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2일 동남아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 '그랩(Grab)'과 전략적 제휴(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랩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운송 네트워크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이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c)창업일보.

(창업일보)박성호 기자 = 삼성전자가 최근 동남아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그랩(Grab)'과 손을 잡으면서 그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일 그랩과 전략적 제휴(MOU)를 체결하겠다고 밝혔다. 제휴를 통해 두 회사는 등록된 운전자들이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을 더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파이낸싱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판매하는 스마트폰에는 이미 그랩의 어플리케이션이 설치돼 있다.  또 삼성전자는 싱가포르 그랩 택시에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공급한다. 차량에는 삼성의 보안솔루션인 '녹스(Knox)'가 탑재된 삼성전자 태블릿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설치된다. 

 앞서 현대차 역시 그랩에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11일 그랩에 상호협력을 위한 전략적 투자를 통해 동남아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는 투자를 계기로 그랩 플랫폼과 다양한 연계 서비스를 선보여, 동남아 모빌리티 시장 내 입지를 다진다는 계획이다. 

 동남아시아판 우버로 잘 알려진 그랩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8개 국가 186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동남아 최대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다. 동남아 시장 점유율 75%에 달한다. 

 그랩 어플리케이션 다운로드 기기수는 7700만대, 등록된 운전자 수는 230만명, 하루 평균 360만건의 운행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그랩과 손을 잡으려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구 6억2300만명에 달하는 거대 시장인 동남아에서 1위를 달리는 그랩을 통해 동남아 시장 진출에 교두보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동남아 시장은 최근 차량 공유경제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해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시장이 될 정도로 급부상했다. 본격적인 동남아 진출에 앞서 그랩과의 협업을 통해 엄청난 수의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다. 동남아 시장 공략이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 

 향후 차량공유 서비스와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할 가능성도 있다.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들이 가진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긴요하게 쓰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자율주행 분야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8 소비자가전박람회(CES)'에서 세계적 자동차 전장 업체 하만과 함께 '디지털 콕핏'을 공개하고 자율주행 솔루션 등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내년 CES에서는 자율주행차를 시연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 역시 미래차를 선도할 자율주행 분야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향후 5년간 수소차·자율주행·인공지능(AI) 분야에 2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우리 기업들뿐 아니라 전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그랩을 노리는 이유 역시 같은 판단에서다. 그랩은 일본 소프트뱅크, 중국투자공사, 싱가포르 테마손 등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7억달러 넘는 투자금액을 유치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랩이 공유경제나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선도적인 기업인 만큼 그런 분야에서 배울 수 있는 게 많다고 판단해 협력하기로 한 것"이라며 "현대차 입장에서는 차를 만드는 데 다양한 신기술 접목하면 도움이 되니까 그런 차원에서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우버 같은 업체는 선점됐다고 판단했다. 동남아 시장에서 점유율 1위인 그랩을 통해 동남아 시장의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고 동남아 시장을 파고들기가 수월할 것이란 전략적 판단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 역시 동남아 시장이 떠오르는 만큼 진출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며 "자율주행 분야에서 기술을 선도하려는 판단도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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