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일보】경돈일 기자 = 지난 연말 5년 만에 워크아웃의 굴레에서 벗어난 금호타이어가 회사 정상화와 동시에 노사 갈등으로 파국 위기를 맞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사는 최근 32차 본교섭을 갖고 임금 및 단체협상 주요 현안에 대해 머리를 맞댔지만, 입장차만 확인한 채 협상은 결렬됐다. 지난해 5월 이후 7개월째 마라톤 협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물과 기름처럼 의견이 갈리면서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 금호타이어가 지난 연말 워크아웃을 졸업했지만 최근 첨예한 노사갈등으로 기업구조조정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해 있다. 사진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전경.

 

회사 측은 "파업은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실추시키고 자칫 5년 간의 기업구조조정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며 강도높게 경고하고 나섰지만 노조 측은 "사측이 조합원들의 고통과 피해보상은 뒷전인 채 협박을 일삼고 있다"며 추가 파업을 예고하고 나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노사 의견차는 임금 분야에서 극명하게 노출된다.

노조 측은 "워크아웃 졸업은 연봉 40%를 빼앗기며 근속 7년차 임금이 최저 임금으로 추락하는 등 조합원들이 겪은 고통의 산물이며, 기본급 10% 삭감과 5% 반납, 상여금 200% 반납, 복지 축소에 따른 임금 삭감액이 5년 간 3500억 원에 이른다"는 주장이다.

또 "117개 직무를 없애고 521명을 도급화하고 생산성을 10% 올린 결과 회사 측이 거둬 들인 효과만 5년 새 5000억 원에 이른다"며 "때문에 워크아웃을 졸업하면 그동안의 고통과 피해를 최소한도라도 보상받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사측의 임금안은 아랫돌 빼서 웃돌 괴는 속임수에 불과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사측이 최종안으로 내놓은 '15% 인상안'은 삭감 전인 2009년을 기준으로 하면 12.75%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임금 호봉체계 변경을 조건으로 하는 것이어서 받아 들일 수 없다는 게 노조 측 판단이다. 반면 사측은 1인당 평균 2014년 790만 원, 2015년 1336만 원 합계 2126만 원을 인상하는 것으로, 인상률로 따지면 25.6%에 달하는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김창규 대표이사는 "노조가 요구한 삭감분 보전의 경우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지만 동종업계와 동일한 수준에서 최종안을 내놓은 것이고, 인상률 또한 도합 25.6%로 파격적"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노조 측은 사측에 8일까지 최종 수정안 제시를 요구한 상태이며, 최종안이 미흡한 경우 9일 곧바로 쟁의대책위원회를 소집해 12일께부터 4시간 부분 파업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사측은 지난달 24일과 25일, 29일과 30일 2차례 부분 파업을 통해 40억 원의 매출 손실을 입은 상황에서 추가 파업은 회사 신뢰를 무너트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지만 파업을 막을 현실적 대안은 없는 상황이다. 회사 관계자는 "임금성 부분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안이 없다"며 "협상을 계속 이어가는 것 말고는 솔직히 답이 없다"고 밝혔다. 상황의 심각상 때문인지 김 대표가 광주로 내려왔다.

지역 경제의 중추신경인 금호타이어의 노사 갈등이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각계의 우려 목소리도 높다. 광주상공회의소 박흥석 회장은 7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을 직접 방문해 노조 간부들을 만난 뒤 파업 중단과 원만한 임단협 타결을 요청했다.

박 회장은 "노사가 힘을 합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는데 파업 사태가 일어나 매우 안타깝다"며 "지역경제를 위해 노조는 파업을 중단하고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주길 간곡히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광주시의회도 지난 5일 '금호타이어 노사에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노사간의 양보와 타협으로 원만히 해결돼 금호타이어가 지역 발전과 국가경제에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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