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히딩크 박항서
베트남의 히딩크 박항서
  • 이태식 기자
  • 승인 2018.01.28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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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3 아시아 축구 챔피언십에서 준우승
베트남이 27일 2018 아시아 축구 연맹 U-23 챔피언십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대표팀이 카타르를 꺾고 결승 진출이 확정되자 하노이 포후에 거리로 뛰어나온 학생과 시민이 베트남기를 흔들며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사진=우엔 하 제공.

(창업일보)이태식 기자 = 베트남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이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27일 박항서(59)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중국 창저우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대회 결승에서 연장 후반 종료 1분을 남기고 결승골을 내줘 아쉬운 1-2 패배를 당했다.

8강부터 준결승, 결승까지 3경기 연속으로 연장 120분 풀타임을 뛴 베트남 선수들은 패배를 직감할 수 있는 우즈베키스탄의 결승골에 크게 실망했다. 원정 응원을 온 팬들은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베트남 축구는 새롭고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승부욕, 끈질김으로 더 이상 변방이 아님을 입증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2위, 축구 변방 아시아에서조차 변방 중의 변방···. 이것이 이번 대회를 앞둔 베트남 축구의 현주소였다.

그러나 2018년 1월 베트남 축구는 '박항서 마법'을 통해 아시아의 중심에 우뚝 섰다. 

동남아시아 국가가 AFC 주관 대륙대회에서 결승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 축구 전체로 보면 쇼킹한 수준이다. 그동안 아시아 축구에서는 중동 혹은 한국·중국·일본 등 동북아 국가들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베트남이 급부상한 중심에 박항서 감독이 있다. 이번 대회 내내 베트남 전역은 '박항서 축구'로 들썩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쓴 거스 히딩크(72) 감독에게 열광한 우리나라와 꼭 닮았다.

수도 하노이를 비롯해 베트남 전역이 감격으로 가득 찼다. 광장이나 운동장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응원을 펼쳤고 길거리로 쏟아져 나온 국민들은 붉은 물결을 이뤘다. 

FIFA 랭킹 112위인 약체 베트남 축구의 선전이 현지 사회에 미친 파급력은 대단했다.

박 감독을 놓고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신화를 코치로 이끌었지만 감독으로서는 이렇다 할 발자취를 남기지 못했다"며 냉랭한 반응을 보이던 현지 언론도 이제는 박 감독의 팬클럽이 됐다.

앞 다퉈 박 감독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전략과 용병술 외에 97세 어머니와 부인을 한국에 두고 베트남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내용, 박 감독이 홀로 라커룸에 남아 눈물을 훔쳤다는 내용 등 '인간 박항서'에도 주목한다.

축구 변방에서 화려한 부활을 알린 박 감독은 베트남의 영웅이 됐다. 베트남 정부는 박 감독의 공로를 인정해 3급 노동훈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선수단이 귀국하면 대규모 카퍼레이드도 벌인다는 계획이다. 

박 감독은 지난해 10월 베트남 사령탑을 맡았다. 성인대표팀과 U-23대표팀을 모두 책임지고 있다.

1988년 은퇴한 박 감독은 1996년까지 LG 치타스에서 코치로 있다가 1997년 수원 삼성으로 옮겼다.2000년 11월 국가대표팀 수석코치가 된 그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을 보좌하며 4강 신화를 도왔다. 푸근한 외모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가교 노릇을 훌륭히 해냈다.

이후 포항스틸러스, 경남 FC, 전남 드래곤즈, 상주 상무, 창원시청 등에서 지도자 길을 걸었다. 거센 항의로 징계를 받는 경우가 많아 비판도 들었지만 특유의 소신을 좋아하는 팬들도 적잖았다.

베트남의 선전은 향후 아시아 축구 판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이 선수들은 올해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주축으로 뛸 게 유력하다. 향후 베트남 성인 축구를 이끌어 갈 재목들이다.

김환 JTBC 해설위원은 "베트남 축구가 어느 정도 잘할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동남아가 더 이상 변방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이 올해 아시안게임에서 어떤 축구를 보여줄지 벌써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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