어진 인공 향보다는 자연의 산물인 숯이 몇 배는 나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덕분에 숯불구이 고기 집에서나 사용하던 숯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불티나게 팔렸다. 

S사는 이런 숯의 인기를 속옷에 이용한 것이다. 살갗에 직접 닿는 속옷이니 재료에 민감한 것은 당연한 일. 인체에 무해하고 탈취기능까지 있는 숯을 팬티에 입혔다고 하니 그보다 더 좋은 선전이 있을 수 없다. A사는 이 팬티로 톡톡한 재미를 봤다.  

A사가 매출을 올리고 신바람이 나면 경쟁사인 B사는 떨어지는 매출로 배가 아프기 마련. S사가 숯 팬티로 승승장구하자 B사도 기능성 재료를 이용한 팬티 아이디어 사냥에 나섰다. B사가 주목한 것은 황토. 숯의 인기가 한창일 무렵 또 하나의 자연바람이 불기 시작했으니 바로 황토가 주인공이었다. 황토를 가열하면 원적외선이 방출된다는 소문이 나면서 전국 각지에는 황토방이 속속 생겨났다.

남녀노소 모두 뜨끈뜨끈하게 달궈진 황토방에 모여 앉아 땀을 빼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게다가 황토방을 다녀오신 어르신들은 ‘힘이 난다’는 등 ‘몸이 가뿐하다’는 등 찬사를 입에 달고 사시니 당연히 황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마련이었다.  B사가 이런 기회를 놓칠 리 만무했다. 황토 물을 들인 이른바 황토 팬티를 내놓았다. 이 상품은 황토 물에 팬티를 담가 붉은 빛이 나도록 가공한 것이었는데 건강을 꿈꾸는 남성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팬티에서 원적외선이 방출되어 남성을 굳세게 만들어준다는 소문이 자자했던 것이다. 

양 사는 이들 기능성 팬티로 톡톡한 재미를 봤다. 모두 일반 속옷보다 비싼 값에 팔렸다. 그저 땀을 잘 흡수하는 면으로 만든 작은 속옷이었을 뿐인데 재료를 조금만 바꿨더니 금새 고급품으로 둔갑한 것이다. 

발명일화에는 이처럼 재료를 바꿔서 성공한 사례가 많다. 인간이 만들어낸 제 3의 물질, 플라스틱도 실은 재료를 바꾸는 과정에서 탄생한 산물이다. 지금이야 모든 당구공은 고품질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고 있지만 예전에는 코끼리의 상아를 주재료로 하고 있었다. 덕분에 당구는 귀족이나 부유한 사람들만이 즐길 수 있는 고급 스포츠였다. 결국 당구용품 업자들은 궁리 끝에 상아를 대신할 당구공 재료에 현상금을 걸기에 이르렀다. 물론 플라스틱이 발명된 것은 이보다 훨씬 더 후의 일이긴 하지만, 이때의 일을 계기로 플라스틱의 연구가 시작된 것은 사실이다. 

재료를 바꿀 것은 없는지 유심히 살펴보자. 특히 불편하고 비싼 물건이 있다면 대체할 재료는 없는지 곰곰이 따져보자. 글 왕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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