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작품으로 유명한 차홍규 작가가 28일부터 중국 4대 미술 명문대학중 하나인 광저우 미대 학생들에게 특강을 하고 초대전시도 한다.

차홍규 작가.
차홍규 작가가 28일부터 중국 광저우 미대에서 초대전시를 한다. 

하이브리드 작품으로 유명한 차홍규 작가가 중국 광동성에 소재한 광저우 미대 초대로 28일부터 6월 1일까지 초대전과 아울러, 인근의 화난리공대학생들과 광저우 미대생들에게 한국의 현대 금속 예술에 대한 특강을 5월 28일 실시한다.

광저우 미대는 중국 4대 미술 명문대학의 하나로 차홍규 작가의 초대전시는 그 의의가 깊다. 특별 강의는 주로 차작가의 작품세계를 위주로 2시간에 걸쳐 그의 작품 화두인 '물질적 풍요로 현대인은 행복한가?'를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작품전은 차작가의 평소 화두인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을 주제로 강의를 한다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 이후로 물질문명은 놀라울 정도로 발전하여 현대인들은 이전의 인류가 상상치도 못하는 물질적 품요를 누리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 화석연료의 과다한 남용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로 각종 재해와 물질만능의 의식변화에 따른 스트레스, 정신병 및 이혼율 급증 등 사회적 불안 요소가 많다. 

차홍규 작품
차홍규 작품

이번 광저우 미대 초대전시회는 차홍규 작가의 42번째 개인전으로  조각과 평면을 함께 하는 차 작가를 아는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대하는 순간 다소 당황한다. 평소 호탕한 웃음과 농담을 즐겨 하는 차작가의 편안한 이미지와 전혀 다른 작품세계에서 받는 생경함 때문이다.

고통스러워하는가 하면, 화산 분화구를 연상케 하는 심연의 늪에서 탈출구를 찾아 발버둥치는 안타까움으로 가득하다. 구멍 뚫린 지구, 용암처럼 지표면을 덮는 오염 물질을 피할 곳은 더 이상 없고, 신체 일부가 기계 부품으로 바뀌면서 사이보그를 거부하는 절규와 공포는 보는 이들을 숨 막히게 한다. 게다가 작가가 창조한 인물들은 하나같이 동네 문방구에서 파는 싸구려 로봇만큼이나 왜소해서 표정을 읽으려면 작품과 거리를 둘 수도 없다.

차라리 멀리 떨어진다면 그 두려움을 외면하기라도 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작품 가까이 다가가 고통의 본질이 대체 무엇인가 살펴야 한다. 어쩌면 이는 작가의 지능적인 계산과 장치인지도 모른다. 또 그러한 작가 의도에 못 이기는 체 말려들어야 기괴한 형상의 아바타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꼬리라도 잡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차 작가 작품이 갖는 마력이다.

작가는 스스로 자신의 작품에 “물질적 풍요로 인간은 과연 행복한가?”라는 화두를 던지면서 서구 물질문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먼저 드러낸다. 현대인은 이브의 사과만큼이나 달콤한 물질문명의 속성을 거부할 용기를 갖고 있지 못하다. 그렇다고 하여 행복을 가장한 문명의 왜곡을 예측 못할 만큼 우둔하지도 않다.

그렇기에 작품 속 군상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순간의 행복에 안주하지 않고 영속적인 행복을 찾는 몸짓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은 금속 조각의 아바타에 불과하지만 그들이 소통하고자 하는 것은 환경파괴 등의 재앙을 가져온 물질문명에 대한 단순 비판과 경고만이 아니다. 극도로 부자연스러운 표정은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의 동반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은데 따른 불균형과 부조화에서 비롯된 것이고, 몸짓 하나하나에는 황폐화된 지구환경을 되살리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다.

차 작가를 하이브리드 작가라고 부르는 까닭이 여기에도 있다.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차 작가의 웃음 뒤에는 가늠하기 어려운 고통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아차려야 할 것이다. 게다가 그 고통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또 다른 고통을 억누르려면 더 많이 더 크게 웃어야 한다.

이처럼 삶의 표정을 철저하게 웃음으로 관리하는 차 작가이지만, 그는 예나 지금이나 쇳덩어리에 망설임 없이 고통의 민낯을 담는다. 산업사회의 상징물 쇳덩어리에 물질문명의 숱한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희망의 메시지를 덧씌우는 역설을 즐긴다. 이 고통의 축제야말로 작가가 꿈꾸는 행복이다. 이에 따른 감동의 울림을 가감 없이 받아들인 사람들은 작가와 함께 고통의 축제를 즐기는 대화를 나눌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차홍규 작가의 작품은 크게 나누어서 입체작품과 평면작품으로 구분되며, 그의 평면작품 제목은 절합으로 절합(節合) Articulation은 분절(分節)을 거쳐 ▶ 결합(結合)으로, 화합을 나타낸다. 우리만 하여도 남북갈등은 어쩔 수 없다 하여도 남남갈등, 동서갈등, 이념갈등 등으로 뿔뿔이 흩어져있다. 상대를 인정치 않는 흑과 백의 이분법적 논리가 만연하여 적군 아니면 아군의 구분하면서 아군 아니면 전부 적군으로 간주하고 있다. 즉, 대안 없는 비판, 비판을 위한 비판이 이 땅에 만연하고 있다.

상대를 인정하는 마음. 촛불과 태극기를 떠나 대한민국을 생각하는 마음이 그립다.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의 조화를 통하여 우리의 삶을 향상시키는 <節合>의 마음으로 어려운 우리시대를 헤쳐 나가길 기원해 본다.

입체작품의 제목은 도구적 이성 (Instrumental Reason) 으로 이성이란 개념적으로 사유하는 능력을 감각적 능력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로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시켜 주는 인간의 본질적 특성이다. 이러한 인간 본연의 이성이 물질을 지상의 최대과제로 생각하는 현대에 와서는 변질되어 가고 있다. 작가는 입체작품을 통하여 물질문명을 우선으로 추구하는 현대인에게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의 조화’를 간구하는 바람을 작품으로 표현하였다. 

그러나 차홍규작가는 물질적 풍요를 부정하는 작가는 결코 아니라며. 그의 작품 주제는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의 공동 발전'이다.라고 주장한다. 북경 청화대 미대를 전년퇴직하고 한중미술협회장을 맡으며 한국과 중국의 미술교류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차작가의 전시에 많은 기대를 하여본다. 이번 광저우 미대 차홍규 작가 초대전은 역설의 현장에 흠뻑 빠지는 독특한 경험을 맛보는 한편, 미래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오늘의 고통을 축제로 승화시키는 단서를 중국인들에게 각인 시킬 것이다. 

참고로 이번 전시는 중국의 광저우에서 열리는 관계로 입채물 위주로 전시를 하며 주먹 크기(10츠 내외)의 소형 청동 작품을 50여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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