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일보】지난 11일 김희옥 동국대 총장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최고위 승려들의 만남이 있었다. 자승 총무원장, 현응 교육원장, 지원 포교원장 지원과 성문 종회의장, 정련 동국대 이사장, 일면 동국대 이사가 자리를 함께했다. 당시 동국대 총장 선출 과정을 모두 거쳐 압축된 3명의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하고 16일 이사회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희옥 총장이 세 후보 가운데 가장 많은 표를 획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남 후 불과 몇 시간 되지 않아 일면 이사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사회가 보광 스님을 차기 총장으로 선출키로 의견을 모았다”며 이런 사실을 11일 오찬에서 김희옥 총장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이어 김희옥 총장이 “종립대학의 총장직은 1회로 한정함이 좋고 연임은 적합하지 않다는 종단 내외의 뜻을 받들어 재임의 뜻을 철회하고 제18대 총장 후보에서 물러난다”는 취지의 차기 총장 후보 사퇴서를 발표했다. 당일 모임에서 동국대 총장 선출과 직접 관련이 없는 조계종단의 고위직 승려들이 포함된 모임에서 유력 후보를 중도 하차시키는 일이 벌어진 것으로 짐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한 관계자는 “사퇴하라고 말한 적이 없다. 기자들이 잘못 쓴 것”이라며 “나한테 따지지 말고 이사장한테 전화하라”고 했다.

종단 자정을 위한 불자모임(공동대표 김경호, 김종규, 우희종)은 지난 12일 “당일 모인 6명의 스님 가운데 총장 선출권을 가진 동국대 이사는 이사장 정련과 이사 일면 두 승려뿐이며 나머지 승려들은 선출권한이 없다. 그런데 이런 이들이 모여 특정 후보를 마음대로 사퇴시킬 수 있다면 동국대 재단이사회는 무엇 때문에 존재하고 총장후보추대위는 무엇 때문에 만들었는가?”라며 “유력 후보를 강제적으로 사퇴시키는 것은 스님 총장이라는 명분조차 부끄럽게 만드는 횡포가 아닐 수 없다”는 취지의 성명을 냈다. 아울러 “부도덕한 종단권력이 종단운영을 파행으로 몰고 가는 것도 모자라 대학의 적법한 인선 과정에도 개입해 종립 고등교육기관까지 흔들어대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며 작금의 사태에 관련한 이들의 공개 참회와 이사 사퇴” 등을 촉구했다.

13일 오후 동국대학교 법학관 건물 입구에 붙은 ‘동국대학교 독립과 발전을 위한 학생모임’(제안자 식품공학과 김태현) 명의 대자보는 김희옥 총장 후보 사퇴 배경을 설명하고, 법적 권한이 없는 종단 지도부의 개입을 비판하며 자승 총무원장을 비롯한 6명의 사퇴를 요구했다. 학생모임은 “총장선출에 관여할 법적 권리가 없는 종단 지도부 스님들이 총장 후보를 사퇴시킨 것은 명백한 선거개입이며 대학의 독립성을 부정하고 위협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법인이사 스님이 이사회에서의 투표가 아닌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부당한 압력 행사에 동조하고 나선 행위는 불법이고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성토했다. “총무원의 간부 스님들이 재단 정관 등 법에 명시된 총장 선출 절차를 무시하고 부당하게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행태며 이런 의식과 행태가 계속되는 한 우리 동국대학교에 미래는 없다”고 단언했다. 끝으로 “외부의 개입으로 얼룩진 총장선거를 중단하고 새로운 총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부당한 외부 간섭을 막을 학생-동문-교수-직원 동수 구성 학교운영체를 즉각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14일 동국대학교 제14대 교수협의회(회장 한만수)는 “27대 총동창회 긴급통신 등에서는 김희옥 현 총장에 대해 갖가지 비리 의혹과 도덕성 문제들을 제기했고 소위 ‘정책위원회’에서는 김 후보를 옹호하는 문건을 발표하기도 했다. 제14대 교수협의회는 총장 선거가 비민주적 방식으로 파행되고 있음을 심각하게 우려한다. 물론 이번 김희옥 총장의 사퇴는 불교계 주요 인사의 명예로운 퇴진을 위한 종단의 배려이고 중재 노력이라는 견해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취지였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구성원들의 불신을 일으키고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는 까닭은, 의사소통 방식의 불투명성과 부적절성 때문이다. 특정인의 사퇴가 과연 필요했던가, 또 누가 총장이 되는 것이 동국대를 위해 가장 좋은 일인가 하는 판단과는 관계없이 이 회동은 절차적 합리성에서 큰 흠결이 있음이 분명하다. 총추위에서 선출된 후보 중에서 총장을 최종적으로 선임하는 권한은 본 대학 재단이사회에 있음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재단 규정에 따라 총추위에서 선임된 차기 총장 후보에게, 재단이사회와는 관련 없는 다수의 스님이 사퇴를 권유했다면 이는 명백한 월권으로 절대 바람직하지 않으며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같은 날 동국대학교 18대 총장 후보 조의연 교수는 “동국대학교의 지난 역사를 뒤돌아보면 종단과의 관계에서 크고 작은 갈등과 상처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종단 권력의 직·간접적인 관여로 어려움을 겪어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총장선출과정과 같이 법적 기구인 이사회의 권한을 초월해 총장선임절차를 철저하게 유린한 역사를 우리는 알지 못한다”며 “동국대학교를 어둠과 혼란 속으로 빠뜨린 종단은 총장선거 개입을 즉시 중단하고 대학의 최고기구인 재단이사회는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이번 18대 총장선출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후보를 사퇴했다.

총장을 이사회에서 뽑는 것은 학교 규정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정법으로 사립학교법에도 적시돼 있다. 또 총장 선출은 학교 운영에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다. 이것이 침해받았기에 제20조의2(임원취임의 승인취소) ①에도 저촉될 수 있다. “임원이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을 때에는 관할청은 그 취임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며 두 번째 예로 “2. 임원간의 분쟁·회계부정 및 현저한 부당 등으로 인해 당해 학교운영에 중대한 장애를 야기한 때”로 적시하고 있다. 김희옥 총장의 사퇴에 이사회가 아닌 사적모임에서 자승 총무원장과 정련 이사장, 일면 이사가 사퇴를 종용한 것이 정말 사실이라면 반드시 형사고발과 교육부 감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의 문제가 남아 있다.

지금 동국대학교가 위기다. 학생, 교수, 직원, 동창회와 종단 및 일부 이사의 이해가 상충하는 듯하다. 단순히 같은 바닷물로 파도가 일고 있는 것이라면 진정한 의미의 화쟁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기름때라면 바다를 오염시키기 전에 걷어내야 한다. 이것을 가리겠다고 나선 조직이 하나 있다. 사회적인 이슈가 된 이 문제에 대해 조계종 화쟁위원회 도법 승려가 이제라도 정확한 사실 확인과 조계종 자성과 쇄신을 위해 관계자들을 ‘사립학교법’ 위반 여부와 관련해서 공익신고를 해야 한다고 한 신도는 전한다.

* 이 글은 사부대중 모두가 깨달음으로의 길을 가기 위해 자성과 쇄신 등 공익적 목적으로 일부 전문가와 신도들의 의견이나 우려를 전하는 형식으로 작성됐다. 이는 일방의 의견일 뿐 다른 해석과 반론도 충분히 가능하다.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 글쓴이 하도겸. 하도겸 박사의 ‘불교의 자성과 쇄신’ 중에서.

* 이 글은 칼럼작성자의 개인 의견이므로 본사의 의견과 같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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