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0년 세계 최초 마가린공장 탄생

버터는 우유를 주원료로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고 보관 또한 오래 할 수도 없었다. 바로 이 문제를 단숨에 해결한 발명이 마가린의 발명이었다.

발명가는 프랑스의 화학자 이폴리트 메주 무리에. 파리 소재 한 병원의 화학연구소에서 근무하며 거품이 나는 알약, 종이 풀, 인공 피혁과 설탕을 발명한 무리에는 어느 날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발신자는 나폴레옹 3세였다. 황제가 친히 버터 대용품을 개발해달라는 서신을 보낸 것이었다.

크림전쟁과 청나라 출병, 멕시코 원정 등 수많은 전쟁을 벌였던 나폴레옹 3세는 새로운 전투식량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당시 프랑스에서 쓰는 조리용 기름은 단연 버터였다. 하지만 당시 버터는 귀하고 비싼 식품이었다. 또 오래 보관할 수도 없었다. 잦은 전쟁을 치르던 프랑스로서는 군인들이 휴대하기 좋고 일반 서민들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새로운 지방 공급원이 필요했다.

편지를 다 읽고 난 무리에는 즉시 연구에 착수했다. 그는 먼저 버터에 대한 연구를 다시 원점부터 시작했다. 이미 알려진 상식적인 버터의 특성만으로는 버터의 대용품을 만들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의 연구는 밤낮으로 계속되었다. 그 결과 연구를 시작한 지 4년 만인 1869년 10월 버터 대체식품을 만들어냈다. 주원료는 쇠기름이었다. 깨끗이 씻은 쇠기름에 면양에서 추출한 위액을 넣어 지방과 불순물을 분리한 뒤 우유를 넣어 맛을 냈다. 이어서 착색제를 넣어 색을 맞췄고, 향료와 식염 등을 섞어 맛을 내었다. 드디어 나폴레옹이 요청한 새로운 식품이 탄생한 것이다. 일종의 인조 버터였다.

일러스트 김민재.

무리에는 인조버터가 진주 빛깔을 띠어 '마가린'이란 이름을 붙였다. 마가린은 그리스어로 '진주 같은'이란 뜻이다. 무리에는 마가린에 대한 특허를 취득했고, 나폴레옹 3세로부터 훈장과 포상금을 받았다. 1870년 파리 교외에 세계 최초의 마가린공장이 세워졌다.

한편, 마가린 제조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곧 곳곳에 많은 공장이 세워졌다. 영국․미국․독일 등의 나라에서 앞 다투어 공장을 세운 것이다.

이렇게 되자 프랑스에서는 다른 나라에 지지 않으려고 많은 자본을 들여 마가린을 제조하는 대형공장을 세웠고, 연구 끝에 쇠기름과 돼지기름을 야자유 등의 식물기름을 이용해 마가린을 대량생산하기에 이르렀다.

마가린으로 재미 본 나라는 네덜란드. 무리에의 특허를 사들인 네덜란드 유겐스사는 폭발적인 마가린 매출에 힘입어 세계적 식품회사인 유니레버로 성장했다.

글 / 왕연중. 한국발명문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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