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만큼 여론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없다. 필요한 날이라고 인식하면서도 또한 부담스러워하니 말이다. 한 여론조사기관이 성인 500명을 상대로 어버이날의 공휴일 지정과 관련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5.8%가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는데 ‘찬성한다’고 밝혔다. 반면 ‘반대한다’는 답변은 27%로 낮게 나타났다.

묘한 것은 또다른 여론조사 결과이다. 잡코리아가 지난달 남녀 직장인 57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68.8%가 5월 공휴일 중 가장 부담스러운 날로 어버이날을 꼽았다. 어떤 조사결과는 80%가 부담드럽다고 대답한 곳도 있다. 그 이유로 ‘선물과 용돈 등 경제적 지출이 크기 때문’이라는 응답자가 76.4%였다. 

무려 65.8%가 어버이날로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데 찬성했다는데, 또 68.8%가 어버이날 때문에 5월 공휴일중 가장 부담스럽다고 하니...이 이율배반적인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인성(人性)이 가진 태생적 이중성 때문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우리의 민낯이 그리 두껍지 않다. 까놓고 얘기하면 ‘공휴일’이 가진 속성, 그이상 그이하도 아니다. 노는날 놀고 싶은데 부모님 만나러 가는 것을 성가셔한다고 다소 과격한 결론을 내리더라도 토달 위인이 과연 몇 될까.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내놓은 여론조사도 음미할 만하다. 초·중·고생 571명을 조사한 결과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하루 평균 13분에 불과했다. 이는 부모품에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다. 직장인이거나 결혼해 분가한 한 성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다면 하루에 몇 분을 부모님과 같이 있을 수 있을까? 볼수도 없는데 대화는 언감생심일까? 

기다려 주지 않는게 시간이고 또 부모라고 했다. 아직 이 날이 지나지 않았다. 부끄럽고 후회스럽지 않은 어버이날로 기억되려면 전화버튼이라도 지금 누르자.
  

저작권자 © 창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