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빼는 사이에 신선한 아이디어가 숨어 있을 수 있다

피자는 나누어서 팔 수도 있다. 조각피자는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대에 맞는 비즈니스트렌드를 따르고 있다. 사진 브롱스 반반피자.
피자는 나누어서 팔 수도 있다. 조각피자는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대에 맞는 비즈니스트렌드를 따르고 있다. 사진 브롱스 반반피자.

'빼'고 '나누어'보라

크고 복잡한 것만이 미덕은 아니다. 오히려 작고 가볍고 단순한 것이 더욱 사랑스럽고 가치를 인정받을 때가 있는 것이다. 불필요하다고 느껴지면 왠지 거추장스럽다면 과감히 빼보자. 

인테리어용으로 많이 쓰이는 적갈색 벽돌 중에도 빼기의 법칙이 숨어있다. 벽돌이 인간의 건축용 자재로 사용된 것은 기원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나 지금이나 벽돌의 모양은 변함없다. 때로 거대한 암석을 쪼아 만들어 모양이 불규칙한 것도 있긴 하지만 직육면체의 단단한 모양은 아주 오랫동안 벽돌의 대명사로 굳어져 버린 것. 새로운 아이디어나 모양이 적용될 것 같지 않다. 그런데 이 벽돌에도 놀라운 빼기 기술이 적용되어 새로운 제품이 만들어졌다. 

이른바 구멍 벽돌. 벽돌의 한 면에 구멍이 뻥 뚫린 제품이 바로 그것이다.  외장용 벽돌의 한 가운데를 뚫어 그만큼의 재료를 절약했다. 게다가 가벼워서 옮기기도 그만. 구멍을 이용해서 아기자기한 모양의 담을 쌓을 수도 있다. 가격도 그만큼 저렴해 건축업계에서 인기 있는 아이템이 됐다. 빼기 제품은 수없이 많다. 문자판의 숫자를 과감하게 없앤 디자인 시계, 연통을 없앤 난로, 카페인을 제거한 커피 등등.     

빼기와 비슷한 기법으로는 나누기를 들 수 있다. 크고 무겁고 비싼 것을 나눠서 싸고 작고 가볍게 만드는 것이다.  나누기 기법이 적용된 매력적인 아이템은 조각 피자. 출출할 때 근처에 피자 가게라도 있으면 그 황홀한 냄새는 피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유혹에 견디지 못하고 주저 없이 가게 안으로 들어서게 된다. 이때 일행이 있다면 만사형통. 작은 크기의 피자를 시켜서 음료수와 맛나게 먹을 수 있다.

사진 현대점토벽돌산업 블로그.
벽돌에 구멍이 난 것은 하중을 분산시키기 위한 것이다. 사진출처 현대점토벽돌산업 블로그.

 

문제는 혼자일 때다. 한 판에 많게는 여섯 조각이나 되는 피자를 혼자서 모두 먹기는 참으로 곤란하다. 게다가 피자 한 판의 가격도 만만치 않다. 큰 맘 먹고 피자 한 판을 시켜서 먹을 만큼 먹고 나머지는 포장을 할 수도 있지만 정말 성가신 일이 아닐 수 없다. 포장된 피자를 덜렁덜렁 들고 다녀야할 뿐 아니라 나중에는 식은 피자를 먹는 고통까지 감수해야 한다. 

피자를 싸들고 버스라도 탄다. 아마도 강렬한 피자 냄새 때문에 모든 승객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지도 모른다. 이런 복잡한 문제를 단숨에 해결하는 것이 바로 조각 피자. 커다란 피자를 작게 나누어 파는 이 아이디어는 바쁜 직장인과 인스턴트식품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에게 그야말로 적중했다.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어느 업체는 ‘작게 하라’는 기본 아이디어로 선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다시마 식품이 숙변 제거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이 업체는 이점에 착안해 약처럼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다시마 정제 식품을 내놨다. 다시마 정제를 물과 함께 살짝 씹어 먹으면 마치 많은 다시마를 먹은 것 같은 효과를 가진 아이디어 상품이었다. 그러나 인기는 잠시뿐, 점차 매상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다시마 정제의 크기가 보통의 알약만큼 커서 한번에 3~4알씩 넘기기가 힘든데다 씹으면 다시마 특유의 웬만한 비위로는 먹기 힘들었다. 

이때 경쟁사가 결정적인 단점을 보완해서 먹기 좋도록 작은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다시마를 과립 형태로 만들어 출시했다. 씹을 필요도 없고 목에 걸릴 걱정도 없었다. 입소문을 통해서 두 제품은 빠르게 퍼져 나갔다. 급기야는 인터넷 판매에서 최고 인기상품으로 떠올랐을 정도. 같은 제품을 그저 ‘작게’ 했을 뿐인데 성공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주저 없이 빼보자. 큰 것을 줄이고, 많은 것을 빼는 사이에 신선한 아이디어가 싹 틀 것이다. 작은 고추가 맵다고 하지 않던가. 아이디어의 매운 맛으로 승부하자. 승리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글 왕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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