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본교섭 합의 도출 또 실패…법정관리 가나

지엠이 전세계적이고 전방위적인 인력감 축에 나서고 있어 한국지엠의 앞날에 빨간물이 켜졌다. 지난달 15일 인천 한국지엠부평공장에서 한 근로자가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이날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는 사측의 기본급 동결안을 수용했다. 사진 뉴시스

(창업일보)노대웅 기자 = GM이 돈안되는 공장은 철저히 매각하는 등 전방위적 인력감축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지엠의 미래에도 빨간 불이 켜진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군산공장을 폐쇄한 이유도 군산공장에서 생산하는 크루즈의 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GM은 올해 6월부터 미국 오하이오 주 공장의 가동시간을 삭감해 생산량을 줄일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하이오 공장에서 생산하는 쉐보레 크루즈의 판매가 올해 1분기에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6% 하락한 3만 9855대를 기록한 탓이다.

이로 인해 미국 오하이오 공장의 근로자 3000명 중 절반 이상은 오는 6월말까지만 근무하고 짐을 싸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GM은 최근 디트로이트주 오리온 공장에서 생산하는 소형차 소닉(국내명 아베오)에 대해서도 단종 결정을 내렸다. 오리온 공장은 볼트 전기차와 크루즈 자율주행차 생산 공장으로 바꿀 예정이다. 2011년 시판된 소닉은 GM의 히트작으로 꼽혀왔지만 미국 내 다른 공장에 비해 생산률이 낮다는 이유로 정리에 들어갔다. 

지난 2월 군산공장을 폐쇄한 이유도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크루즈의 판매가 부진했던 탓이다. 창원 공장에서 생산하는 스파크도 단종 수순을 밟고 있다. 

GM의 라인업 정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지난해부터 쉐보레 임팔라, 소닉 모델에 대한 정리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GM은 지난해부터 앞으로 4년간 전체 제품군의 10%만 세단으로 남겨두고 나머지는 트럭,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크로스오버로 채울 전망이라고 밝혀왔다. 

 특히 '수익성이 안 되는 라인은 모두 정리한다'는 메리 바라 회장의 행동력이 주효했다. GM은 2013년 이후부터 해외 공장 철수를 통한 수익성 제고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2013년에는 쉐보레의 유럽 사업을 철수했고 이어 호주 홀덴 공장 역시 폐쇄를 발표했다. 

 2015년에는 인도네시아, 태국, 러시아에서 철수결정을 내렸다. 

 지난해에는 오펠을 푸조시트로앵그룹(PSA)에 매각했고 글로벌 생산량 톱5를 넘보는 인도 시장에서도 철수를 결정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상용차 사업도 매각했다. 대신 미래에 돈이 될 먹거리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량 스타트업인 크루즈 오토메이션 인수, 차량공유서비스(카헤일링) 기업인 리프트 투자에 이어 차량공유자회사인 메이븐도 설립했다. 

돈 안 되는 해외공장은 철저히 매각하면서도 전기자동차나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서비스로의 교통(TaaS) 투자는 늘리고 있다.

 메리 바라 회장은 지난 3월 "자동차 산업을 변혁할 테크놀로지와 TaaS 개념 덕분에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 자체가 바뀔 것"이라며 "GM은 미래에 투자하면서 거대한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밝혔다. 

 GM 본사는 한국지엠에 대해서도 오는 20일까지 비용 감축에 대한 노사 합의가 없으면 법정관리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상태다. 

 댄 암만 GM 총괄사장은 지난 12일(현지시간)에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20일이 구조조정 합의 데드라인"이라며"모든 이해관계자가 20일에 협상 테이블에 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배리 엥글 GM 본사 해외영업부문(GMI) 사장도 오는 20일 내로 노사가 비용절감에 대한 합의를 내놓지 않으면 부도 신청을 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지난 10일 방한한 엥글 사장은 그동안 방한 시 한국에 2~3일 머물렀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20일까지 한국에 남아 있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엥글 사장이 직접 나서 법정관리 절차를 챙기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지엠 노사는 16일 '2018년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본교섭을 어렵게 재개했지만 양측은 이번에도 이견 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성과없이 본교섭을 끝낸 노사는 아직 향후 교섭일정을 잡지 못한 상태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GM 본사 입장에서 한국은 이미 돈 안 되는 시장이고 투자를 줄여야 하는 시장임은 명백하다"며 "법정관리를 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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