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신해철의 추도신드롬
마왕 신해철의 추도신드롬
  • 대중문화부
  • 승인 2014.11.0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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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일보】서영희 기자 = 마왕, 신해철에 대한 추모 열기가 신드롬으로 번지고 있다. 장례기간 가요계 동료·선후배들은 물론 일반 조문객 1만6000명이 빈소를 찾았다. 당대의 아이콘으로서 가요계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기릴만한 인물이라는 점이 재조명된 셈이다. 한편 국과수는 신해철에 대한 부검을 3일 실시하기로 했다. 사진은 가수 고(故) 신해철 영결식이 엄수된 31일 오전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운구 행렬을 따르는 유족이 오열하고 있는 모습이다. 故 신해철은 지난 17일 장 협착 수술을 받고 22일 오후 1시께 갑작스런 심 정지로 심폐소생술 후 아산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지만 27일 오후 8시 19분 세상을 떠났다.

 


가수 고(故) 신해철 영결식이 엄수된 31일 오전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운구 행렬을 따르는 유족이 오열하고 있는 모습. 제공 뉴시스.

 

한국 대중음악의 선구자…록·국악 접목한 무대 못 봐 아쉬움

 

"음악인으로서 저에게 커다란 산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국내 가요계의 혁신가로 통하는 가수 서태지가 존경을 표했을 정도로 신해철은 앞서가는 뮤지션이었다. 서태지는 지난달 31일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1990년대 초반 신해철에게 샘플러 사용법에 대한 가르침을 받았다고 알렸다. 샘플러는 미리 기억된 자연음을 음원으로 사용하는 악기를 가리킨다. 당시 국내에서는 이 악기의 이름조차 생소했다. 밴드 '넥스트 등에서 보듯 신해철의 음악적 기반은 록이지만 신시사이저나 미디 등 음악에 최신 장비를 적극 활용한 대표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싱어송라이터 윤상과 함께 만든 프로젝트 그룹 '노댄스(No Dance)'를 비롯해 솔로앨범 '크롬스 테크노 웍스'과 '모노크롬', 또 다른 프로젝트 그룹 '비트겐슈타인' 등을 통해 음악에 대한 실험을 지속했다. 하반기에도 그의 새로운 음악에 대한 도전은 지속될 예정이었다. 12월 신해철은 자신이 이끄는 넥스트와 국립국악관현악단(예술감독 원일)과 함께 즉흥 기악 합주 '시나위 프로젝트 3'를 선보일 예정이었다. 록과 국악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았던 무대다. 국립극장 관계자는 "신해철 씨의 비중이 컸던 공연인 만큼 안타깝지만 취소하기로 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가요계를 넘어 사회·정치계까지 미친 영향력

 

신해철이 당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까닭은 가요계를 넘어 사회·정치계에까지 영향력을 미쳤기 때문이다. 2001년부터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고스트 스테이션' DJ를 맡아 과감하면서 파격적인 발언으로 '마왕'이란 별명을 얻었던 그는 '엘리트 뮤지션'으로 주목받았다. 서강대 철학과 중퇴라는 학력도 한몫했다. 특히 정치적인 발언과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2002년 대선 당시 후보이던 노무현(1946~2009) 전 대통령을 지지하며 선거유세에도 참여했다. 2003년 이라크전 파병반대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사회 비판적인 내용을 과감하게 내뱉는 '독설 논객'으로도 통했다. 사회를 뜻하는 소사이어티(society)와 연예인을 가리키는 엔터테이너(entertainer)를 합쳐 만든 신조어인 소셜테이너의 원조 격이다. MBC TV '100분 토론'에 여러 차례 출연해 대마초 비범죄화 주장, 간통죄 반대, 학생 체벌 금지 등을 주장했다. 정치권도 이례적으로 가수의 죽음에 대해 논평을 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그가 이 세상을 떠났더라도 그를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은 '결과보다는 행복한지를 생각해'라는 마지막 메시지와 함께 마왕 신해철씨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트위터에 "제가 아는 신해철씨는 불합리한 것에 앞서서 당당하게 맞서는 용기를 가진, 멋진 사람이었습니다"고 회고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수많은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는 데는 고인의 인간적인 매력을 빼놓을 수 없다. '마왕' '독설가' 등 평소 이미지가 강했지만 그는 연예계에선 따뜻한 형이자 동료였다. 최근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회고담들이 인터넷에 퍼졌다. 대표적인 내용 중 하나는 2007년 MBC TV 예능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 몰래 카메라'다. 당시 신해철이 이끌던 가요기획사 사이렌 소속 가수들인 지현수, 오종혁 등이 회사를 나가겠다며 거짓으로 그를 속이는 내용이다. 신해철은 소속 가수들이 불만을 제기하며 회사를 나가겠다고 강경한 자세를 보였음에도 화를 내키는 커녕 그들을 진심으로 다독였다.

고인의 빈소가 차려지자 마자 가수 조용필과 싸이 등 공적인 자리에 웬만하면 나서지 않는 거물들이 바로 찾아왔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조용필은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신해철이 주축인 '무한궤도'가 '그대에게'로 대상을 받을 당시 심사위원이었으며 싸이는 2000년대 초부터 콘서트 등을 통해 친분을 다졌다. 가요계 관계자는 "신해철은 자신과 한번 인연을 맺은 이들을 평소 살뜰히 챙겨왔다"고 말했다.

 

신드롬으로 번진 추모물결 현재진행형

 

신드롬으로 번진 고인에 대한 추모 물결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MBC 대학가요제 출신들의 모임인 '대학가요제회'(대가회)는 11월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여는 '2014 대학가요제 포에버' 콘서트에서 신해철(1968~2014) 추모 무대를 선보이기로 했다. 신해철은 하반기 발매 예정인 넥스트의 새 앨범에 수록될 신곡을 약 10곡 정도 작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믹싱 등의 작업이 남아 있지만 보컬 녹음이 끝난 곡도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신해철은 넥스트와 지난 9월 20일 서울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넥스트를 '넥스트 유나이티드'라 명명하고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공연이었다. 신해철과 넥스트 유나이티드는 12월 콘서트를 예정했다. 대관 등이 이미 끝난 상황이다. 신해철 측은 콘서트를 취소하지 않고 신해철 추모 공연 등으로 꾸민다는 구상이다. 고인은 또 서태지의 9집 '콰이어트 나이어트' 수록곡 '나인티스 아이콘(90's ICON)'의 다른 버전에 가수 김종서, 이승환과 함께 참여했다. 서태지는 이 버전을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신해철은 음악 외적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지난 26일 첫 방송 예정이었다가 신해철의 사망으로 잠정 보류된 JTBC 새 예능 프로그램 '속사정 쌀롱'의 MC로 첫 회 녹화를 끝냈다. JTBC는 유족들의 뜻을 반영해 이 방송을 2일 밤 9시40분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한편 신해철은 아직 영면하지 못하고 있다. 유족과 동료들은 지난달 31일 화장 직전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의뢰하기로 했다. 지난달 17일 신해철의 장협착 수술을 진행한 S병원을 업무상 과실치사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이 병원을 압수수색했다. 이르면 3일 부검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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