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점포가 생기자 골목을 지나던 분들이 뭐하는 곳인지 기웃거리시곤 합니다. 그분들을 위해 문밖에 우리가 하는 일을 소개하는 안내문을 살짝 붙였죠. 다음에꼭 한 번 이용하시라는 뜻입니다.” 지난해 12월 사무물류 편의점인 ‘우리동네 PO BOX’ 1호점을 서울 노량진에 차린 구경자 사장(39)은 요즘‘어떻게 하면 우리 점포를 잘 알릴 수 있을까?’에 온통 관심이 몰려 있다. 아무래도 사무물류 편의점이란 업종을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취급하는 서비스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전단 한 장에 하는 일을 모두 소개할 수도 없었다. “본사에 홍보 지원을 요청했는데 보내온 전단 종류도 열 가지가 넘더라고요. 어떻게 이용할까 생각하다가 그때그때 철에 맞춰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겨울에는 택배 수요가 많으니 택배 전단을 돌리고 봄철에는 결혼하시는 분들이 많아 청첩장 서비스 전단을 뿌리는 식이죠.” 미국·일본 등에선 보편화된 업종 사무물류 편의점이란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각종 물류서비스와 사무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국내에 상륙한 지는 얼마되지 않았지만 이미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지에선 보편화돼 있다. 이곳에서 제공하는 물류 서비스는 카드청구서나 택배물 등의 개인우편물을 보관해주는 개인사서함을 비롯해 국내외 택배서비스, 포장서비스, DM(광고지) 발송 대행 서비스 등 다양하다. 또한 복사나 제본, 출력, 팩스, 스캐닝 등의 사무 업무도 가능하다. 특히 개인사서함은 집을 자주 비워 택배 서비스 등을 받기 곤란한 경우에 유용하다. 아파트의 우편물함을 연상시키는 이 사서함은 3개월 기준 수수료 2만4,000원이며, 1년간 장기계약을 했을 때는 5만원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구사장은 DM 발송 기획사의 영업관리 팀장을 맡고 있는 회사원. 낮에는 회사 업무를, 밤에는 자신의 점포를 꾸리는 ‘투잡스’다. “지난 97년 IMF 외환 위기 때 회사가 많이 어려웠어요. 이때 제 장래도 불안하다는 것을 느꼈었죠. 그래서 앞으로 10년 후에도 넉넉히 살 수 있는 투자방안을 찾게 됐습니다. 아이도 셋이나 돼 가능하면 아이들과의 시간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쪽으로 창업방향을 잡고 싶었죠.” 지난해 12월 인터넷 창업 관련 사이트 등을 기웃거리다 ‘우리동네 PO BOX’라는 아이템을 발견했다. 활달한 성격에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자신에게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직장업무도 DM 영업관리였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 창업을 결심한 그는 집에서 가깝고 임대료도 적당한 서울 노량진에서 점포를 개업했다. 10평 남짓한 점포를 차리는 데 든 창업비용은 총 4,600만원. 점포 임대 보증금으로 1,000만원, 가맹비 300만원, 거래 보증금 1,200만원이 소요됐다. 그리고 인테리어비 1,500만원, 홍보비 200만원, 컴퓨터나 팩스 등을 구비하는 데 400만원을 썼다. 이 가운데 택배 및 국제 특송 보증금 1,200만원은 계약해지시 전액 환불 가능하다. “사무물류 편의점은 우체국이 인접하지 않은 대단위 아파트나 우편물 분실 우려가 있는 오피스텔 근처가 좋습니다. 또한 주변에 사무실이 많으면 영업사원들의 DM 발송 업무를 유치하는 데 유리합니다. 저희 점포는 근처에 고시원이 있기 때문에 겨울철에 고시생들의 택배 수요가 많은 편이죠. 노량진역 근처 사무실에서 DM 물량을 받아 오기도 합니다.” 수입 대부분 DM 부문에서 발생… 소량도 취급 ‘우리동네 PO BOX’의 DM 대행 서비스는 소량도 취급한다. 수입의 대부분도 이 DM 부문에서 발생한다. 원래 DM 대행서비스는 전문업체가 대량발송을 전제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수십에서 수백 통의 DM은 영업사원이 직접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사무물류 편의점의 DM서비스를 이용하면 우편물 발송은 물론 사후관리까지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고 자랑한다. “영업사원에게서 고객명단을 받으면 우편물 발송에서부터 기념일 관리까지 책임지고 해 드립니다. 고객의 기념일에는 어떤 선물을 보내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까지 해드리죠.” 한 달 매출은 약 600만원 정도. 이 중에서 임대료 30만원, 유지관리비 50만원, 인건비 120만원, 본사수수료(택배, 물품지원) 200만원을 빼면 순이익은 약 200만원 선이다. 구사장은 수익원을 좀더 다변화해 전체 매출도 한층 높이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수익원 다변화에 큰 도움을 주리라 기대하는 부문은 사서함서비스와 택배서비스다. 150개의 개인사서함 가운데 현재 이용률은 30% 정도. 홍보가 덜된 탓이다. 하지만 앞으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시대가 열림에 따라 이용률이 급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그는 ‘우리동네 PO BOX’의 택배서비스는 우체국과는 달리 보내고자 하는 물건만 갖고 오면 포장에서 배송까지 한 번에 가능하다는 편리한 점 때문에 이용률도 점차 높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포장사 자격증을 지닌 직원을 고용한 것도 택배서비스를 겨냥한 것이다. 앞으로 구사장은 고정 고객 150명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창업하기 전에는 남편의 반대가 심했지만, 지금은 든든한 후원자입니다. 욕심부리지 않고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으로 항상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자료원]:한경비즈니스 3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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