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은행 5곳 檢고발 은행권 의혹 부인

(창업일보)박성호 기자 = 금융당국의 칼날이 은행권 채용비리 의혹을 정조준한 가운데 은행들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공방전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이 은행 5곳의 채용비리 의혹을 포착하고 검찰에 고발했지만 은행들은 "정상적 채용"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금융노조는 지주 회장과 행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며 분노를 표했다. 공은 이제 검찰로 넘어간 가운데 앞으로의 수사 결과에 따라 파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국민·하나·광주·부산·대구은행 등 은행 5곳을 채용비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 금감원이 지난해 12월과 지난달까지 은행권 현장 검사를 통해 밝혀낸 결과다. 금감원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채용비리 사례는 모두 22건에 달했다. 하나은행(13건), 국민은행(3건), 대구은행(3건), 부산은행(2건), 광주은행(1건) 등이다.

이중 국민은행은 윤종규 회장의 조카를 특혜 채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금감원 조사 결과 2015년 신규 채용 당시 최고경영진 조카는 서류 전형에서 840명 중 813등, 1차 면접에서 300명 중 273등으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그런데 2차 면접에서 최고등급을 받아 120명 중 4등으로 최종 합격했다. 금감원은 이러한 정황을 토대로 국민은행이 특정인에게 특혜를 준 근거로 판단했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채용과 관련해 논란이 되는 직원들은 정상적인 기준과 절차에 따라 채용됐다"며 "향후 조사 과정에서 성실히 소명할 것"이라고 부인했다.

하나은행도 "채용비리 사실이 없고, 특혜채용 청탁자가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하나은행은 이번 금감원 조사에서 가장 많은 13건의 채용비리 의혹이 적발된 곳이다. 사외이사 관련자, 계열 카드사 사장 지인 자녀 등 채용 청탁에 따른 특혜채용 의혹이 6건, 특정대학 출신 합격을 위한 면접점수 조작 의혹 등이 7건이다. 

하나은행은 "특정인이나 특정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해 면접점수를 임의로 조정한 사실이 없다"며 "입점 대학과 주요 거래대학 출신을 채용한 것일 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금융노조는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행장과 지주 회장까지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금융산업노조는 전날 성명을 통해 "최고경영진이 직접 채용비리를 저지르고 점수까지 조작해 죄가 매우 엄중하다"며 "행장과 지주회장 모두 즉각 사퇴하고 법의 심판을 기다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은행권에서는 이번 검찰 수사 결과가 CEO 교체의 빌미가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앞서 채용비리 의혹에 휘말렸던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당국뿐만 아니라 정부도 민간부문의 채용비리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할 것이라고 경고한 상황이다.

이금로 법무부 차관은 지난달 29일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관련 브리핑에서 "법무부와 검찰은 기본적으로 민간이든 채용비리를 통해 불법적인 방법으로 선량한 취업자들의 자리를 빼앗으면서 부정한 채용에 연루된 사람에 대해 엄중 처벌하겠다는게 기본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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