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우주선 폭발사고. 위풍도 당당하게 날아오르던 빛나는 몸체가 갑자기 커다란 굉음과 함께 한 덩어리의 섬광으로 변했을 때 온 세계는 입을 다물지 못했었다.

우주 생활의 개막을 자랑스럽게 예고하던 미국은 하얗게 질렸고, 첨단 과학의 메카임을 자부하던 나사(NASA)의 자존심도 땅바닥에 쳐 박혔다. 사건이 잠잠해질 무렵 나사는 그 사건의 원흉으로 로켓추진 장치의 작은 결함을 발견했다. 인류의 우주 진출을 반세기 이상 퇴보하게 만든 장본인이 아주 작은 나사못으로 밝혀진 것이다.

발명 과정에 있어 힌트는 바로 이 우주선의 작은 나사못과 같은 역할을 한다. 아주 하찮은 부분 같으면서도 실상은 전체를 차지한다. 발명은 1퍼센트의 영감과 99퍼센트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는 에디슨의 말처럼 100퍼센트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힌트’라는 나사못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힌트에 대한 일반적 인식은 그다지 바람직한 곳으로 흐르지 않고 있다. 공연히 힌트를 우연히 얻어 어부지리 정도로 해석하거나 힌트 그 자체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로 순간순간 버려지는 것이다. 혹은 영감을 대단한 지식의 산물이라도 되는 듯 착각하여 ‘논리’와 ‘상식’이라는 그물에 가두고 만다. 스스로 영역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문제의 해결점 바로 앞에서 우왕좌왕하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발명의 힌트는 아주 비논리적이며 순간적일 때가 많다. 황당무계하거나 상식에서 어긋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실제로 많은 발명가들이 이 허무맹랑한 힌트를 바탕으로 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건실한 기반을 닦아 불황기에도 끄떡없이 발전해가는 기업의 경우에도, 그 속을 살펴보면 작은 힌트를 소중히 하는 사풍을 가지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만약 의심이 난다면 유난히 신제품 개발이 잦은 생명력 넘치는 기업을 찾아가 회의 시간에 참석하여 보라. 아마도 아이디어 개진이 활발하고, 다소 엉뚱한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것이다.

힌트는 발명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아무리 난해한 문제라 하더라도 일단 힌트를 얻어 갈피가 잡히기만 하면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된다.

다이너마이트의 발명으로 백만장자가 되어 노벨상을 제정한 노벨의 사례가 좋은 예. 액체 폭약을 수송하던 노벨에게 있어, 그것의 불완전한 폭발력은 가장 큰 골치 거리였다. 여차하면 대형 사고가 나고, 자신의 목숨조차 위태로울 수 있으니 그보다 곤란한 문제가 어디 있겠는가? 당연히 앉으나 서나 대비책에 골몰하고,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무던히도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노벨은 액체 폭약이 규조토 속에 스며들어 굳어진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바로 이 자그마한 계기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하게 했다.

과학자 뉴턴에게 만유인력의 법칙을 선사한 힌트는 한 개의 사과였다. 아인슈타인은 떨어지는 별똥별에서 위대한 상대성 이론을 끄집어내었다.

규조토, 사과, 별똥별 따위가 인류의 역사를 좌지우지할 힘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어디 그뿐이랴? 이 작은 힌트가 없었다면 세상의 절반에는 돌도끼가 난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발명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이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발명의 완성은 작은 힌트에서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작은 힌트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특허등록을 받으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도 있다. 작은 힌트를 소중히 하자. 어쩌면 발밑에 뒹구는 돌멩이 하나에 우주의 진리가 담겨있는 지도 모른다.

글 왕연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장 겸 유원대학교 발명특허학과 협력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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