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1일 시행 예정이던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올해 9월부터 앞당겨 시행에 들어가게 됐다. 임대료 폭등이 사회 이슈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법이 시행되면 보호장치 미비로 잡음이 많았던 영세상인의 임차권이 제도적으로 보장받게 된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 우선변제권 부여, 임대차기간 보장, 임대료와 보증금 인상 상한선 규정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법이 시행되면 그동안 불합리했던 상가임대 관행이 많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준비단계와 입법단계 부실로 법 시행을 앞두고 많은 부작용들이 나타났다. 5년 동안 임대료 인상이 규제받는 것을 우려해 상가주인들이 미리 임대료를 올려받으려 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심한 곳은 몇배나 임대료가 뛰었고 급등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재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월1일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공표된 후부터 4월말까지 서울시내 주요 상권 임대료가 10~40% 정도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파트, 오피스텔의 임대료 상승률과 비교할 때 높은 상승폭이다. 주요 상권별로 보면, 강남역의 월세가 평균 30% 올랐고, 양재역 부근도 15~20% 상승했다. 강북지역은 강남지역보다 덜하지만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일제히 임대료가 상승했다. 서울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명동은 보증금과 월세가 20~30%씩 올랐다. 전통 도심상권인 종로지역도 보증금, 월세 모두 10% 범위에서 상향조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모든 상권이 일제히 오른 것은 아니다. 비교적 상권규모가 작은 건대앞, 홍대앞 그리고 개발사업에 따라 계획적으로 조성된 동대문 도매상가와 테크노마트는 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에 따른 영향이 매우 미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실제 임대료가 몇배나 인상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물론 예년에 비해 급상승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시세에 비해 낮게 임대료를 받아왔던 경우가 대다수다. 경기회복으로 실물경제에 숨통이 트이면서 소비심리가 되살아난 영향까지 고려한다면 순수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영향은 상당히 축소될 것이다. 오히려 언론에서 일부 사실을 시장 전체 분위기인 것처럼 몰아간 것이 시장의 혼란을 부채질한 측면이 있다. 한편 영항력이 크고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일수록 임대료 인상률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 목좋은 곳일수록 임대료 상승에 대한 저항이 적기 때문이다. 만약 임대료 급등을 감당하지 못해 임차인이 나갈 경우에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도 쉽다. 또한 저금리로 고정적 월세수입에 대한 상가주인의 선호도가 높아 보증금을 그대로 두더라도 월세를 인상하려는 경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마지막으로 동일 상권은 임대료 움직임이 비슷한 데 비해 동일 상권 안에서 급지별로 임대료 움직임이 차별화되고 있다. 위치가 좋을수록 가격에 탄력이 붙기 쉽기 때문이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시행을 앞두고 상가 임대료 시장에 적지않은 혼란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제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부분적인 사실을 시장 전체의 상황으로 몰아간 언론의 보도는 그 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은 모든 상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며 ‘영세상인’에 한해 적용된다. 영세상인을 규정하는 시행령은 아직 결정되지도 않았다. 또한 5년 동안 임대료 인상이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5년이라는 숫자의 의미는 임차인이 보호받는 임대기간이며 계약은 1년 단위로 갱신이 가능하다. 임대료의 인상폭이 법적으로 제한받을 뿐 임대료를 올릴 수 없는 건 아니다. 영세상인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상가보호임대차보호법이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정부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법 내용을 충분히 홍보하는 기간을 두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 영세상인, 임대인 등 관련 집단들이 제기하는 제도적 허점들에도 귀기울여 합리적 보완책을 마련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자료원]:이코노미 21 1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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